대통령의 빠른 대응: 공세적 국정 기조 전환과 종파주의 공격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유럽 순방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성과 보고를 명분으로 90분 동안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이후 11일 만이다. 대통령의 육성 메시지가 이 정도로 짧은 간격으로 나가는 건 이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유럽 순방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성과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왜 대통령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나

결국 지지율의 문제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갤럽과 NBS 전국지표조사가 이번 주에 발표되지 않았지만, ARS 방식의 조사에서는 하락이 완연하다. 보수층이 다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시작했고, 보수에서 중도로 이동한 집단 중 상당수가 다시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섰다. 당 대표 경선으로 당 내 갈등이 심화되면 대통령 지지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은 공세적인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던진 세 의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간략히 세 의제와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⑴ 외교적 성과 강조 : 직접적인 지지율 상승효과

⑵ 국정 기조 전환 : 미국과 대북 협상에 나서겠다는 선언, 본인만의 대형 의제 제기 선언

⑶ 민주당과의 관계 : ‘일하는 대통령’ ‘포용하는 대통령’ vs. ‘싸우는 당’ ‘분열하는 당’ 구도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국정 기조 전환이다.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국정은 엉망진창인 국정을 정리하는, 정비하는 기간에 가까웠다고 보면.…앞으로는 기획된 새로운 일들을 제대로 추진하는 기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응해서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 그것으로 지지자 연합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집권 2기’ 선언을 한 것이기도 하다.

어떠한 국정 기조 전환이 될 것인가

새로운 의제를 던지면서 국정 기조를 전환하는 방법은 지지율이 하락하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수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를 핵심 국정 철학으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경우 지지율이 견조하고, 2025년 대선 이전에 대통령이 강조했던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재분배 정책의 경우 반도체 초호황과 자산 격차 심화 속에서 늘어나는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2022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는 탈모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유튜브 캡처

◆ 대선 당시 정책의 부활 : 기본금융과 탈모 건보 지원, 다음은 기본소득?

대선 당시의 정책, 특히 ‘기본’이라는 명칭이 붙은 정책이 대거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추진되는 포용적 금융의 경우, 사실 2022년 대선 당시 기본금융과 상당 부분 닮아있고, 그것의 온건한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모 건강보험 적용도 2022년 대선 공약의 부활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근본적인 경제관,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정책 옵션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 호황으로 넘쳐나는 세수가 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을 비롯한 다른 정책도 추진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 공격적 지방 지원 정책

광주로의 반도체 후공정 이전은 시작일 뿐이다. 영남 지역에 대한 지원, 특히 부산과 경남 일대에 대한 정책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호남이 이재명의 기반을 위해 신경 써야 할 곳이라면,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위해서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지지율이 확보되어야 한다.

◆ 성장과 고용

다른 한편에서 과감하게 ‘우향우’ 내지는 보수의 의제를 가지고 오면서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행보를 펼칠 수 있다. 유권자의 정책 선호도에서 성장이 분배를 앞지르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리고 ‘민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장, 투자, 고용 지표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 자에서 식사를 하면서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페이스북

◆ 대북 협상

외교 영역은 대통령이 빠르고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한국 대통령에게 외교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양대 축으로 돌아간다. 이번에 북한과의 핵 협상과 관계 개선에 관해서 이야기한 것은, 집권 2기의 핵심 의제를 미리 공표한 것이다.

◆ 사회와 법질서의 영역

먹고 사는 문제와 외교만으로는 단기간의 지지율 반등이 어렵다. 그렇다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체감도 높은 의제를 던져야 한다. 사회나 법질서 영역에 대한 의제를 새롭게 던질 이유가 높은 이유다. 해당 영역은 전통적으로 보수가 의제화시키는 영역이었으나, 국민의힘이 약해져 있고 ‘뉴이재명’을 내세운 상황에서 의제 주도권을 뺏어올 여지가 높다.

종파주의와의 투쟁 선언

이번 기자회견은 정청래 대표와 비문(옛 친문) 계열이라 할 수 있는 집단에 관한 규정이다. 한 마디로 이재명은 정청래와 비문에 대해서 ‘종파주의’라고 규정한다. 선명성을 강조한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고, 이를 통해 분열을 획책하며, 그 결과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받는 상황을 만든다는 규정이다.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에 대해서 “"저는 변한 게 없어요. 국정은 변한 게 없습니다”라며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아마 제일 큰 것은 그럴 것입니다.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뭘 가지고 싸우는 거야? 도대체 너네들의 다툼이라고 하는 게 우리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우리가 맡긴 공적 업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가 제 생각”이라고 규정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책임 못 지면서 말은 멋있게 하는데 상황은 점점 나쁘게 만드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대표적이다. 이재명은 “본질적 지향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하는 사람만 모아서는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습니다”라며 “이론가, 운동가와 실천가, 정치인은 다르다”고, “정치는 동조자, 공감하는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게 마지막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수 싸우듯 하지 말라...같은 진영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하는 것이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모욕하고 헐뜯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 공격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도 했다.

