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습관’을 다시 꺼낸 대통령, 비명계 인정투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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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형식을 바꿉니다. 매주 핵심 쟁점과 숫자, 눈여겨볼 일정, 분석과 전망을 한 번에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한 주제를 깊이 다루는 장문 분석은 월 2회가량 따로 발행합니다. 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A. 핵심 포인트

‘원맨아미(1인 군대)’가 되어가는 이재명

휘하에 장교단이 없는 장군은 위기에 어떻게 하는가. 자신이 모든 것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점점 SNS를 통한 메시지 전쟁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재명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방어했다. 그에게 반기를 든 김용민, 추미애 등을 겨냥해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 요구”한다, “서민들의 혈세로 온갖 호사는 다 누리면서 힘없는 서민들에는 더 가혹하다” 등의 메시지를 X(구 트위터)에 올리면서 싸움에 나섰다.

액션 영화에서는 한 명이 모든 적을 쓸어버리는 원맨아미가 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스스로 모든 걸 책임지고, 모든 이들과 직접 맞싸울수록 대통령의 정치적 취약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은 이재명 한 명의 개인기가 아니라, 이재명이 이끄는 조직의 역량이라는 것도 문제다. 완충지대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왜 비명계는 그렇게 빨리 인정투쟁에 나서나

추미애, 김용민, 그리고 현직 공무원이지만 정치 일선에 나선 임은정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비명계의 리더 내지는 아이돌 역할을 맡는 것이 정치적 목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정치적 자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 사람이 검찰 개혁 등의 이슈에서 극한의 선명성 투쟁에 나서고,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이유다.

대선 후보가 되기에도, 킹메이커가 되기에도 고만고만한 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누구도 비명계를 대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커졌지만, 그 불만을 누가 대표하는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 불만을 누가 끌고 나가면서, 선두 주자로 부상하느냐가 향후 몇 달간의 정국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한동훈과 장동혁의 엇갈리는 전략

한동훈의 전략은 제대로 된 야당 투사되기다. ‘야당다운 야당’이 없는 상황에서 그 빈자리를 차지한 뒤에 정치적 자본을 쌓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으로 국민의힘을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 ‘여당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정치 지도자가 되는 건 만만치 않은 과제다. 두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괴리가 한동훈의 ‘야당 본색’ 행보를 점점 제약할 것이다.

장동혁은 통상의 야당 지도자와 보법이 다르다. ‘야당다운 야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관심받는 지도자’가 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정치적으로 비합리적인 건 아니다. 그의 전략은 철저하게 ‘3위 보수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선두 주자인 한동훈과 오세훈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상당한 제약 조건이 있는 상황에서, 당을 계속 장악해서 2028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해야 승리 전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가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강성 우파의 지지다. 따라서 이 강성 우파의 지지를 받고, 그들의 관심을 이진숙 등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B. 숫자와 의미

35% vs. 3% vs. 26%

-민주당, 조국혁신당, 국민의힘의 지지율

갤럽 정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5%로 9월 3주(15~17일) 대비 5%P 하락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반대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여당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중반대로 하락한다면, 민주당 지지율도 엇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눈 여겨 볼 것은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속 2~3%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오르지 않는 게 아니라, 상승폭이 미미한 것에 가깝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유의미한 대선 주자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코어 지지층(김어준)’, ‘A그룹(유시민)’이 해당 파벌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6%로 횡보하고 있다. 서울(28%)과 인천/경기(25%)에서 지지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다운 야당’도 아니고 ‘여당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실력이 있는 정당이 아니니 굳이 수도권 유권자들이 정당 지지를 바꿀 의향이 없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61% -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

지난주 정례조사에서 갤럽은 분야별 정책 평가를 실시했다. 부동산 정책에서 부정 평가는 61%로 다른 경제·사회 분야를 압도했다. 공직자 인사(57%), 대북한(55%)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30대(69%)와 서울(66%) 및 인천/경기(65%)의 불만이 높았다. 7월 조사(부정평가 30대 56%, 서울 59%, 인천/경기 47%)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지만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인천/경기 지역이다. 부동산 문제가 경기도로 확산하고, 매매가뿐만 아니라 임대료도 줄곧 상승세인 상황에서 경기도 신도시의 젊은 유권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8.35% -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

한국부동산원이 8일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35% 상승했다. 전년 같은 기간 상승률은 1.87%였다. 매매가 상승률은 8.31%였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더 높다. 경기도의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5.77%였다.

