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이민자 논란, ‘뉴이재명 2.0’의 시작점?

이번 호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주노동자, 이민자,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공정'과 '역차별'을 앞세운 메시지 캠페인을 벌인 이유와 향후 전망을 심층 분석합니다. 핵심은 그것이 꽤 의도된 것이고, 급진 우파 의제를 흡수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뉴이재명 2.0'의 시작점이라는 예측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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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이재명의 이민자 논란, ‘뉴이재명 2.0’의 시작점?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의제는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한 공격이었다. 대통령의 X(구 트위터)는 이 주제를 계속 반복했다. 시작은 10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임금을 전부 송금해 국내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한 것을, 한겨레가 ‘크게’를 빼고 보도하자, 대통령이 직접 정정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28일에는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게시물을 인용하면서 “지방정부들이 다문화가족을 우대하는 제도가 문제 되고 있다…우대제도 폐지가 필요한지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깊이 검토하겠다”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은 다문화가족 산모가 국가유공자·다자녀와 같은 순위인 게 맞냐는 내용이었고, X에서 ‘자국민 우선주의 죽고 싶지 않은 순혈 한국 여성 반이민 정치인을 원한다’라는 프로필을 내건 사람의 게시물을 퍼나른 것이었다. 29일에는 분명하게 “일부 정책이 본래 취지를 벗어난 과잉으로 특혜에 이르거나 내국인 가정에 대한 역차별이 되어서도 안 된다”라며, 자신이 해당 게시물을 공유한 목적이 ‘내국인 역차별’을 시정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PC주의·위선·진영논리에 사람들이 왜 반감을 갖는지 생각해봐야 한다”(10월 31일),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 안에서 구별되기보다 통합되는 것이 더 중요한데 다문화가정을 예외 없이 본질적인 취약계층으로 취급하면 그 자체가 구분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 “다문화가정에 대한 혐오와 적대를 유발하려는 극우적 선동으로부터 이를 방어 보호하기 위해서도 공격과 선동의 빌미는 최소화해야”(1일) 등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반이민 담론에서 차용하는 ‘새로운 돌파구’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상당히 의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통령은 물러설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청와대 참모들도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통령은 더 강경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 이주노동자, 이민자, 다문화가정에 대해서 좀 더 ‘공정한 정책’ ‘내국인 역차별이 없는 정책’을 자신의 의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공정’이나 ‘평등’을 내세우는 담론 구조가 유럽의 반이민 담론의 그것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동맹(Lega)이 ‘이탈리아인 먼저(Prima Gli Italiani)’를 내걸고, 공공주택·보육시설·복지 수혜에서 이탈리아인이 이민자보다 뒤로 밀린다고 주장했던 게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마린 르 펜은 이슬람을 비판하면서 공화국의 핵심 가치인 세속주의와 진보 의제인 여성 평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이슬람 이민을 반대하는 핵심 논거로 동성애자 권리를 사용한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이탈리아 급진 우파 포퓰리즘 정당 동맹(Lega)의 2018년 집회.

그렇다면 이 의제화가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의제, 현재 강성 우파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대통령이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민자 우대에 대한 반감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그 자리를 강성 우파가 먼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도권 정치 세력’이 진입하지 않았던 그 공간을, 대통령이 나서서 선점하겠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의도이자, 목표로 보는 게 적절하다. 일종의 특정 쟁점에서 진영을 가로질러 다수가 서 있는 자리로 가는 일종의 ‘중위수 전략’이다. 강성 보수는 반대할 수 없다. 나경원 의원이 “역차별 해소 목표는 옳다”고 말한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점에서 지금 대통령의 메시지 공세는 ‘뉴이재명 2.0’ 전략의 시작점이 가능성이 있다. 이전의 ‘뉴이재명 1.0’이 경제 영역에서 중도 실용주의를 강조했다면, 이제 ‘뉴이재명 2.0’은 사회나 문화, 정체성의 영역에서 우파의 의제를 가지고 오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파’라기 보다는 ‘급진 우파’의 의제다. 시장, 성장 등 보수 본류가 아니라 주변부 보수이지만 호응하는 사람은 적잖은 의제인 것이다. 이를 이용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겠다는 게 대통령이 이민자와 다문화가정을 두들기는 목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재명의 ‘민주주의’가 ‘비자유 민주주의’라는 평가를 받게 할 것이다. 비자유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한 정당성은 강조하되, 소수자 보호·사법 독립·언론 자유 같은 자유주의적 제약을 다수의 이름으로 걷어내는 정치를 의미한다. 사법부 국정조사 추진, 언론사에 대한 공격, 소수자 우대 폐지를 한 번에 쏟아내는 건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성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사실 그렇게 '진보'가 아니다

