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국민의힘 몰락, 보수의 분화와 자영업자 이탈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몰락, 보수의 분화와 자영업자 이탈에서 시작됐다

입력 2026.02.19 04:30 25면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산업화·권위주의로 고립 자초
필패 구조에서 비상계엄 귀결
뿌리부터 바꿔야만 상황 반전

국민의힘 몰락, 보수의 분화와 자영업자 이탈에서 시작됐다-오피니언ㅣ한국일보
(숫자로 본 대한민국) 국민의힘은 202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유권자의 분화, 자영업자 및 60대 이탈, 구조적 열세 등으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 비상계엄 논란과 극단 보수 노선이 문제로 지적된다. | 국민의힘은 극단 보수 세력과의 단절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선거에서 승리할 비전과 실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자영업자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민주당으로 이동하고 보수 유권자 내 분화가 심화되면서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이 약화됐습니다.,비상계엄 사태와 비민주적 행태로 인해 국민의힘은 기존 지지층을 잃었으며 이는 오랜 지지연합 붕괴…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00일 정도 앞둔 현재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지방의원 후보의 상황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분들은 지금 속이 타들어 간다" 표현했던 것 이상으로 절망적이다.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극단 보수 노선의 청산은 쉽지 않다. 그들을 청산한다 해도,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률이 높지 않아서다. 명확한 실익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니 비상계엄의 늪에서 빠져나오자는 말이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요컨대 국민의힘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저지르고, 극단 보수가 이를 옹호해서만이 아니다. 그전부터 국민의힘은 구조적 열세였다.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 가치관을 지녔지만, 정치·사회·문화적인 영역에서 국민의힘과 거리감을 느끼는 유권자 집단의 외면 때문이었다. 보수 유권자의 분화 속에서 국민의힘은 산업화와 권위주의의 유산만 고집하다 소구력을 상실했다. 따지고 보면 부정선거론을 믿고, 극단적 행태까지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런 주장만이 선거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게 된 현실을 부정하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국민의힘 산하 여의도연구원이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유권자 성향 조사를 살펴보자. 국민의힘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조사는 기존의 보수-진보 축에 더해 권위주의-자유주의 축을 더해 2차원으로 유권자 집단을 분류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은 65세 미만 유권자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조사 결과 전통적인 '권위주의 보수', 즉 반공주의·강한 국가·산업화 세대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유권자는 전체의 26%였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되 정치·사회 영역에서는 탈권위주의적 유권자 집단(자유주의 보수)도 18%에 달했다. 연령대로는 20~30대, 지역으로는 서울과 인천·경기에 자유주의 보수 집단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문제는 자유주의 보수의 정당 지지율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24%)이 국민의힘(23%)보다 더 높았다. 개혁신당(7%)과 조국혁신당(6%)도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이 열세에 놓이게 된 핵심 원인은 충분히 보수 정치 세력에 표를 던질 수 있는 유권자 집단이 외면해서다.

과거 보수의 아성이었던 자영업자 계층에서도 이제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하다. 갤럽이 역대 대선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2012년 대선 자영업자의 지지율은 박근혜 후보 51%, 문재인 후보 42%였다. 그런데 2022년에는 윤석열 후보 35%, 이재명 후보 47%로 역전됐다. 지난해 대선 결과도 비슷하다. 경제적 효율성에서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지역화폐와 같은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민주당이 꾸준히 내놓은 결과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지자체를 장악한 것도 자영업자 관점에서 '누가 내 편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60대의 탈보수 현상도 뚜렷하다. 60대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고, 이들의 일자리 상당수가 사회복지 등 공공부문에서 오기 때문이다. 60대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2년 남성 51.8%, 여성 28.5%였는데 2025년에는 남성 57.3%, 여성 40.2% 구조로 바뀌었다. 복지 확대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민주당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은 60대 유권자 집단이 노동시장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보수의 분화, 자영업자 이탈, 장노년 노동시장 변화는 이전부터 진행된 추세였다. 그런 상황에서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이 붙잡아야 하는 집단을 확실히 밀어낸 사건이었다. 비민주적 행태일 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 심리가 얼면서 자영업자와 고령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위기는 극단적 세력 때문만이 아니다. 유권자의 44%는 보수적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그들을 규합할 수 없는 이념·정책·상징·인물만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이어진 지지연합의 붕괴와 그 붕괴에 대응하지 못한 정치적 선택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