12.8%와 13.5%
- 유시민과 김민석 지지자가 상대 인물을 신뢰하는 비율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하는 정례여론조사(무선 RDD ARS 방식)는 김민석, 조국, 유시민, 김어준에 대한 신뢰도를 함께 조사한다. 5~6일 조사에서 이들의 신뢰도는 28.4%, 21.2%, 29.8%, 21.8%로 네 사람이 모두 30% 밑으로 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유시민을 신뢰하는 사람 가운데 김민석을 신뢰하는 사람은 12.8%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김민석을 신뢰하는 사람 가운데 유시민을 신뢰하는 사람은 13.8%였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C. 눈여겨봐야 할 것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
: 늦어질수록 대통령 리더십은 타격을 받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 인사가 표류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친명계 중진인 김영진 의원은 8일 “현역 의원을 차출해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치르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고사 차원을 넘어서서, 친명계 의원들이 비서실장 차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재명은 이렇다 할 세력이 없고, 그나마 있는 핵심 엘리트 집단은 비서실장 같은 중책을 맡길만한 경력이 없다. 친명계 동료 의원들에게 그는 ‘제1시민(프린켑스)’ 정도의 위상을 갖는 동업자이지, 세력의 수장이 아니다.

문제는 비서실장이란 자리를 외부인에게 주기에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통제가 필요 없는 이를 앉히자니 능력과 자격이 부족하다. 정치인은 빠르게 가라앉는 대통령과 함께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관료 출신을 앉히기에는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움직일지 신뢰가 없다. 비서실장 인사가 늦어질수록, 대통령이 안고 있는 문제가 부각되고 그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JTBC 유튜브 캡처

‘비명’의 조직적 저항은 일어날 것인가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리더십이 훼손되면 비명계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비명과 친명의 대립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13일에는 행안위의 경기도 국감이 있고, 14일에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있다.

중수청장은 임명 뒤에도 문제다. 임은정(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에 대한 감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임은정이 어떻게 정치적 반격에 나서느냐부터 만만치 않다. 김용민의 법사위 사보임도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오세훈의 국감 출석

15일 행안위 서울시 국감에 오세훈 시장이 출석한다. 부동산 문제를 놓고 오세훈과 민주당 의원들의 충돌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될 것이다. 특히 오세훈 쪽에서 강경한 톤으로 민주당과 맞싸울 충분한 정치적 유인이 있다. 피감기관장이지만, 그에게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격할 무대다.


D. 분석과 전망

‘수단 없음’이 만들어내는 ‘익숙한 습관의 반복’

왜 대통령은 SNS 정치에 나섰는가? 첫 번째 이유는 누구도 그 대신 싸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할 수 있는 정치적, 정책적 수단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통령과 친명계가 보유하고 있는 어젠다, 상징, 정책들은 탈(脫)이재명 집단, 특히 중도·연성 보수나 30대 수도권 여성 같은 구조적인 이탈층을 붙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남아있는 세력을 모아서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 된다. 비명계에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진영 내 장악력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버텨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는 SNS를 통해 손가락 혁명군, 개딸 등을 만들어내고 당내 투쟁에서 승리한 ‘익숙한 습관’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적극적 SNS 활용, 팬덤의 조직화, ‘적’과 ‘나’의 전선을 확실하게 긋는 싸움꾼식 정치, 계곡 정비 같은 효능감 높은 행정의제 부각, 김대중·노무현·박원순 등 정치적 상징 동원 등 기존 성공 공식은 더 강화된 형태로 반복될 것이다.

사법부와의 전쟁 구도 강화될 것

이러한 통치 행태는 필연적으로 ‘적’이 필요하다.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놓고 만들어진 사법부와 대립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 싸움에서 사법부,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잃을 게 그리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타협하고 청와대 뜻대로 대법관을 임명하는 ‘항복’만 하지 않는다면 된다.

사법부와의 싸움에서 단기간 승리할 수단은 없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대립을 장기간 유지할 인센티브가 상당히 존재한다. 민주당의 주된 의제로 사법개혁을 제기하고, 국회 법안을 통해서 ‘사법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강경파를 관리하는 방법은 안에서 누르는 게 아니라, 밖에 싸울 곳을 내주는 것이다. 사법부와의 싸움은 당내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의제이기도 하다.

8일 이재명 대통령이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발사대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성과를 내고 싶은 ‘외치’가 발목을 잡는다.

‘내치’에서 성과를 낼 수 없는 대통령은 ‘외치’를 돌파구로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정부에서 외치의 성과는 북한과 대화다. 그런데 북한과 대화를 위한 유화적인 태도가 정부에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DMZ 지뢰 폭발 사고는 북한군 소행이라고 군이 발표했지만,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상대로 초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을 비롯한 야권이 적잖은 득점을 올린 이유다. 게다가 한미 관계는 양국의 정보 협력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최악의 국면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대통령이 8일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우리의 안보는 스스로의 힘으로 확보하는 것”이라 말한 것은 어떻게든 북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을 방증한다. 북한을 상대로 유화적인 포지션을 바꾸지 않으면 지지율에도 적잖은 부담이 가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상당히 존재한다. 사실 대북 강경책은 대통령이 고를 수 있는 정책 전환 옵션 가운데 가장 비용이 적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전하면서 군사력을 키우고, 핵무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사실상의 군사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을 상대로 적극 대응하는 것은 보수층의 공격을 벗어나면서 국가 지도자로서 이미지가 강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잃을 건 많지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대화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에 비위를 맞춰주기보다 한국이 레버리지를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정원장 등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정동영 장관을 바꾸는 문제는 가뜩이나 취약한 지지 기반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