대통령이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의제를 들고 오는 건, 사실 민주당 지지자가 진보 담론이 상정하는 만큼 진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 가지 차원에서 그렇다.

⑴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만연해있다. 에펨코리아 게시물이 퍼왔던 원래 트윗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여성 커뮤니티 ‘더쿠’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다문화 정책 만드는 사람 ㄹㅇ 매국노로 봐야함” “역차별이네 세금내는 자국민 챙겨라 좀” “말이 좋아 다문화지 실질적 매매혼아님? 결혼도 돈으로 육아도 돈으로 다 해주네” 등 적대감 어린 댓글이줄을 이었다. 여성 입장에서 이 이슈는 ‘내 순서를 누가 가로채는가’라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성향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더쿠'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공유한 포스팅과 같은 글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게시물은 5.18민주유공자도 2순위에 포함되어 있다는 게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노동 쪽도 다르지 않다. 건설노조는 여러 해 전부터 불법 외국인력 고용 근절을 요구해 왔다. 2024년에는 “국민세금으로 짓는 건물은 외국인이 아닌 국민이 일할 수 있게 합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조선소 노조가 소식지에서 “현장 작업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많이 해야 살림살이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포화 상태인 지금 조합원들의 잔업과 특근 자리는 값싼 이주노동자가 빼앗아 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일상이다.

⑵ 권위주의 성향

한국의 유권자 지형에서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도 권위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갤럽이 2024년 12월 국민의힘 산하 여의도연구원 의뢰로 실시한 유권자 지형 조사가 대표적이다. 갤럽은 이 조사에서 전통적인 보수-진보 축선에다가 자유주의-권위주의 축선을 더해 2차원으로 유권자 지형을 분석했다. 그런데 ‘권위주의’에 해당되는 유권자 비율은 50%로 자유주의(34%), 중도(18%)를 압도했다. ‘진보’로 분류된 유권자 집단은 40%였는데, 각각 자유주의-진보는 16%였고, 권위주의-진보는 24%였다.

차별금지법이 민주당 안에서 발의와 보류를 반복한 것은 단순히 보수 진영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다. 지도부가 지지층의 사회문화적 보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갤럽-여의도연구원 유권자지형 조사

⑶ 이재명의 포퓰리즘적 요소

이재명 정치의 핵심은 이념이 아니다. ‘국민 대 기득권’이라는 포퓰리즘 구도다. 그리고 포퓰리즘은 다른 이데올로기와 얼마든지 결합할 수 있는 “중심이 얇은 이데올로기(카스 무데&크리스토발 칼트바서)”다. 포퓰리즘 정치의 핵심인 ‘적’에 대한 규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적’은 이주노동자, 이민자, 다문화가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포퓰리즘 정치인은 기존 정당 지도자들이 “민중의 적에 충성하며, 대다수의 운명보다 인기 없는 소수 민족이나 종교적인 소수집단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야스차 뭉크)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⑷ 왜 지금까지 표출되지 않았나

이 태도들이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표출되지 않은 것은 진보 담론의 최상층부 서사 때문이다. 민주화 세대 지식인과 언론이 쓴 서사는 지지층을 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세웠고, 정치를 선과 악의 구도로 만들었다. 그 구도 안에서 이민자 적대감은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겨레와의 일전은 그래서 사건이다. 대통령이 서사의 최상층부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그 아래에 있던 지지층의 태도를 정치적으로 해방한 것이다. “PC주의·위선·진영논리에 사람들이 왜 반감을 갖는지”라는 말은 지지층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기존의 진보 엘리트 최상층부를 겨냥한 말이다.

