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결과 분석 및 향후 전망
17일 민주당 전당대회는 김민석 신임 대표 당선이라는 예상된 결과로 끝났다. 하지만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김용 후보가 떨어지고, 이성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약진하면서 당선됐다. 수석최고위원은 최민희 후보가 됐다.
친명계가 대표가 됐지만, 실제 당 운영 과정에서 비명계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언급했듯, 박선원 후보는 ‘친명’이라고 하기에는 대통령의 덕을 본 게 없다. 서미화 후보는 중앙정치 경험이나 기반이 없는 기초의원(목포시) 출신 비례 초선이다.
송영길 후보의 표 가운데 70%가량은 김민석에게 갔고, 정청래에게는 30% 정도만 움직였다. 대의원 득표는 김민석 67%, 정청래 33%였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정청래(50.7%)가 김민석(49.3%)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 같은 상황은 당내 의사결정 구조와,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에서 김민석과 친명계가 취약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비명계는 수도권의 열성 당원을 중심으로 만만치 않은 세력을 보여주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이번 경선 결과가 의미하는 바와 향후 김민석 지도부와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분석·전망한다.
A. 경선 결과
1. 호남은 왜 김민석을 찍었나?
김민석을 대표로 만든 것은 호남이었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보면 호남(전남광주, 전북)에서 김민석은 정청래 상대로 6만300표 앞섰다. 그리고 송영길은 전체 득표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2만3700표를 얻었다. 김민석과 정청래의 권리당원 득표 격차(9만1400표) 중 5분의 4가 훌쩍 넘는 부분이 호남에서 나왔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결집효과다. 호남이 선택하는 기준은 사실 딱 하나다. 향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세력이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정청래 대표 체제를 받아들이기엔 위험이 너무 높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먼저 당의 안정이 필요하다. 이는 수도권 당원 투표에서 김민석이 정청래를 근소하게 앞선 결과를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뿌리 깊은 친노-친문계에 대한 반발이다. 민주당은 원래 호남과 호남 이주민의 당이었다. 그런데 이제 호남은 수도권 중산층과 영남 세력에 밀려 하위 파트너가 되어 있다. 그리고 수도권 호남 이주민의 맥을 잇는 이재명은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호남을 붙잡기 위해 여러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청래에 표가 모일 수 없는 정서다. 정청래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뚜렷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 호남에서 대패를 불러왔다.
2. 대중 정치 능력이 없는 ‘찐명’
최고위원 경선에서 ‘찐명’이라 할 수 있는 이재명 직계는 전멸했다. 김용은 대의원 득표율은 29.8%로 1위였다. 하지만 권리당원 득표율은 15.1%로 한민수(15.3%)나 이성윤(15.5%)보다 뒤졌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는 14.9%만을 얻어서, 한민수(17.2%), 이성윤(18.5%)와 큰 격차를 보였다. 득표로 환산하면 각각 1만4000표, 2만2000표 가량 된다.
게다가 이건태, 박성준 등 공소취소를 밀어붙였던 이들은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경선 결과가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의 세력이 대중 정치 기반과 그것을 위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향후 차기 주자는 친명 직계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고, 친명 직계들이 힘을 더해 누군가의 지지율을 높이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3. 여론조사와 당심의 간극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 3명의 여론조사 득표율을 합치면 53.6%다.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 3명(합계 47.4%)보다 모두 높다. 정청래(50.7%)와 김민석(49.3%)의 차이보다 더 벌어진다.
권리당원 시도별 득표율을 2025년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시도별 득표수를 가중치로 사용해 보정, 합산해 봤다. 이렇게 하면 호남의 영향력(권리당원 투표수의 31.5%, 이재명 득표의 17.2%)을 제거하고 수도권 비중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김민석의 득표율(48.1%)이 정청래(43.5%)를 앞섰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표출되는 민주당 지지층의 의견과, 민주당 당원들의 의견이 상당한 괴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향후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이 상당 부분 비명계의 손을 들어줄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청래가 전당대회 직후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김민석 후보(대표)는 이겼지만 그의 주장은 진 것이 많다”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 지지자는 이겼다.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가 주장한 것까지 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4. 정청래의 패착: ‘대선 주자’ 동맹 세력이 없었다
정청래가 크게 패한 원인은 그가 대선 주자가 아니어서다. 그래서 그는 민주당이 어디로 가야 할지 ‘실행 가능성이 보이는’ 비전을 제시할 수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비전을 선택할 수 없다면, 당원들의 선택은 이재명과 그의 대리인인 김민석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게 자연스럽다.
향후 정청래의 정치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유권자들에게 대선 주자, 대통령감으로 인식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차기 대선 주자들과 연합을 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길이다.
B. 이재명과 김민석의 딜레마
5. ‘비민주당 지지자’가 없는 대통령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적 자본이 부족하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재명은 지지하는 유권자’ 집단이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 여론조사 기준 중도층의 대통령 긍정평가는 3월 3주( 지지율 최고점) 67% → 6월 2주(지선 직후) 60% → 8월 2주(11~13일) 43%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19% → 29% → 45%로 치솟았다. 이제 중도층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다.
이는 이재명을 내걸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뜻이 민주당에서 관철되기 어려운 상황이 오고 있다. 이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분명해질 것이다.
결국 대통령 입장에서 무언가 승부수를 걸어야 한단 의미이기도 하다.
