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선거를 읽는 6가지 포인트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는 대구, 부산, 울산, 경남 등 영남이다. 보수 정치 블록의 와해 속에서 민주당이 오랜 지역 구도를 깨고 영남을 석권한다면, 1955년부터 약 40년간 일본을 지배한 자유민주당(자민당) 1.5당 체제(야당인 사회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만 차지하고, 간신히 개헌만 막아낸 정당 구조)가 물구나무선 형태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1987년 대선을 기점으로 형성된 지역구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보수 정치 블록은 해체 및 재구성 수순을 갈 가능성이 높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4월 1일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마 선언을 했다. /김부겸 후보 페이스북

그런데 이 지역 판세는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의 초반 우세가 흔들리고, 보수 유권자 결집이 나타나면서 점차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당 지지율,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지방선거 인식(국정 지원이 중요한지 아니면 여당 견제가 중요한지 묻는 식의 질문)에서는 민주당이 유리하지만, 후보자별 선호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를 추격하는 여론조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부산 북구갑 재보선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민식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며 보수표를 양분한 양상이다.

그렇다면 영남권 선거를 어떻게 보고, 예측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답하기 위해 다음의 사항을 살핀다.

① 영남 유권자가 국힘이 아닌 대안을 찾기 시작한 구조적 원인
② 두꺼운 부동층의 문제
③ 수도권보다 더 극우화된 20대 남성과 그 영향
④ 보수의 파편화가 한동훈-박민식 접전에 미치는 영향
⑤ 민주당 영남 캠페인의 맹점: 수도권 정당화

마지막으로 이 모든 흐름이 영남이라는 지역, 그리고 퇴조기의 보수 세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⑥ 근본적인 모순: 서울은 지방을 설득할 수 있는가?

에서 짚을 것이다.

지방 지배 체제의 와해와 불만

1987년 제6공화국 출범 이후 정치의 기본 문법으로 작동한 지역 기반은 단순히 정치적 성향이나 감정 때문에 유지됐던 게 아니다. 졸저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지방 지배 체제’라고 이름 붙인 정치-경제 복합 구조가 단단한 기반을 이루고 있었다. 이 체제는 재경(在京) 엘리트- 지역 기반 정당-중앙정부의 재원에 의존하는 개발 사업의 세 축에 의해 작동했다. 지역 명문고와 서울의 명문대를 거쳐 법조·관료·기업·언론에 진출한 인물들이 지연과 학연으로 묶여 중앙 권력의 핵심을 형성했다. 정당은 지역 엘리트와 유권자가 한 지붕 아래 결집해 중앙의 자원을 끌어오기 위해 다른 지역과 경쟁하는 단일한 깃발이 되었다. 지방개발사업, SOC, 산업단지, 공장 유치, 규제 완화, 구조조정기의 부실기업 매각 등 중앙 권력이 배분하는 자원의 흐름이 지역 경제의 운명을 좌우했다.

영남의 문제는 호남이 안고 있는 문제와 닮았다. 지방 지배 체제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세 축을 하나로 묶은 접착제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이었다. ‘우리 지역 정당이 권력을 쥐면, 그 떡고물이 결국 내 삶에도 떨어진다’라는 믿음이었다. 정치권력은 각각 중앙의 재경 엘리트에게는 고위직과 더 많은 경제적 잉여를, 각 지방 현지 엘리트에게는 지방 정부의 관직과 각종 자원 배분을, 그리고 유권자에게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지방 지배 체제는 와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산업 고도화와 제조업 위축 속에서 서울이 ‘머리’ 또는 ‘구상 노동’을 맡고 지방이 ‘손발’ 또는 ‘실행 노동’ 역할을 하는 역할 분담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자 SOC 투자의 효과는 급격히 떨어졌고, 제조업 공장은 사라지거나 고용을 큰 폭으로 줄였다.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수도권에 몰렸다.

게다가 중앙과 지방과의 관계도 끊어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에서 호남이 힘을 못 쓰는 것만큼이나, 국민의힘에서도 영남, 특히 TK는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상실했다. 역대 국민의힘 대표 중 대구·경북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유권자 입장에서 더 이상 ‘일체감’을 느낄 이유나 기제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구 대표 산업단지인 성서산단. /대구성서산업단지공단

