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30대 여성의 탈(脫)민주당은 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인가
안녕하세요. 프로네시스리포트 조귀동입니다.
이번 주 한국일보 칼럼에서 30대 여성이 민주당을 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가 다루었습니다. 제목은 <30대 여성의 지지 철회, 민주당 떠나는 이유>입니다.
갤럽 정례 조사는 매월 말 한 달 치 조사를 종합해서 연령별-성별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과 응답자 이념 평가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7월 결과를 보면 30대 여성의 대통령 부정평가는 40%로 60대(41%), 70대(39%)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념 평가에서도 30대 여성은 자신을 '보수'라고 보는 응답자가 '진보'라고 보는 응답자를 앞질렀습니다.
지금의 30대는 10여 년 전 20대 젠더 갈등의 당사자로서, 젊은 여성의 민주당 쏠림을 상징하는 집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코호트가 민주당을 이탈하는 것이죠. 이렇게 된 이유는 일단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불만이 크겠지만 그 외에도 구조적인 요인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 30대 여성의 탈(脫)민주당이 지속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좀 정리해 봤습니다.
일단 글부터 보시죠.
'30대 여성의 지지 철회',
민주당이 '주류 정당'이 된 대가인가?
보수 성향 뚜렷해진 30대 여성
결혼·출산, 중요해진 자산증식
민주당 지지자 연합, 한계 직면
최근의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이끈 핵심 집단이 있다면, 단연 '30대 여성'이다. 갤럽 정례조사에서 이들의 대통령 긍정평가는 3월에는 70%에 달했지만, 7월에는 47%에 머물렀다. 23%포인트(p)나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20%p(20%→40%) 뛰었다. 지난 달부터는 이 집단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규정한 응답자(27%)가 '진보(23%)'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3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 강도가 약해지는 조짐은 2025년부터 나타났다. 그해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 득표(출구조사 기준 9.3%)나, 지난 6월의 서울시장 선거 오세훈 후보 득표(45.3%)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상황은 '탈(脫)민주당'이 본격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987~1996년생 여성은 10년 전 젠더갈등의 핵심 당사자였고, 민주당 지지세가 매우 뚜렷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변신 원인은 뭘까.
원인은 세 가지다. 먼저 자산 격차 확대를 축으로 한 세대 갈등의 부각이다. 둘째는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 차별 약화 등 구조적인 변화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민주당이 여성의 이해관계를 더 이상 대변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혼 여성의 새로운 각성
30대 여성은 생애 주기상,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이해관계와 세계관이 재구축되는 경험을 한다. 이들에게 젠더 이슈는 더 이상 핵심 이슈가 아니다. 대신 주거 환경, 자녀 양육, 그리고 자산 증식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이준석 의원이 서울 상계동(노원구 병 선거구)에서와 달리 균질한 핵가족이 거주하는 경기도 동탄(화성시 을)에서 30대 여성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배우자가 있는 30대 여성 비율은 노원구는 46%인데, 화성시는 67%에 달한다.
여성의 생애 주기에서 30대 중후반은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시기다. 당연히 주택 가격 상승에 의한 주거·자산 사다리 붕괴에 가장 민감한 시기다. 게다가 임차인 비율도 높다. 갤럽이 6월 20~21일 서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정권이)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30대 여성은 54%로 여성 응답자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잘하고 있다'는 20%에 불과했다. 따라서 30대 여성들이, 40~50대가 주력 지지계층인 민주당과 이해관계가 대립한다고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최근 젊은 척하는 중년층을 희화화하는 '영포티' 담론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도 젊은 여성의 세계관 속에 세대 갈등 요인이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젠더 이슈에 신경 쓸 여력 없는 세대
과거 이 세대에서 젠더갈등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집단은 고학력 중상층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겪는 차별의 강도는 이전보다 약해졌다. 최근 출산율 상승이 소득 상위 30% 집단에 집중된 이유다. 김영미 연세대 교수는 최근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서 "고학력 여성은 결혼 후 자유 제약에 대한 우려를 △돌봄의 외주화 △경력 유지 △협상력 있는 파트너 선택 등 경제적 자원에 기반한 수단으로 완화할 수 있으나 저학력 여성에게는 그러한 수단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젠더 요인이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메커니즘도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중상층의 보수화는 필연적이다. 중하층은 자산 격차와 임대료 상승이 그들을 압박한다.
