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투쟁의 이해] (2) 이재명·정청래의 전략적 딜레마와 선택지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심각한 전략적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각자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일견 두 사람은 분명한 강점이 있고, 영향력도 정점에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갤럽이 실시하는 정례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65%를 웃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경선에서 이른바 ‘친청’계 후보가 대거 승리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도 아직까진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먼저 이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은 높지만, 정작 이 지지율이 당내 영향력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이기면 정 대표의 공이 되고, 지면 자신의 책임이 될 가능성마저 높다. 청와대가 민주당을 상대로 주도권을 확보할 수단이 없다면,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질 것이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당권을 쥐지 못하고, 지지율까지 하락할 경우 급격히 힘이 빠지고 당내에서 거센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느리고 확실한 정치적 무력화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답답하기는 정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의 처한 문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노선, 지지 기반,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선명성을 무기로 비명 세력을 광범위하게 끌어들였지만, 온전히 정 대표의 자산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 또한 이 대통령 못지않은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다. 8월 경선에서 당 대표가 될 경우 그에게 남은 길은 대선 후보가 되거나, 아니면 킹메이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경로 모두 본인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정치적 자산이 풍부해야 한다. 정 대표는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이나 상징 자본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여건에서는 상당한 어려운 일이다.
두 사람은 분명한 강점과 단단한 권력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약점도 못지않은 이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보유한 자산을 또 다른 형태의 자원으로 변환해야 하지만, 지난 글에서 언급한 중첩된 이중권력 구조-대통령 vs 당 대표, 친명 vs 비명, 원내 vs 원외-가 자본 전환 경로를 차단하고 있다. 각자의 세력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기획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길 역량도 부족하다. 나아가, 2002년 대선 이래 민주당 당내 정치의 승리 공식, 즉 대도시-고학력-고소득·저자산 중산층을 강력한 상징으로 동원하는 방식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의 이중권력 구조 및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것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고, 어떤 선택이든 상당한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제 두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점, 딜레마, 선택지를 각각 살펴본다.
이재명, “장교단 없는 100만 대군”
이재명 대통령은 100만 대군이 있다. 하지만, 이 대군에는 장교들이 없다. 당 안팎에서 거대한 세력을 갖고 있다지만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중간 간부, 그리고 제대로 된 작전을 기획할 수 있는 참모 집단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이곳저곳에서 모인 개별 부대들이 제각각 존재할 뿐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덩치만 크고 오합지졸을 이끄는 건 이 대통령 한 명이다. 그의 개인기와 SNS 메시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86’이라 불리는 명문대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20대부터 함께 활동하면서 긴밀하게 얽히고설킨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공동의 경험, 언어, 세계관이 있다. 누가 선두에 서더라도 이들이 두터운 중간 간부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핵심 엘리트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맺어진 일군의 집단에 몇 명이 추가된 정도다. 네트워크의 양과 질 모두 빈약하다. 여기에 중앙대 법대 동문, 사법고시·사법연수원 동기,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그를 지원한 ‘7인회’라 불리는 정치인들이 더해진다지만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정무·정책·메시지 조직 등 기능마다 필요한 인력 소요를 채우기엔 수가 적다. 이념적 결속이나 공통 경험이 없어서 집단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무리다.
그가 기반하는 ‘난닝구’ 또는 ‘비문’에서 발원하는 집단도 장교단을 제공해 줄 수 없다. 이들은 잡다한 비주류 집단이 모인 것이고, 정치 영역 바깥의 시민 사회의 여러 조직과 연계가 부족하다. 과거의 호남 출신 이주민들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지만, 2020년대 경기도 거주민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공통 경험, 서사,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에 베팅해 급조된 이해결사체에 가깝다. 이른바 ‘뉴 이재명’ 담론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도 또는 보수 지지자나 해당 진영에 속해 있던 정치 엘리트가 이재명을 지지한다지만, 그들이 장교단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청와대와 친명계는 이재명 한 명에 의존하는 방식이 이어지게 된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시절이 연상될 정도로 세부적인 행정 사안을 챙기고,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SNS를 통한 정치에 나서는 덴 이런 사정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이 대통령과 친명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8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당선시키고, 당 장악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2028년 공천이 보장된다. 그리고 꼭 친명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금의 비명계 또는 정청래 대표가 아닌 인물이 대선 후보가 되어서 2030년 대선에서 차기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맡아서 할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을 대신하거나, 또는 그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군대’를 만들고, 작전을 짜고, 당 안팎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집단이 없다. 지난해 당 대표 경선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 대통령의 영향력은 65%가 넘는 지지율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약하다. 청와대의 정치적 기획 역량은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캠페인을 실시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들고나온 광역지자체 행정통합이 대표적이다. 해당 의제는 대도시 유권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애초 의도했던 대전-충남 같이 경합 지역에서는 몇 달 사이에 추진되기 어렵다. 게다가 다른 지역 현안이 모두 사라지고 후보 간 차별성이 없어지면서 기존에 인지도가 높은, 그래서 비명계가 유리한 구도가 됐다. (관련 글: 청와대 역량 부족 드러낸 행정 통합… '뉴 이재명' 기획 첫 실패 될까?(한국일보 칼럼, 2026년 3월 19일)
이 대통령 쪽에서는 ⒜ 8월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인사의 당 대표 선출 ⒝ 국정 성과가 그대로 당내 기반 확대로 이어지는 경로 확보 ⒞ 중립 내지 관망 상태에 있던 당내 인물을 대상으로 한 ‘범친명’ 진영 확대 ⒟ 2030년 대선 유망주들의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 ⒠ ‘뉴 이재명’이라 할 수 있는 인사들의 당내 역할 강화 등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것 하나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청래, 빌려온 상징 자본의 한계
정 대표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는, 그의 정치적 자산 대부분이 ‘빌려온 상징 자본’이라는 것이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검찰·언론·사법 개혁부터 노무현-문재인 시기에 만들어진 의제다. 노사모 회원이라는 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서사는 2000년대 초중반 만들어진 의제들을 전투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내용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 압승하는 과정은 권리당원들의 반명 정서를 등에 업은 덕분이다.