더군다나 보수는 당분간 집권 가능성이 사라졌다. 한때 “대통령이 특산물”이었던 대구·경북이나, 1990년 3당 합당으로 블루칼라 중산층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라 보수로 넘어온 부산·울산·경남 이건 더 이상 보수 정당의 집권을 통한 낙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2002년 대비 2024년 지역별 투자 점유율을 보면, 광주·전남은 6.7%에서 6.6%로 상대적 지위를 지켜낸 반면, 대구·경북은 12.6%에서 9.7%로 급락했다. 낙수 효과는커녕, 오히려 소외되는 양상에 가깝다. 2017년부터 2025년 상반기 사이 대구의 취업자는 124만9000명에서 122만 3000명으로 2만6000명 줄었다. 제조업에서 2만3000명, 도소매업에서 6만6000명, 숙박·음식점업에서 1만1000명이 사라졌다. 전통 제조업 중심지가 쇠퇴하자 다른 산업까지 함께 위축되는 연쇄 반응이 벌어졌다. 경남의 조선·기계 산업, 울산의 자동차·중공업도 글로벌 산업 재편 속에서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불만은 먹고 사는 문제에 예민한 집단의 불만을 자극한다. 실리적인 연성 보수, 2차 노동시장 종사자 비중이 높은 장노년층, 공공 부문 종사자가 많고 살림살이에 더 신경을 쓰는 여성들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50대부터 60대 초반까지, 그리고 이 연령대 여성 유권자들의 탈(脫) 국민의힘 흐름이 뚜렷이 나타난다. (참고 칼럼: [에스프레소] 대구 50대의 민주당 지지, 결국 일자리 문제다, 조선일보 3월 26일자 기고)

대구에서 김부겸 현상의 핵심은 “능력 있는 인물이라면 당적은 따지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일하지 않는 사람의 정당’이 된 국민의힘 대신 ‘어찌되었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으로 보이는 민주당을 대안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구가 부산보다 더 흔들리는 역설을 설명한다.

물론 이 와해가 곧 민주당의 자동적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견고했던 구조가 무너진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서는가? 그 자리에 들어서는 건 민주당 지지라기보다는 두터운 부동층 집단이다.

두꺼운 부동층의 문제

영남권 선거가 접전, 내지는 안개 속인 것은 부동층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4월 30일 MBC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4월 28~29일, 코리아리서치 실시)는 이를 잘 보여준다. 김부겸 후보(44%)가 추경호 후보(35%)를 9%포인트(P) 차이로 앞섰는데,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38%)이 민주당(33%)을 앞섰다. 또 ‘야당에 힘 실어줘야(45%)’ 한다는 응답이 ‘여당에 힘 실어줘야(43%)’를 오차 범위 내에서 더 많았다. 대구 사람이면서, 민주당 내에서 중앙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김 후보에 대한 선호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영남권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다는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

경남의 경우 14~16일 KBS창원-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조사에서 김경수 후보(37%)가 박완수 후보(27%)를 앞섰지만,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도 27%를 차지했다. MBC-코리아리서치의 대구 여론조사(13%)보다 2배 많다. 7~8일 세계일보-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후보(44%)와 박완수 후보(40%)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였던 이유는 조사 기법보다 부동층이 워낙 많고, 표심이 유동적이기 때문이어서일 것이다.

지금까지 쭉 보수를 찍었으나,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 50~60대, 정당 일체감 자체가 약한 20~30대, 노선 분화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잃은 중도 보수층이 뒤섞여 거대한 부동층을 만들었다 할 수 있다.

결국 영남권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보다 인물, 그리고 구도다. 부산의 전재수 후보, 경남의 김경수 후보 등이 점차 이전의 우세를 잃어가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다. 전 후보는 북구 갑 국회의원이라는 한계가 분명하고, 김 후보는 창원 지역 기반이 약하고 경쟁 상대인 박완수 현 지사 대비 뚜렷한 업적은 없고 드루킹 사건으로 중도에 지사직 수행을 중단해야 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초선 의원 출신인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다시 ‘정당 구도’나 ‘중앙정치’가 부각될 때의 결과를 시사한다. 많은 국민의힘 후보는 비상계엄 후유증과 낮은 정당 지지도 속에서 개인적인 성과나 능력을 내세우려 하고 있다. 그런데 영남에서는 오히려 중앙 정치가 부각되고, 두꺼운 부동층이 진영 논리 속에서 줄어드는 게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유리하다. 서울 등 수도권 선거가 어찌 될지는 불확실하지만, 확실하게 영남에서 선거 판세를 우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공소 취소 특검법 반대 투쟁 등 중앙정치 이슈를 국민의힘이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수도권보다 더 보수화된 20대 남성: 러스트벨트의 문제

이번 선거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흐름 가운데 하나는 영남권 20대 남성, 특히 부산-경남 일대의 20대 남성의 보수색이다. 세계일보가 갤럽에 의뢰해 4월 7~11일 실시한 여론조사(몇몇 시도별 개별 조사)에서 집계된 지역별·세대별 정당 지지율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경남이 42%, 부산이 31%였는데 경기는 25%, 서울은 20%였다. 민주당 지지율도 경남 17%, 부산 25%와 경기 35%, 서울 29%로 꽤 뚜렷이 차이가 났다. 개혁신당 지지율은 서울과 경기는 각각 4%, 부산은 7%였는데 경남은 3%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경남에는 이른바 ‘이준석 지지하는 이대남’ 대신 ‘70대 수준의 강경 보수’가 주류였다.

