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투쟁 ⑶ 대도시의 정청래 지지, 새로운 동원 기제 없는 집권당의 문제

1~2일 민주당 경선은 1주 차 일정은 양측의 백중세로 마무리 되었다. 당 대표 경선에서 정청래 후보는 45.5%(5만5518표), 김민석 후보는 44.5%(5만4307표), 송영길 후보는 10.0%(1만2156표)를 획득했다. 정청래와 김민석의 격차는 1211표, 전체 득표율로는 0.99%포인트(P)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최민희 후보가 22.6%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다. 2위는 박선원 후보(16.4%)였다. 그 뒤로는 한민수 후보(14.5%), 서미화 후보(13.7%), 김용 후보(12.4%), 이성윤 후보(11.3%), 임미애 후보(5.7%), 김영호 후보(3.3%) 순이었다. 최민희의 1위가 유력한 가운데, 선두 4명은 어느 정도 당선 안정권에 들었다. 문제는 친명계 김용이냐 아니면 친청계 이성윤이냐다.

1일 김민석의 승리가 2일 정청래의 반격으로 뒤집어진 것은 도시 유권자의 친청계에 대한 지지 덕분이다. 아울러 경선 쟁점이 없다는 점도 친명계가 사실상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이 조성된 중요한 이유다. 새로운 동원 기제 없이, 오래된 동원 기제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친명계가 유동적인 도시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향후 남은 일정은 다음과 같다. 8일과 9일 경선은 각각 강원/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이다. 15일과 16일에는 각각 전남광주/전북, 경기/서울이다. 2주 뒤 경선에서 모든 게 판가름 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새로운 선거 쟁점을 만들고 지지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다음 주 경선 중에서는 8일 인천 경선이 16일 경기/서울 경선 결과를 예측하는 지표로 주목해서 보아야 한다.

정청래의 부산 역전

정청래가 이긴 건 부산의 힘이었다. 정청래는 김민석 대비 부산에서 1163표 앞섰다. 1주 차 전체 격차(1211표)의 대부분이 부산에서 발생했다. 정청래는 부산을 비롯해 경남(634표), 대전(938표), 세종(456표) 등 도시 지역에서 앞섰다. 김민석은 충북(1048표), 충남(649표), 울산(283표)에서 앞섰다.

대도시에서 정청래가 앞선 결과와 동일한 양상이 친청계 최고위원 3명(최민희, 한민수, 이성윤)의 지역별 득표율에서도 나타난다. 부산(51.1%)과 세종(51.9%)에서 50%가 넘었다. 반면 충북(45.4%), 충남(46.6%), 울산(47.8%)에서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40~50대-대도시-대졸-화이트칼라인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정청래 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지역 조직이나, 지역 이슈가 아니라 ‘중앙’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조직되고 동원된다. 부산의 투표율이 62.4%로 다른 지역을 압도한 것이 정청래의 역전을 가능하게 했다.

이 같은 결과는 16일 서울과 경기도 경선에서 친청계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김민석과 친명계는 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김용과 이성윤, 누가 막차에 올라탈까

최고위원 경선에서 1~4위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최민희-박선원-한민수-서미화 순이다. 문제는 김용과 이성윤이다. 두 사람은 각각 12.4%, 11.3%를 얻은 상황. 하지만 부산에서 김용은 12.4%, 이성윤은 12.7%를 각각 득표했다. 도시 중산층 유권자의 동원 강도와 이성윤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만한 상황이다.

김용 대 이성윤의 구도는 상당한 상징성이 있다. 그리고 반명 성향이 뚜렷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이번 경선의 ‘대의’를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당에 뚜렷한 기여가 없는 부패한 친위대의 최고위원 진입을 용인할 것이냐, 아니면 검찰 개혁에 매진해 온 ‘우리 편’ 검찰 출신이냐‘ 같은 구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앞서 뉴스레터에서 언급했듯 친청계 최고위원이 2명이 되느냐, 3명이 되느냐는 향후 당 운영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친청계와 비명계가 상당한 지원을 할 유인이 있다. 당 대표 선거에 묻혀 있지만 향후 2주 동안 김용-이성윤의 최고위원 싸움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무엇으로 선거를 치를 것인가? 동원 기제가 없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민주당이 새로운 주류가 되었지만, 당원들과 유권자를 움직일 동원 기제를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김민석과 친명계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음에도 우세를 점하고 있지 못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구조적 다수’를 이야기하지만, 이 구조적 다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그리고 구조적 다수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설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평당원들의 지지와 동의를 획득하기 어렵다. 친명계가 2028년 총선을 거치면서 주류로 안착하고 싶지만, 주류가 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당내 권력 투쟁에서 ‘공세’에 나서는 처지지만, 공세에 필요한 자원과 수단을 마련하진 못하고 있다.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가 1일 충남 지역 합동 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최민희 페이스북