결국 정청래 대표 고유의 자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답하기 쉽지 않다. 총학생회장이나 단과대학 학생회장도 역임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가 80년대 초중반 학번 운동권 네트워크의 바깥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교육에 종사하다 2000년대 중반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정동영계로 시작한 경력은 그의 정치적 위상이 이른바 ‘독립군’(특정 계파나 세력에 속하지 않은 인물)에 가깝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웃사이더로서 정 대표의 괄목할 만한 성공은 가장 주목과 지지를 받기 유리한 포지션을 잡고, 타인의 상징과 세력을 빌려오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기민한 감각 덕분이다. 지선과 함께 열리는 재보선에서 북구 북갑 선거구에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출마할 것을 거듭 요청하면서, “할 일도 많은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슬쩍 제쳐버리는 방식은 정 대표가 어떻게 당내 역학 구도와 ‘관객’이자 ‘심판’인 지지층의 정서를 잘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같은 정 대표의 성공 방식은, 그의 다음 목표일 2030년 대선 후보, 또는 고(故) 이해찬 전 총리와 같은 킹메이커가 되는 데에는 장애물이라는 점이다. 정청래라는 정치인의 고유한 정치적 자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정청래만의 이념, 의제, 인물,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가 정 대표가 마주하고 있는 핵심 과제다.
그런데 타인의 것을 빌려오는 핵심 수단인 선명성 강조로는 자신의 정치적 자본 확보가 어렵다. 다른 세력이 설정한 의제에서 ‘강도’를 놓고 경쟁을 벌여 우위에 서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내란 척결’ ‘검찰개혁 추석 전 완수’ 같이 명확한 언어를 내뱉지만, ‘정청래를 지지하면 내 삶이 어떻게 나아지는가’라는 일반 유권자의 핵심 질문에 대해서는 좀처럼 답하지 않는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2025년 7월 충청권 합동연설회)이라는 발언에는 ‘수단’은 있지만 ‘목적’이 없다. 자신만의 지지자 연합을 창출할 수 없는 문제가 그의 발목을 점점 잡을 것이다.
이 점에서 정 대표가 지난 1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한 것은 조국 전 장관이라는 대선 유력 주자를 끌어들여 우군으로 삼겠다는 것 이외에도 조국혁신당으로 결집한 강성 지지층, 각종 권력기관 개혁 뿐만 아니라 사회권을 강조하는 진보적 이념, 미디어 영향력 등을 자기 것으로 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청래의 것이 아니라 조국의 것을 빌려와서 활용하겠다는 시도에 가깝다.
8월 당 대표 경선에서부터 정 대표는 민주당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개혁’이나 ‘이재명 정부의 성공’ 같은 모호하고 강성 지지층이 좋아할 레토릭만 내세우면 경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선명 일색의 노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미지근하고 중도적인 유권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본선 경쟁력에 물음표가 붙고, 당 대표 경선부터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 공식의 전면적 전환 없이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는 뜻이다.
당선될 경우 공천권을 지렛대 삼아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행보를 펼칠 것이다. 그런데 정 대표는 이 대통령보다 훨씬 더 ‘핵심 엘리트’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이른바 ‘친청계’라 불리는 집단은 향후에도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기계적 결합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자신을 뒷받침해 주는 세력이 없고, 동맹 관계만 있을 뿐이니 그들을 안배해야만 한다. 어떠한 명분과 원칙을 가지고, 당원들의 지지를 확보해 ‘물갈이’를 할 수 있을 것인지도 정 대표가 갖고 있는 ‘수단’과 ‘역량’을 놓고 보면 미지수다.