이 같은 결과는 2025년 초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던 정치컨설팅 민-한국리서치 웹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부산·울산·경남 20~30대 남성 중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동의한다”라는 응답은 56.0%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58.4%)보다도 낮았다. “탄핵에 승복한다”에 대한 응답은 부산·울산·경남 20~30대 남성에서 68.1%에 불과했다. 대구·경북(72.4%)을 꽤 밑도는 결과다.

여러 조사 결과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대선 이후 부상한 ‘청년 극우’의 실질적 본거지가 부산·울산·경남의 쇠락한 제조업 중심지라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서 20~30대 남성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데. 아울러 극심한 남초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시도별 성비는 경북이 여성 100명당 남성 135명으로 가장 높고, 울산(133명)과 경남(129명) 순이다. 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과업에서 탈락한 젊은 남성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미국 동북부 러스트벨트나 애팔래치아 산맥 기슭의 백인 중하층 남성 노동계급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의미다.

/한국일보

대구가 더 보수의 ‘심장’ 같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부산과 경남, 특히 경남의 선거 판세가 대구 못지않게 박빙이라는 것이다. 즉 경남의 보수세는 대구만큼이나 세다.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 가운데 하나는 20~30대 남성의 보수화, 좀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극우에 가까운 강경 보수화다. 국민의힘 후보 입장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동원할지 상당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민주당 후보는 20~30대 남성이 큰 약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보수의 파편화가 한동훈-박민식 접전에 미치는 영향

2위 후보가 3자 구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3위 후보의 지지율이 20% 밑, 가급적 15%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두 번째는 1위 후보의 지지율이 40%선 밑으로 내려와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조건인 이유는 유권자 지형 때문이다. 유권자의 정치적 선호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으며, 강고한 양당제하에서 어느 정도는 한쪽 편에 기울어져 있다. 제3후보가 양 진영에서 고루 표를 얻는다 해도, 전통적인 한 진영 후보의 지지율을 명백히 당선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내려야만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치는 않다. 선두 후보의 지지율을 40% 수준으로 억제해야만 한다. 그래야 박빙 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선거전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탄2 신도시가 2010년대 후반부터 조성된 신도시로 고령 보수 유권자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을 17.9%로 첫 여론조사(20.1%)보다 더 줄일 수 있었다. 그래도 완전히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전통적 보수 유권자의 정당 일체감을 부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후보는 나머지 민주당 성향이지만, 당시 민주당에 불만이 있던 30~40대 초반 중산층을 광범위하게 동원하고 끌어들이는 데 사력을 다했다. 첫 여론조사에서 46.2%를 얻었던 공영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꽤 떨어졌는데, 이렇게 이탈한 표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이 후보와 공 후보의 격차는 불과 2.7%P에 불과했다.

부산 북구 갑에서 한동훈 후보와 박민식 예비후보가 벌이고 있는 2위 쟁탈전은 실상 상대방의 지지율을 20% 밑으로 떨어뜨리는 싸움이다. 그리고 20% 밑으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할 경우, 선두인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꽤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판세는 둘 중 한 명의 지지율이 푹 꺼지는 상황이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KBS부산이 의뢰해 한국리서치가 4월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 후보는 30%, 박 예비후보는 25%, 한 후보는 24%가 각각 나왔다. 그런데 국힘 지지층에는 박 후보가 51%로 앞섰고, 한 후보는 33%에 불과했다. 대신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46%가 하 후보를, 21%가 한 후보를 지지했다. 다시 말해 강성 보수이고, ‘짠물’만 남은 국힘 지지자는 박민식 후보를 지지한다.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연성 보수이고, 지금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다. 연령대도 장노년층으로 올라간다.

문제는 두 그룹이 서로 섞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16일 자 뉴스레터 <[한국일보 칼럼] '국민의힘 궤멸', 근본 문제는 지지자의 파편화에 있다>에서 썼듯, 한동훈을 싫어하는 20~30대 남성은 별로가 아니라 ‘절대 안 됨’ 수준의 반응을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부류의 강경 보수는 이념적 자기 평가에서 ‘매우 보수적’이라고 답한 집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약간 보수적’ 집단으로만 가도 지지가 급락한다. 보수 진영 내에서 ‘중앙’ 또는 ‘(당내) 중도’라고 할 만한 지지자 집단이 사실상 붕괴하면서 다수 연합을 구성할 수 있는 접착제 역할을 할 집단이 사라졌고, 파편화된 지지층과 그에 기반한 정치인의 각자도생만 남았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판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하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40%를 밑도는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고, 특정 보수 진영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면 쏠림 현상이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한 중앙정치 이슈가 커지면서 진영 결집이 강화되면서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둘 중 한 명의 지지율이 20% 전후로 하락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민주당 영남 캠페인의 맹점: 수도권 정당화