대통령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지지층 내부의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의제를 던졌나. 먹고 사는 문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지층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문화나 정체성 등의 의제를 ‘발굴’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정부의 의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이는 게 없다. 증시 부양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행정통합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극심한 소지역주의 갈등과 민형배 시장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정치적 리스크 요인으로 되돌아왔다. 부동산 문제는 매매가뿐만 아니라 임대료도 급등하면서 총체적 난국이다. 그렇다고 노동시장의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다. 청년 취업자가 47개월 연속 줄어드는 게 ‘일자리 사정’을 압축해 보여준다.

반도체가 이끈 수출만 좋다. 하지만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공허하다. 몇몇 산업의 수출 실적 확대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한국 경제는 너무나 개방되어있고, 개별 산업은 해외 시장과 더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이나 노동시장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경제 의제 말고 다른 게 필요하다. 돈이 들지 않고, 시장이 반응할 필요가 없고, 트윗 몇 개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의제. 그게 문화와 정체성의 의제다.

구조적 다수론의 함의: 잠재적 도전자의 담론을 내재화한다

구조적 다수를 만들겠다는 전략의 함의는 사실 자기 진영을 키우는 데 있지 않다. 자라날 수 있는 도전자의 담론을 먼저 흡수해 도전자가 자라날 자리를 없애는 데 있다.

가장 분명한 사례가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다. 2010년 집권한 피데스의 오른쪽에는 극우 요빅(Jobbik)이 있었다. 요빅은 2014년 총선에서 20%를 넘기며 피데스를 위협했다. 오르반의 답은 요빅의 의제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2015년 난민 위기 때 국경 장벽을 세우고, 2016년 EU 난민 할당 국민투표를 붙이고, 2018년 ‘소로스 저지법’을 만들었다. 요빅이 하던 말을 정부가 했다. 결과는 요빅의 중도화와 왼쪽으로의 이동이었다. 오르반이 2014년 ‘비자유 민주주의’를 선언한 것이 바로 이 과정의 한가운데였다.

성장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담론을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이 전략의 포인트다. 한국에서 지금 자라나고 있는 것은 안철수나 오세훈의 중도 보수가 아니라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만들어지는 급진 우파 포퓰리즘이다. 보수 본류를 끌어들일 수 없다면, 급진 우파 포퓰리즘을 끌어들이는 것이 이재명의 선택지다. 그리고 그건 역설적으로 장동혁의 국민의힘이 하려는 것과 같다.

2015년 헝가리 오르반 정부의 공식 반이민 광고판. “헝가리에 오더라도 헝가리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구호가 적혀 있다.

이재명이 노리는 대상은 보수 내 ‘자유주의’ 집단이다

담론은 강경 우파에서 가져오지만, 타격 대상은 온건 보수다. 오세훈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트윗에서 “서울시 등 지방정부들이 다문화가족을 우대하는 제도가 문제되고 있습니다”라고 쓰기까지 했다.

오세훈의 자산은 ‘따뜻한 보수’, ‘약자와의 동행’이다. 중도에서 확장성이 있는 ‘검증된 보수’는 이것뿐이다. 오세훈이 경쟁력 있는 이유다. 다문화 우대 폐지 공세는 보수의 자유주의적 가능성, 중도로의 포지션 이동을 겨냥하고, 그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약자와 동행하겠다는 사람이 약자 우대를 폐지하자는 의제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다. 찬성하면 브랜드를 잃고, 반대하면 강성 보수를 잃는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오세훈은 29일 “다문화가족을 상대적으로 더 배려하면 내국인이 박탈감이나 불이익을 느낄 수 있다… 균형점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서울시 다문화 정책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이재명의 노림수는, 문화나 정체성 영역에서 급진 우파, 지금 한국의 강성 우파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선점한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 내부의 온건 우파는 이 드라이브에 참여하고, 경쟁할 강한 압력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보수를 지금의 강성 우파 공간에 몰아넣을 경우, 중도층의 입장에서 민주당을 이탈할 유인은 낮아진다.