민주당의 정책도 여성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주지 않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검찰개혁이다. 과거 여성 대상 범죄 이슈는 지자체가 얼마나 행정력을 발휘할지 경쟁하는 안전 이슈에 가까웠다. 그래서 민주당 지자체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여성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완수사권 등의 논란에서 젊은 여성들이 제기하는 불만들은, 그들이 서구식 법질서 이슈에 민감한 유권자 집단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분야는 보수가 주도권을 쥐는 영역이다.
민주당은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하지만, 정당의 지지자 연합은 무한히 범위를 넓힐 수 없다. 유럽의 중도좌파 정당이 1990년대 후반 중산층 정당이 되면서 중하층 유권자가 이탈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30대 여성의 급격한 민주당 이탈로 나타났다. 그 뿌리에는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확고한 '주류 정당'이 되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고, 좀 더 자세히 맥락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적인 요인은
1.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일 것입니다. 하지만 매매가뿐만 아니라 임대료 상승도 상당한 불만을 사게 되는 요인입니다.
2. 그리고 30대 여성은 부동산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고, 지금의 상황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겠죠. 먼저 결혼을 하고 가계 살림을 책임지게 되면서 생활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30대라는 시기가 자산-주거 사다리를 올라타는 첫번째 단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내 소득으로 집을 못 사게 되었는데, 전셋값까지 가파르게 오른다'라는 데 대해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30대 여성의 혼인으로의 이행 비율에 대해서 칼럼 앞부분에 간단히 환기했습니다.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의 민주당 이탈 수준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만 강도가 차이가 꽤 나타나기도 하고요.
3. 아울러 젠더 요인의 소멸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젠더 갈등을 남성의 보수화로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2010년대 상황을 보면 여성의 진보화, 내지는 반보수화 현상도 상당 부분 일어났습니다.
4. 이는 명문대를 나온 중상위층 여성에게서 꽤 두드러지는 것이었는데, 명문대를 나오고 충분히 능력을 갖추었지만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다는 게 그들이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배경이라고 저는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부터 주장해왔습니다. 어찌보면 '진정한 능력주의자'는 이들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노동시장 여건이나 사회, 제도적인 상황이 바뀌고 이전보다 여성이 받는 차별이 약해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젠더 이슈를 굳이 들고 나올 유인도 줄어들게 되었죠.
지금의 30대 여성이 10여 년전 젠더 갈등의 당사자였다지만, 그에 따른 '세대 효과'는 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젠더가 차지하는 부분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5. 아울러 여성 안전 이슈가 급격히 서구의 법질서(law enforcement) 이슈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장윤기 부실 수사, 장미란씨 사건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찰 수사와 관련된 문제는 단순히 검찰개혁이나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근본적인 이슈 주도권이나 해당 이슈의 발화 방식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법질서 영역은 대개 보수가 주도하는 공간인데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추진한 결과 수세적인 입장에 취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6. 결국 중상층 여성의 탈민주당화는 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 여기에 중하층 여성도 딱히 민주당을 지지할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가장 큰 원인은 민주당이 배우고 부유하고, 자산도 많은 50~60대의 정당이 되고 있기 때문이고요. 정책적인 스탠스 뿐만 아니라 여러 요인에서 중하층 여성의 입장에서 딱히 정당일체감을 느낄 수 없는 정치 세력이 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7. 민주당이 과거에는 고소득-저자산 계층을 위해서 복지 정책을 내놓은 정당이었지만, 이제 고소득-고자산 계층이 주도하는 정당이 되었다는 문제가 있죠. 명실상부한 ‘주류 정당’의 의미는 이것일 테고요.
8. 그렇다면 30대 여성은 민주당 대신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 그건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이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죠. 오히려 비당파화된 유동적 투표층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30대의 표심도 분화가 상당히 될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 여성이 앞으로 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스윙보터로서 상당한 결정권을 쥐게 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