과거 선거와 비교해 영남에서 민주당의 세력은 확실히 성장했다. 김부겸 효과에 힘입어 기초 단체장 후보는 8명(직전 선거 4명), 광역의원 후보는 26명(직전 4명), 기초의원 후보는 45명이다. 사상 최초로 대구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셈이다. 부산이나 경남도 마찬가지로 상당수 지역에서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 캠페인의 양상을 뜯어보면, 수도권 정당의 색채가 뚜렷하다. 부산 북갑으로 차출된 하정우 후보(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그에 대해 초·중·고를 모두 북구에서 졸업한 지역 토박이이자,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구를 계승할 최적임자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지역과의 접점은 거의 없는 인물이다. 슬로건도 AI 3대 강국 실현, 이재명·전재수·하정우가 만드는 새 성장, 해양 수도×피지컬 AI=부산 대전환같이 지역구 색채가 옅다.

부산의 새로운 성장을 좀 더 강조한 하정우 후보(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출마 동영상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북구는 항만 도시로서 부산의 역사가 시작된 중구·동구·영도구·서구와 달리 낙동강 하류의 수운 거점이었고, 1960년대 이후에는 공장지대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나름의 소지역색이 없지 않고, 지역의 특수한 이해관계와 사정이 있다. 하 후보가 다른 두 보수 후보 대비 소폭의 우세인 상황은, 그가 구포시장, 덕천동, 만덕동의 생활문제와 개발, 교통, 교육, 상권, 주거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앙 정치’ 의제만 가지고 내려온 낙하산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신뢰 문제다.

영남권에서 민주당 강세는, 결국 지역의 먹고사는 문제를 국민의힘이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심은 민주당을 찍겠다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만한 사람을 밀어주겠다는 다분히 실용적인 동기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민주당의 영남권 공략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바로 수도권 상위 중산층이 주도하는 정당, 수도권의 열성 당원들의 동원에 의존하는 정당이 쇠락하는 제조업 지대의 유권자들을 대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중앙당 차원에서 공을 들인다. 핵심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당’이다. 정청래 대표가 2일 포항 방문 자리에서 “대구나 경북에서 원하는 것은 그냥 다 해드리고 싶다”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과연 중앙에서 지역에 자원을 약속하는 형태의 메시지는, 지역의 의제를 지역의 언어로 말하는 자신들의 후보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나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영남 유권자는 중앙의 시혜를 원하는가, 아니면 협상력을 원하는가? 이것이 영남권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정치인들이 답해야 할 진짜 문제일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호남' 목소리의 급격한 위축에 대해 "'변방'의 호남 정치"라는 표현까지 쓴 광주일보 2023년 12월 7일자 기사. '중앙'에 대한 '지방'의 불만은 영남과 호남을 가리지 않는다. /광주일보

근본적인 모순: 서울은 지방을 설득할 수 있는가?

영남권 선거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서울’이 ‘지방’을 설득하고, 지지자 연합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이다. 달리 말하면 서울 중심의 중앙정치와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구조가 지방 유권자에게 ‘우리를 믿고 따라오라’라고 말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 문제는 산업화 이래 작동해 왔던 지방 지배 체제가 와해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났다. 지역에 도로, 철도, 공항, 항만이 깔리고 산업단지가 생기고, 공공기관이 이전해도 청년은 계속 수도권으로 떠난다. 좋은 일자리와 기업의 의사결정 기능,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자산 축적의 기회는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방 유권자는 “중앙에서 무엇을 내려주겠다는 약속은 많은데, 왜 내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는 그 질문이 보수 정당에 대한 심판론으로 분출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호남과 충청 권역도 비슷하게 안고 있다. 2016년 국민의당의 호남 석권, 2024년 총선 비례 대표에서 조국혁신당의 호남 제1당 등극은 수도권 정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지방의 불만이 근본적 원인 중 하나다. 심지어 경기도도 왜 자신이 온갖 좋은 게 몰려있는 서울이란 ‘노른자’ 주변의 ‘흰자’ 역할을 해야 하는지 불만이 상당하다.

정치의 서울화 내지는 수도권화, 그리고 서울 강남 3구를 정점으로 하는 공간적 위계질서에 따른 불만은 지방의 정치 지형에서 유동성을 높이고, 부동층이라 할 만한 유권자도 증가시킬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여기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다, 의도와 다르게 민주당 초강세 지역인 광주·전남만 통합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 영남권 선거는 표층에서는 보수 정당 심판과 민주당의 진정한 전국 정당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내려가면 ‘지방’이 ‘중앙’에 보내는 불만이 얼마나 켜켜이 쌓여있는가가 드러난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지방 정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