그래서 비슷한 전략을 더 취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재명의 급진 우파 의제 차용은 향후 계속되고, 확장될 것이다. ‘뉴이재명 2.0’의 핵심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 외국인 실업급여, 외국인 부동산 매입, 영주권자 지방선거 투표권, 병역특례 등 보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널리 호응을 얻는 의제를 그대로 끌고 오는 형태가 될 것이다. 정책을 펴는 데 비용은 거의 들지 않고, ‘공정’ ‘평등’ 등의 가치를 내세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대통령이 31일 “민감한 사안은 권력자가 밀실에서 결정할 게 아니라 국민이 공개 토론해야 한다”라고 쓴 것은 이를 예고한다.

이 전략의 장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이라는 초대형 스피커가 있다는 것이다. 트윗 몇 개로 국정 의제가 만들어진다. 다른 하나는 숨은 지지자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 지지층을 어느 정도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을 대통령에게, 급진 우파 의제 차용은 중도나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가지고 오기 위한 수단으로 유용하다.

문제는 프레지던시의 훼손이다

비용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직접적 비용은 진보 진영 안의 반발이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 관점에서 한겨레 같은 ‘레거시 진보’는 집권에 도움을 준 적도 없고, 앞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볼 것이다. 진보 서사, 특히 자유주의적 요소는 어차피 무너졌다는 것이 뉴이재명 2.0의 전제다. 그 전제 위에서는 비자유주의적 의제를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비용은 앞으로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다. 바로 프레지던시의 붕괴다. 대통령은 국가라는 집의 가장 역할을 한다. 가장은 식구들의 말다툼에 끼어들지 않는다. 식구 하나를 가리켜 그렇게 말하지 않고, 이웃집 사람의 흥분한 말을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커뮤니티 게시글을 공유하고, 이용자와 답글을 주고받고, 비판자를 “돼지 눈”이라 부르는 대통령은 가장이 아니라 말다툼의 한 쪽이다.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요소를 끌고 오는 것은 이걸 그대로 무너뜨린다. 그 담론은 본래 가장이 아니라 집 밖의 도전자가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게 과연 안정적인 프레지던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번 주 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39%로 내려왔다. SNS 소통에 대해 “빈도가 과도하고 품위를 훼손한다”는 문항을 넣고, 다수가 ‘그렇다’고 답하는 조사(펜앤마이크 의뢰, 여론조사 공정 실시. 무선 ARS, 10월 18~19일)도 빈번해진다.

무엇보다 중도층에서의 확장성을 심각하게 제약할 것이다.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을 잃었을 때, 그것은 국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전쟁, 그리고 ‘뉴이재명 2.0’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급진 우파 슬로건의 차용 전략이 가진 본질적 약점이다.

정기 분석

A. 핵심 포인트

김민석에 대한 반발 고조

11월 25일 김민석 당 대표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 어려우니, 김민석의 낮은 지지율을 문제 삼는 것이다. 그가 취임 당시 공언했던 ‘당 지지율 10% 제도’는 커녕 민주당 지지율과 당 대표 업무 수행 평가가 하락하는 것도 분명한 약점이다. 정청래 전 대표가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취임 100일이 되면 성과나 지지율 이런 것들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며 “저의 역할이 무엇일지, 제가 기치로 내걸 것은 무엇일지, 그때 어떤 깃발을 들고 깃발에 어떤 글을 쓸지 하나하나 생각하고 글을 써놓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그가 당권 투쟁에 다시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문제는 내년 차기 당 대표

보수 진영에서 대선 경쟁이 일찍부터 수면에 오르면서 차기 당 대표 경선이 이야기가 나오게 댔다. 지금 장동혁 대표의 임기는 2027년 8월까지다. 장동혁 대표 대신 다른 사람이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국민의힘 내 역학 관계를 바꾸어야 한다. 당 밖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오세훈, 한동훈 모두 움직일 필요가 있다.

