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이재명 정부가 경계해야 할 강력했던 '박근혜 정부'의 길
이재명 정부가 경계해야 할 강력했던 '박근혜 정부'의 길
입력 2025.08.28 04:30 25면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명확한 한계 존재하는 진보 표심
지지자 연합의 낮은 내구도 특징
진영 넘어선 모두의 대통령 돼야
최근 "민주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유권자 지형이 확 바뀐 '재정렬'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유행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중도층이 구조적으로 민주당에 쏠리게 됐다는 것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이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연이은 강경 발언 등 지지층만 바라보는 공세 일변도 행보가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 몇 년의 선거 결과는 민주·진보 진영의 득표력에 명확한 '천장'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을 더하면 50.4%다. 2022년 대선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 득표율(50.2%)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총력전이 벌어지는 대선이 아닌 지방선거선·총선은 지지자 동원 강도와 중도층 표심에 따라 결과가 확 바뀌었다. 민주·진보 진영의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46.0%(광역의원 비례 기준)로 쪼그라들면서 대패했고, 2024년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포함 53.1%를 얻어 국민의힘을 영남당으로 전락시켰다.
정치 지형이 분명 민주당에 유리해지긴 했지만, 이쪽의 지지자 연합도 유동성이 만만치 않게 강해진 상황이다. 정당 지지율 흐름도 이를 잘 보여준다. 2017년 6월 갤럽 조사에서 49%까지 치솟았다가, 2022년 지선 패배 직후 22%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48%에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민주당 지지자의 4분의 1가량은 언제든지 다른 정당으로 옮길 수 있다고 답한다. 이는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규모다.
표심 급등락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두터운 중도층이다. 동아시아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대선 당시 스스로 '중도'라고 평가한 유권자는 46.4%에 달했다. 이들을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절반씩 나눠 가졌다. 두 번째는 지지자 연합의 약한 '내구도'(耐久度)다. 강경하게 정치·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수도권 중산층과 상대적 온건파인 호남과 호남 출향민의 정서는 지금도 꽤 다르다.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는 정청래 대표와 중도 보수를 표방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차이는, 그들의 정치적 뿌리가 각각 노사모와 성남시의 성호시장(성남과 호남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진 성남의 재래시장)이라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40~50대 세대 연합 성격이 강해진 것도 약점이다. 서울 마포·용산·성동구의 아파트를 소유한 1970년대생과, 경기도 베드타운에서 장시간 출퇴근에 시달리는 1980년대생의 이해관계는 명백히 다르다. 세대 내부의 자산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계속 똑같은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빈약한 세수 여력 속에서 전형적인 중·저소득층 대상 재정 투입 정책인 민생회복 소비 쿠폰과 상위 중산층이 핵심 타깃인 증시 부양용 세제 개편을 양립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야당이 약하다고 우리 편만 바라볼 때' 어떻게 몰락하는지 잘 보여준다. 한때 63%에 달한 지지율이 2013년 9~10월 급락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기초연금을 둘러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서 '하고 싶어 하는 것만 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지지율이 꺾이자 세월호 참사, 연말정산 파동 등에서의 정치적 위기 관리가 되지 않고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이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는 데 안주해 내부 단속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016년 4월 총선에 패배하고 보수는 풍비박산이 났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건 어렵고 '진영의 대통령'이 되는 건 쉽다. 강성 지지층이 좋아하니 정당 내 정치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종국에는 선거에 패배할 수밖에 없는 자멸의 길이다. 이전 대통령들의 굵직한 실패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