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럼] 불평등 시연한 대통령의 '집주인 대출'

안녕하세요. 프로네시스리포트 조귀동입니다.

조선일보 칼럼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분당 양지마을의 자택을 팔면서 매수인의 잔금을 유예해 주고, 대신 17억7000만원 근저당을 설정한 건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른바 ‘집주인 대출’ 논란이죠. 제목은 <[에스프레소] 불평등 시연한 대통령의 '집주인 대출'>입니다.

20일 관련 사실이 보도되어서 10일이 지난 사안이죠. 언론사 칼럼으로 다소 늦었지만 이 사건을 다룬 이유는 부동산 문제가 왜 정치적인 문제인지, 지금의 규제 시스템이 안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안고 있는 리스크는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일단 칼럼 원문을 보시죠.


[에스프레소] 불평등 시연한 대통령의 '집주인 대출'

'가진 자'만 가능한 규제 우회
富가 또 富를 낳는 과정 보여줘
부동산 현실을 조롱한 이 사건
대토론회에선 왜 언급도 없나

조귀동 경제칼럼니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을 많이 해 왔다. 2022년 말 낡은 분당 아파트 매입을 포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정해 놓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본격 실시됐기 때문이었다. 40대 초반이라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독신이라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는 건 은행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1억원 남짓 더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때 본 아파트는 그사이 늘어난 소득으론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 됐다. 그래도 대출 한도 때문에 사고 싶었던 집을 포기해야 하는 경험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터라 그러려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집주인 대출’을 보면서 그때 경험이 떠올랐다. 1998년 매입한 분당 양지마을 아파트를 29억원에 팔면서, 17억원가량의 잔금을 제때 낼 수 없던 매수인을 위해 근저당 설정으로 갈음한 건이다.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전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를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청와대가 유튜브에서 “거래 행위의 주체가 다를 뿐, 은행 대출과 똑같다”고 해명한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의 부동산 규제 시스템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매개로 부의 격차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대통령이 직접 시연하면서 ‘합법’이니 괜찮다고 강변하는 행태도 부적절했다.

대상 지역과 금액까지 세밀하게 규정하는 대출 규제는 문재인 정부 이후 부동산 가격 억제의 핵심 수단이었다. 2019년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한 것이나, 지난해 주택 가격에 따라 6억·4억·2억원으로 대출 상한선을 정한 10·15 대책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릴 순 없고, 보유세는 확실히 가격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상위 계층의 표지인 ‘번듯한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이를 사기 위해 거액의 대출이 필요해진 것도 금융위를 부동산 정책 핵심 부서로 만들었다.

금융 규제는 대출을 지렛대 삼기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거래 과정에서 ‘마찰’을 키운다. 매수·매도인이 시기를 맞춰 새집을 구하고 기존 집을 파는 과정을 방해하는 효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꼼수’는 자산이 많거나, 안정된 고소득 일자리를 가진 사람의 전유물이다. 집주인 대출도 마찬가지다. 매수인이 돈을 갚지 않을 리스크는, 담보가 워낙 비싸 매수인이 잃을 것도 많기 때문에 억제된다. 매도인도 당장 돈이 급하지 않고,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젊은 세대가 소득만으로 집을 사기 어려워진다. 규제로 가격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지만, 그로 인한 이득 중 상당 부분은 초고소득자나 아니면 물려받을 자산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박상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강남 3구에서 주택을 산 20~30대의 증여와 가족 차입 비율은 22.6%로 2024년 동기(10.6%)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21.7%에서 15.8%로 줄었다. 대통령이 사인 간 금융을 이용하는 행태에 청년층이 반발한 이유다.

도시 빈민 출신 소년공이 노력해 변호사가 되고, 1998년에 번듯한 내 집을 마련한 과정은 한국이 ‘노력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였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28년 뒤 그가 집을 팔 때 보여준 모습은 부가 부를 낳는 사회, 젊은 세대가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사회가 됐음을 드러낸다. 부동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이유다. 지난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집주인 대출이 일으킨 논란에 대해선 질문도, 해명도 없었다. 당시 토론회를 보면서 변죽만 울린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에 처분한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금호1단지 아파트. /조선일보

먼저 부동산 문제는 가격이 오른다는 문제가 아니라, 자산을 둘러싼 계층 간, 세대 간 투쟁의 대상이라서 문제입니다. 특히 서울과 분당 같은 ‘준강남’ 지역 아파트는 공급이 한정되어 있고(토지의 물리적인 공급 한계), 한국 사회의 구조 변화 속에서 집중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지금의 토지 가격은 미래의 사용가치를 반영한 것이므로 기존 소유주와 미래의 소유 희망자의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죠.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이후 정부 정책은 뚜렷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 안정 수단은 공급 계획, 금융 규제, 세제의 세 가지가 있는데 금융 규제만 실효성 있고,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먼저 근본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오히려 박원순 시장 시절 공급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토지와 공간의 문제인데, 재건축/재개발 인허가를 넘어서서 근본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부터 따져봐야죠.

그렇다고 세제를 가지고 가격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보유세를 올리면 그만큼 미래 사용가치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져 가격이 억제된다는 게, 보유세 인상논리의 근간이죠. 그런데 어느 정도 보유세를 높여야 가격이 억제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보유세를 그만큼 높이면 기존 소유주의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요. 이건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세금 인상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선택이고, 굉장히 지난한 문제임은 박근혜 정부 시절 담뱃세 인상에서 잘 보여준바 있죠. 또한 한국의 정치-경제 동학에서 선출직 공직자는 지역구 부동산 가격 친화적이고, 이는 세금 인상을 통한 가격 억제와 충돌합니다. 근본적으로 세제 개편의 목적함수가 부동산 가격 안정이 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부동산 시장 안정책, 특히 서울이나 광역시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한 안정책으로는 대출 규제가 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출 규제는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의 흐름을 일부 막는 거고, 따라서 그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하게 됩니다. 시장 안정에 따르는 비용이죠.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로,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 규제에 대한 우회로를 활발하게 찾고 그 우회로를 어떻게든 이용합니다. 이 우회로는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사람들의 몫이죠. 지금 같이 서울 아파트 가격의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상황에서, 그리고 그 우회로를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문제는 고스란히 격차의 재생산 이슈로 연결됩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집주인 대출’ 논란은 지금의 서울 주택 시장을 둘러싼 갈등과 정책 이슈를 정면으로 건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는 이야기입니다. 2019년 조국 당시 민정수석-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교육과 계급 재생산을 둘러싼 정치적 화약고를 건드렸다면, 이번 논란은 자산 격차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에 불을 지피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점에서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정치적인 파장을 살피지 못하고, 시기에 맞춰서 판매하는 게 급급한 모습을 보인 건 꽤 아쉽습니다.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전까지 팔 수밖에 없던 상황이지만, 차라리 몇억 더 손해를 보고 급급매(시세보다 10~20% 싼 매물)로 내놓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본인이 몇 억원 손해 본 것을 내세워서 부동산 규제에 누구도 예외가 없음을 보이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선택 아니었을까 합니다. 최소한 청와대가 “거래 행위의 주체가 다를 뿐, 은행 대출과 똑같다”라며, ‘합법’임을 강조하는 방식의 메시지 전략은 상당한 실책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