물론 친청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선 최대 이슈로 검찰 개혁을 강조하는 것이나, 최고위원 경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최민희가 언론 개혁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우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이 의지하고 있는 각종 ‘개혁’ 의제는 강성 지지층의 세계관에 잘 조응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진짜 민주당의 주인은 누구이냐’라는 질문을 이번 경선을 숨은 핵심 의제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무엇을 했느냐는 것을 두고 지리한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는 것은 민주당의 위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당이 변화 없이 현재에 그대로 안주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의 보수 정당과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 연임안 띄우기, 친명계의 조바심

조정식 국회의장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에 대한 생각은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당사자들이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린 문제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도 개헌 논의 과정에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 연임 반대는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화 세력의 핵심 주장 중 하나였으며, 1987년 헌법 논의 과정에 참여한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단임제로 낙착이 되었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은 개헌 논의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 연임 방안도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정식 페이스북

조정식 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에 대한 운을 띄운 것은 친명계의 조바심의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 연임에 대한 이야기는 민주당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되던 ‘설’ 가운데 하나였다. 대통령을 제외하면 명확한 구심점이 없는 친명계 입장에서, 그리고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의 임기 연장을 통해 안정적인 권력 기반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경선 국면에서 ‘한 번 더 이재명’이 이슈가 되는 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높인다. 민주당 비주류만 해도 조정식의 발언 이후 오히려 더 결집했을 것이다. 중도층에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조정식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잘 조율된,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나온 발언이나 국회의장의 독자적인 이해관계에서 나온 발언이라기 보다 친명계의 조바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민주당 내 경쟁, 쉬운 의제-강경 경쟁 조합 가능성 높일 것

그렇다면 앞으로 민주당 내 분파 갈등의 전선은 어디서 형성될 것인가? 먼저 이재명 대통령이나 친명계에서 정계 개편이나 권력 구조 개편 등의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그것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계 개편을 시도하려 해도 함께 손을 잡을 만한 제3세력에 해당하는 집단이 없다. 그리고 대통령의 꽤 가파른 지지율 하락 속에서 다음 선거에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운 세력이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단기적으로 민주당 내 분파 갈등은 기존 갈등 축 안에서 부작용이 가장 적으면서, 강경론 경쟁을 하기 가장 쉬운 주제를 놓고 주로 분출될 것이다.

보완수사권 등 검찰 개혁 이슈는 이를 잘 보여준다. 왜 이 의제만 이렇게 마찰 없이 굴러가는가. 세 가지 조건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저항이 없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 이슈는 뚜렷한 이해당사자, 명확한 반대 세력이 없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형사제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그것이 현실화되고 이슈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내 경선이라는 국면적인 조건도 중요하다. 먼저 검찰 개혁은 후보자간 차별성을 제공하는 이슈다.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각 후보는 스스로를 좀 더 개혁적이거나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얻는 정치인으로 스스로를 포장할 수 있다. 비명계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 개혁을 앞장서 주장하면서 차이점을 희석하는 전략에 나설 유인이 높다. 모두가 강경론으로 치닫는 게 일종의 균형이 된다.

세 번째 조건은 앞서 언급했듯 검찰 개혁 이외에 뚜렷한 ‘개혁’ 의제가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상징, 동원 기제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 정치인들은 오히려 검찰 개혁을 앞장서 외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의 분파 갈등은 앞으로도 비슷하게 벌어질 것이다. 기존의 ‘유산’ 가운데에서 이해관계자가 적고, 선명성을 부각하기 쉬운 주제가 선택될 것이다. 검찰 다음에는 법원이 사법 개혁의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 언론이 또다시 개혁 대상으로 올라올 가능성도 높다. 내란 세력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될 것이다.

‘적’의 발굴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게 문제다

하지만 ‘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순탄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2024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실질적인 집권당 역할을 해온 지 3년째를 향해 가고 있는 민주당이 어느 정도 현실적이고 위협적인 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부터가 문제다.

또 ‘적’을 만들어내는 건 상대 진영의 구심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과정은 그것이 상당한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문제는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존 상징 자원을 활용한 적의 창조가, 친명계에게 유리한 전장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경선은 민주당의 각종 ‘개혁’ 이슈가 친청계에게 유리한 판을 조성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주류로 밀려나 있는 세력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선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재명과 친명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