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럼] 잇따른 정책 참사, '사이다'만 좇은 결과 아닌가

안녕하세요. 프로네시스리포트 조귀동입니다.

오늘 조선일보 칼럼으로 이재명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가 왜 나타나는 지에 대해서 기고를 해서 공유코자 합니다. 증시, 농지, 통상 등에서 보이는 모습은 개별적인 정책의 결과나 정치적으로 기대되는 효과(실제 효과가 아닙니다)만을 생각할 뿐, 정책 간의 충돌이나 정책에 뒤따르는 문제, 그리고 현실의 복잡함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아 보여서요. 제목은 <잇따른 정책 참사, '사이다'만 좇은 결과 아닌가>입니다.

다시 말해 SNS 같은 데에서 지르는, 무언가 정치적 메시지로 남길 '사이다'만 각광받는 청와대의 정책 어젠다 세팅과 관리 체제가 지금의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여기서 증시 부양책과 메가프로젝트라는 두 정책의 경합성에 대해서 주된 사례로 다루고 있는데, 실제로 메가프로젝트는 아주 전통적인 정부와 기업의 관계로 돌아가는 신호탄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 성장과 고용을 책임져주면, 정부는 그에 맞춰서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관계 말이죠. 삼성의 경우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 등의 과제가 있고, SK도 최태원 회장의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솔리다임 중복 상장과 상법 개정 문제 등 이슈가 있습니다. 실제로 솔리다임 중복 상장은 예전의 서슬 퍼런 '머니무브' 강조하는 기조였다면 정치적으로 기업을 공격할 가능성이 상당했겠죠.

문제는 이 '전환'의 비용에 대해서 전혀 생각지 않고, 사실 정치적인 문제가 어떻게 발생할 거라는 걸 생각지 않는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이 아닐까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X(구 트위터)를 통해 정책 '사이다'를 만들어내려는 행보가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이고요.

칼럼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잇따른 정책 참사, '사이다'만 좇은 결과 아닌가

눈앞의 성과에만 눈이 멀어
현실도 정책 비용도 간과해
증시·농지·통상 등 혼란 속출
尹정부 실패 이유 돌아봐야

/청와대

오래전 기업을 취재할 때 들은 속설이 하나 있다. ‘오너’라 불리는 대주주가 불미스런 일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가 복귀하면 주가가 한동안 부진하다는 것이다. 근거가 그럴듯했다. 전문경영인은 재무 성과 위주로 경영한다. 거꾸로 대주주는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 적극적으로 설비투자와 기업 인수에 나선다. 자연히 주가를 누르는 압력이 발생한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동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이 속설이 떠올랐다. 속도전·거점전·선도전 등 군사 용어를 쓰는 모습에서 정부가 얼마나 ‘닥치고 투자’를 요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 지수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삼성과 SK가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는 발표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농지 전수조사 등 정책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 청와대가 정책에 따르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결과에 눈이 멀어 밀어붙인 결과라는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A라는 목표를 얻으려면 B라는 희생이 따르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기회비용은 반드시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사이다’만 좇는다. SNS에 내세우기 좋은 무언가를 만드는 데 골몰할 뿐 거기서 파생되는 영향은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끼리 충돌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정부는 ‘머니 무브’를 외치며 증시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다.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가계의 자본시장 참여를 유도해 중산층이 부자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주주에게 돌려줄 현금을 공장에 묶어두겠다고 나섰다. 기업 투자는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좌회전 깜빡이 켜 놓고 우회전하는 식의 행태는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며 상장을 허용했다. 매일 두 주식을 대규모로 사고파는 상품이 도입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수익률 못지않게 리스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발을 빼게 된다. 경제학 원론에서 가르치는 ‘위험 기피’를 간과한 정책은 주가를 누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농지 전수조사도 마찬가지다. 전국 농지의 47%가 임차지다. 부재지주뿐만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고령농도 많다. 농가도 땅을 빌려 규모를 키우는 게 유리하다. 특정 산업(농업)에서 핵심 자산(농지) 가치를 뚝 떨어뜨릴 경우, 기업(농민)들은 심각한 자본손실을 입는다. 고가의 농기계를 써 규모를 키운 임차농에게 갑작스런 퇴거 통보는 재앙이다. ‘투기꾼 적발’은 대도시 유권자들에게 사이다였겠지만, 농민들에겐 현실을 모르는 폭압적인 조치다.

농심이 나빠지자 이번엔 통상 협정을 뒤집었다. 8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해 이 대통령이 “원점에서 다시 대화하라”고 한 것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협정 가입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생각한 흔적은 없다.

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건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현실이 복잡하고 미묘한 균형 위에 서 있어, 함부로 힘을 쓰면 큰 문제가 생겨서다. 게임하듯 이것저것 눌러 보다가 숫자 하나가 떨어지면 그것만 올리는 정책을 꺼내는 식의 통치는 가능하지 않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지르고’ 뒷감당을 못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렇게 낭패를 봤다. 이재명 정부의 행태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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