현재 관건은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의원 등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한 ‘분파’의 형성이 어떤 양상을 띠는가, 그리고 이들이 현재 당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강성 우파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어떠한 전략과 연대를 꾀하느냐일 것이다. 아울러 장동혁 대표도 스스로 자진사퇴 해서 경선을 준비하는 등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이전 뉴스레터에서 언급한 ‘영남 단괴’라고 할 수 있는 영남 지역구 의원들의 생각과 거래 시도가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세훈의 통합 행보

이러므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속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칠 것이다. 10월 31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서 “한 의원뿐만 아니라 장 대표까지도 다 아울러서 못 만날 사람 없고 힘 합치지 못할 사람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민주당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선두 주자 입장에서 특정 후보와 각을 세우지 않고, 보수 통합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한동훈의 문제: ‘복당 여부’ 의제화가 유리한가?

문제는 한동훈의 복당이 의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의 한동훈 공격이 대표적이다. 친한계라고 불리는 인사들도 “우리 내부에서도 전당대회에 직접 나가기 위해 복당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동훈의 가치에 동조하는 세력과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 공존한다”(서울신문 11월 2일자)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복당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복당을 위한 당 안팎의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복당한 뒤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전략은 불분명하다. 오히려 대권 주자로서의 한동훈에 대한 브랜딩이 제대로 되지 않고 복당 여부만 쟁점이 되는 상황이다.


B. 눈여겨볼 숫자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찬성 34% vs. 반대 45%

29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다. 정당 지지자별로는 민주당은 찬성 62%, 반대 22%. 국민의힘은 찬성 6%, 반대 81%다. 진영화 된 이슈가 된 것이다. 문제는 없음/모름/무응답에서 찬성 21%, 반대 44%라는 것이다. 사법 개혁 이슈를 밀어붙일수록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에게만 지지받고, 중도층의 이탈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이 이슈에 머뭇대는 이유다.

국민의힘 지지율 30%로 상승

갤럽 정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를 찍었다. 민주당은 35%다. NBS에서는 민주당 36%, 국민의힘 25%로 여전히 차이가 크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30% 중반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일 가능성이 높다.


C. 이번 주 눈여겨봐야할 것

2일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이번 주에 다룬 문화와 정체성 전선 이외에 정책 분야에서 어떤 의제를 던질지가 관심사다.

3일 민주당 여성위원장 경선

현재 친명에 가까운 김남희 의원과 친문인 문정복 의원의 대결이다. 김민석 지도부가 비주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문정복 단선을 추진했던 상황에서, 경선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김민석의 지도력이 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선 결과뿐만 아니라 양측의 득표율이 관건이다.

5일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요구서 보고

민주당은 탄핵이 부담스러우니, 국정조사를 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위’다. 국정조사 요구서 보고를 전후로 해서 민주당 안팎에서 조희대 때리기 경쟁이 어느 정도로 불붙느냐, 그리고 그 못지않게 누가 나서느냐를 보아야 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 임명: 과연 누구냐?

지난달 25일 법무부 장관 후보가 박균택·양부남 두 의원으로 압축됐고 대통령이 막판 고심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법무부 장관은 감감무소식이다. 두 사람 모두 ‘공소 취소를 주장하는 의원 모임’ 소속으로 강하게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주장해 왔다. 조희대 국정조사 등이 맞물리면 ‘대통령이 자신의 공소 취소 등을 위해 법 집행 기관과 사법부를 주무르려 한다’라는 인식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선택지는 많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분명한데, 정치적 리스크도 꽤 분명하다는 게 법무부 장관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