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이재명의 계양을…'호남·충청'+'계층 경험'으로 민주당 아성됐다
이재명의 계양을…'호남·충청'+'계층 경험'으로 민주당 아성됐다
입력 2025.09.25 04:30 25면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민주당, 수도권 절대우위 구축
지역주의 넘는 계층구조 배경
보수 활로도 그곳에서 찾아야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구조적인 우위에 선 결정적 요인은 호남과 충청 출신 이주민이다. 지난 대선 직전 갤럽이 아버지의 고향에 따른 대선 후보 지지를 물어본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원적지가 광주·전라인 응답자는 70%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대전·세종·충청 출신도 이 후보(45%)가 김문수 후보(39%)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인천·경기'라고 답한 사람에게서는 김 후보(42%)가 이 후보(40%)를 앞섰다. 2022년 대선 직전 조사에서 호남과 충청이 뿌리인 사람들의 이재명 지지율은 올해 대비 각각 3%포인트 낮았는데, 심상정 후보 지지율을 고려하면 실질적 변화는 거의 없다. 이는 이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축적된 구조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집계된 원적지 분포는 광주·전라 20.8%, 대전·세종·충청 16.3%, 인천·경기 9.8%다. 산업화 시기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이주한 노동자나 자영업자,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민주당의 주력 지지층이다.
단순히 지역주의의 발로라 설명하기 어렵다. 수도권 이주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중하층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한 계층적 경험 때문이다. 지역과 계층 등 여러 요인이 중첩돼 민주당 지지로 귀결되는 ‘강화 압력(reinforcing pressures)’으로 작동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30, 40대 통근자들이 자산과 삶의 질의 격차에서 나오는 불만을 민주당 지지로 표출하면서, 수도권에서 일방적인 선거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거구가 인천시 계양구 을이다. 원래 계양구는 인천에서 별개 생활권인, 변방에 가까웠던 곳이다. 1970년대 부평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일대에 도시가 형성됐다. 충청 출신은 주로 공주·논산·금산이 고향으로 계양구 효성동이나 부평구 산곡동에 모여 살았다. 호남 출신들은 1980년대부터 서울을 거쳐 대거 유입됐는데 영세 자영업이나 소규모 공장의 노동자로 많이 일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0년 광주 대동고 재학 시절 5·18을 겪었고, 1985~1991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소속으로 노동운동을 한 송영길 전 시장이 여기서 5선을 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GM 부평공장(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등 일대의 제조업이 쇠퇴한 뒤에는 서울과 경기도로 출퇴근하는 통근자들이 주로 유입됐다. 202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2세 이상 인구 가운데 서울·경기 통근자 비율은 17.7%로 인천시 전체(13.5%)를 웃돈다. 특히 30~49세 연령 집단에서는 다른 시도에 일자리가 있는 비율이 25.7%에 달한다. 이들의 유입으로 계양구의 민주당 강세는 더 심해졌다. 몇 년 전 개발된 박촌·동양·귤현 등 소규모 택지개발지구에 통근자들이 흩어져 사는 계양 3동에서 이재명 후보가 25.8%p 차이로 대승을 거둔 게 대표적이다.
계양구 을과 같은 ‘서울 밖’ 수도권 주민들은 출신 지역, 계층, 세대, 자산 등 여러 측면에서 경제사회적 약자다.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이 꽤 단단한 이유는 각각의 정체성이 긴밀하게 결합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수 정당이 불리한 유권자 지형을 극복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유권자 지형이 불리할 경우, 개별적 정체성이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교차 압력(cross-pressure)’를 만들어 내야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행보는 정반대였다. 호남 출신 이주민에게는 ‘전라도 빨갱이’ 마타도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한국계 중국인 작곡가 정율성 흉상 논란이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고자산 계층에 유리한 민생 정책으로 대응했다.
국민의힘이 되살아나려면 지난 수십 년간 보수가 약자로 내몰았던 이들의 마음을 잡을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과거의 정치 행태 중 다수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