무엇보다 대표에 당선된다면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상당수 당내 인사들이 그의 당 장악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 대표는 그가 대선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인지 밝히려 하지 않겠지만, 당 안팎에서는 ‘정청래 2기’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다. 사실 그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고 이 총리의 경우 민청학련 사건부터 시작되는 운동권 인맥, 평민당 입당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호남 기반, 노무현 정부 총리라는 상징성을 고루 갖추었다.
결국 독자적인 지지자 연합을 가진 대선 유력 주자도, 고 이해찬 총리처럼 막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도 아니니 민주당 내 엘리트들과 지지자들에게 ‘정청래 2기’ 체제에 대한 지지를 구하기 어렵단 얘기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만들어낸 수단이 다음 단계의 성공을 가로막는 게 그가 안고 있는 핵심 모순이다.
‘2020년대의 신한국당’이 된 민주당과 성공 공식의 퇴조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안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두 사람 역량의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확립된 민주당의 성공 공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 퇴조는 상당 부분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층의 성공 때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모두 과거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그 결과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만들어진 ‘힘의 공백’ 속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쥐게 됐다. 또 기존 방식은 무너졌지만, 새 방식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2년 대선 이후 민주당의 성공 공식은 명확했다. 젊은 대도시 화이트칼라 중산층을 동원해 내는 것이었다. 이른바 ‘386’이라 불리던 이들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질적 고도화 속에서 각종 조직에서 빠르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이들은 자신의 ‘실력’에 걸맞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요구했고 기득권 정당인 신한국당 대신 민주당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호명을 시작으로 이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해 내기 위한 다양한 상징과 기제가 만들어졌다.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중반까지 취업한 1970년대생까지 고소득-저자산 계층이라는 지위, 중산층 특유의 지위 하락에의 불안감, 한국 경제와 사회의 질적 고도화 속에서의 지위 확보 욕구를 공유했기에 두터운 ‘세대 연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 2022년 대선 패배는 그 귀결이었다. 과거에 고소득-저자산 계층이었던 이들은 이제 서울에 번듯한 아파트에 1채 정도를 더 가진 고소득-고자산 상위 중산층이 되었다. 거의 모든 조직에서 관리자 지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럽게 타도해야 할 적도 불분명해졌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이라는 의제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선부터 2022년 대선 패배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백바지’ 기반의 친문 세력의 주도권 상실을 의미했다. 대신 ‘난닝구’에 가까운, 도시 빈민 출신의 이재명 경기지사만이 굳건히 살아남아 2024년 시점에서 거의 유일한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했고, 2025년에는 이렇다할 견제 세력이 없는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당의 ‘주인’이자 ‘기반’은 대도시 상위 중산층이었고, 이들을 대상으로 소구력을 갖춘 아웃사이더 정치인인 정청래 대표가 2025년 급격히 부상하게 됐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퇴조한 성공 공식을 대체할 새로운 공식을 만들지는 못했다. ‘뉴 이재명’이라는 담론의 모호함이 이를 잘 보여준다. 장기적인 정치 기획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기획을 할 수 있는 인적 자원 자체가 세대적으로 고갈되고 있다. 나아가 이제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이 사회의 ‘주류’가 됐다. 1990년대 보수 포괄정당(캐치올파티·catch-all party)인 신한국당의 지위와 역할을 2020년대의 민주당이 하게 됐다. 이는 집권당의 관성, 기득권화, 새로운 동원 기제의 부재라는 문제를 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같은 변화는 민주당의 주류화라는 성공과 함께 왔다. 따라서 과거의 성공이 만들어 낸 기존 권력 구조는 건재하다. 원외 미디어 생태계가 대표적이다. 과거의 86세대 엘리트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여전히 강력한 발언권을 쥐고 있는 것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새로운 인물이나 세력이 나타나 기존 세력을 대체하기는커녕 경쟁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건, 정청래 대표건 일종의 ‘레거시(legacy)’ 네트워크와의 타협을 강요받게 된다. 이 대통령이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의 검찰 개혁 강경론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새로운 기반, 또는 성공 공식을 만들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유 전 이사장의 ‘ABC론’이 민주당의 ‘정통’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자연스럽게 ‘이단’이나 ‘비정통’을 밀어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지방선거 이후 8월 당 대표 경선부터 2028년 총선 공천까지 이어질 민주당 내 갈등은 단순히 자리다툼 형태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당 대표 등 각 행위자는 각자의 전략적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유리한 기반을 차지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기반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움직임을 취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본을, 부족한 또 다른 정치적 자본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누가 먼저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어낼 것인가, 내지는 무너진 성공 공식의 빈자리를 채울 것인가가 향후 당내 경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순탄하진 않을 것이다. 모두 실패하고 장기적인 교착 상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민주당의 핵심 행위자들이 각자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갈등과 충돌, 그리고 타협이 이뤄질지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