1942년 마오쩌둥이 전개한 옌안 정풍운동을 그린 기록화

정당 내에서 격렬한 투쟁이 벌어졌을 때, 리더십을 가진 쪽에서 상대방을 종파주의로 규정하는 전술은 사실 고전적이다.

마오쩌둥이 1942년 코민테른에 가까운 라이벌 파벌을 숙청하는 옌안 정풍운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마오는 종파주의를 조직과 당 기풍에서 바로잡아야 할 핵심 병폐로 규정한다. 소집단(분파·개인·지방·부문)의 이익을 당 전체의 이익 위에 두는 경향은, 대내적으로는 간부 집단의 배타적 파벌 의식,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당 밖 인사·대중에 대한 배타성. 비당원과 대중을 배제·경시해 통일전선과 당-인민 관계를 해치는 것이다. 이러한 파벌의 해체는 마오가 종파주의와의 투쟁의 핵심 방법론이었다.

그는 ‘산두(山頭)’라 불리는, 각각의 유격대들의 근거지별로 묶인 파벌에 대해서 “산두를 인정하고(承認山頭), 산두를 배려하며(照顧山頭), 산두를 소멸시킨다(消滅山頭)”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리고 민주집중제와 규율에의 복종 원칙(이른바 네 가지 복종·四個服從)을 관철해서 라이벌 파벌을 제압하고 해체했다.

이후 마오는 종파주의라는 네 글자 단어를 권력 투쟁의 핵심 무기로 사용한다. 1974년 내세운 삼요삼불요(三要三不要), 즉 단결하라, 분열하지 말라; 음모를 꾸미지 말라는 게 대표적이다.

마오쩌둥의 종파주의에 대한 규정, 당 파벌에 대한 제압과 해체 전략은 이재명 대통령의 19일 발언과 상당 부분 겹친다. 그리고 향후 이재명과 친명계의 행보를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뚜렷한 한계: 대중 동원 자원의 부족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의 한계를 뚜렷이 보여주었다. 핵심은 왜 이재명 대통령이 저렇게 나서야 하는 가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당청 관계, 그리고 정청래와 비명계에 대한 프레이밍을 규정해야 하는 상황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적잖은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당 대표가 이끄는 분파에 대해서 공격을 가한 것은 그 이외에 다른 인물, 세력,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직접 등판은, 앞서 ‘장교단 없는 100만 대군’이라 규정한 친명계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최욱의 매불쇼와 이동형의 이동형TV의 구독자수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미디어화 된 민주당의 정치 생태계에서 친명계의 동원 자원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친명계는 대중 동원 수단이 부족하다. 당 내 권력 투쟁에서 관건은 누가 조직과 대중 동원 수단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당내 투쟁에서 당 조직을 관장하는 서기장이 행정부 등에서 공식 직위를 갖고 있는 라이벌을 압도하고 승리하는 구도가 반복됐던 이유다. 중앙 집중적인 당 조직이 약하거나, 그것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마오저뚱이 종종 사용했던 광범위한 대중동원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 상황에서 대중 동원 기제가 부족한 쪽은 친명계다. 대통령이 당 대표와 그가 이끄는 파벌에 대해서 ‘종파주의’라고 규정한다 해도, 이를 민주당 내에서의 인식으로 확산시킬 수단이 부족하다. 그리고 당원들을 끌어모아서 정청래와 비명계를 밀어낼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

정청래의 대응 방향 : 중위수 확보와 네거티브 강화

정청래 대표와 친청계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대통령의 계보를 강조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희석하면서, 동시에 민주당의 정통성을 누가 갖고 있는 지를 물어보는 메시지다. 

이에 대항한 정청래의 대응은 본인도 이재명 대통령에 충성하며 민주당의 성공을 바라는 인물로 포지셔닝하면서, 당의 분열을 만드는 게 김민석 총리 등 이른바 ‘친석계’ 내지는 일부 당 내 인물들(대개 친명계일 것이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대립하는 구도를 회피하고, 중위 포지션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네거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