6. 김민석 외 뚜렷한 투사 수단이 없음
새로운 지도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직접적인 수단도 마땅치 않다. 친명 직계가 한 명도 최고위원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주장할 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과 친명계는 김민석 대표를 통하지 않고서는 당내에서 영향력을 투사할 수단이 없다.
이는 김민석의 협상력을 높이는 요소이면서, 향후 민주당 권력 지형의 변화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 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7.김민석의 문제: 어떻게 자기 정치를 할 것인가
그렇다면 김민석의 향후 전망과 전략은 어떻게 되느냐. 김민석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김민석 또한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입지가 빈약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번 경선이 보여주는 바는 김민석도 당원 상대 기반이 약하고, 캠페인 역량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자기 정치를 할 정치적 자본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김민석 입장에서는 정치적 자본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적 자본은 가만히 있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또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과 함께하는 당 대표’의 한계도 점차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자기 정치’를 할 것이냐가 그가 안고 있는 숙제다.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청와대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과 운명을 함께 하고, 점점 ‘낡은 권력’이 된다는 리스크가 있다. 다른 하나는 세제개편·부동산 같은 민생 이슈에서 청와대와 미세한 차별화를 시도해 ‘유능한 여당’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의 갈등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C. 향후 시사점 및 전망
8. 최민희의 ‘세금’ 발언과 선명성 경쟁
최고위원 후보 정견 발표에서 최민희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라는 폭탄을 던졌다.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 이제부터 친명합시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받아들입시다. 대통령이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위해 민생 개혁의 첫걸음으로 세제 개편안을 내놨는데....여러분 지역구 신경 쓰지 말고 대통령의 세제 개편안 통과시킵시다”라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13일 비공개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서 극히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김민석도 디테일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최민희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결국 민주당 내 ‘게임의 법칙’은 선명성 경쟁이고, 정부안에 대한 선명성 경쟁에서 자신이 먼저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겠다는 행보로 보아야 할 것이다. 향후 각종 이슈에서 최민희를 비롯한 비명 강경파의 전략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검찰개혁, 법원개혁, 언론개혁 등 먹고 사는 문제와 상관 없는 이슈에서는 선명성 경쟁이 강성 당원을 끌어들여 이기는 전략이지만, 세금 같은 이슈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내 야당’ 포지션을 취하는 최민희식의 입장에서는 선명성 경쟁이 나쁜 카드는 아니다.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공간을 차지하려는 조국혁신당의 전략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9. 친명계 우군 확보 필요성과 난점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는 안정적 민주당 장악을 위해 우군을 필요로 한다. 당장 송영길 후보부터 우호적인 입장에 서게 하기 위해 카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명-친청계 최고위원을 우호 내지 중립적인 입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문제는 친명계가 그 대가로 지불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당권은 김민석이 갖고 있고, 친명 직계의 지분은 이전보다 줄어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 일로다. 줄어드는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우호 세력을 유지, 확장할 수 있느냐가 청와대는 적잖은 고민을 할 것이다.
10. ‘뉴 이재명’ 추가 영입과 정계 개편은 어렵다.
개헌은 가능할까?
사실 ‘뉴 이재명’은 정치적 수사 이상의 무언가로 보기 어렵다. 영입한 보수 진영 출신 인사들이 정치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고, 특정 유권자 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뉴 이재명이 안고 있는 모순도 동일할 것이다. 핵심은 ‘누구를 영입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영입해서 지지자 연합의 외연을 확장하느냐’다. 그런데 지지자 연합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인물은 굳이 이 시점에 민주당에 합류할 유인이 낮다. 그리고 보수 진영 내에서 그러한 인물도 없다. 이준석, 오세훈, 한동훈 가운데 한 명이라도 영입을 하지 않는다면 정계 개편은 불가능한 일이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개헌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까지 운을 띄운 것은, 현실적으로 친명계의 구심점인 대통령밖에 없어서다. 이런 사정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청와대의 4년 중임제 개헌안 입장에서도 결국 이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중임을 할 수 있느냐는 게 문제가 된다. 따라서 개헌 논의는 국회 내에서는 개헌에 우호적인 국민의힘 의원 몇 명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중도층 지지율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지지자 연합의 와해 속에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란 무리다.
11. 관제 정풍운동 불 것
민주당 내에서는 관제 정풍운동이 불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김민석 대표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가 당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당의 ‘변화’ 내지는 ‘혁신’을 주문해야 한다. 정풍운동을 조직하고, 민주당을 일신하는 행보를 만드는 건 그의 이해관계에 맞는다.
두 번째는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를 하려면 ‘왜 기존 의원들을 내보내야 하는가’라는 명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 공천은 유일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당시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을 바꾸자는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재명 이후’를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민석 대표가 물갈이를 주도할 추진력을 가지려면 그에 걸맞은 ‘당 내 흐름’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2028년 공천을 위한 인재 영입이다. 물갈이는 단순히 낡은 인물들을 내보낸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새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김민석 대표나 이재명 대통령 모두 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서 기존의 인물들과 경쟁을 붙일 필요성이 있다.
12. 보수정당 같은 ‘대통령 정당’의 문제
이번 전당대회가 남긴 가장 큰 시사점은 민주당이 과거의 보수 정당 스타일의 ‘대통령 정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명확한 이념이나 분파는 큰 의미가 없다. 대신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하느냐, 아니면 대통령에 이견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뜻이 사실상 후보를 결정하고, 당원은 대통령과의 거리로 후보를 고르며, 최고위원 후보가 지역구 신경 쓰지 말고 정부안을 통과시키라고 외치는 정당은 보수 정당이 보였던 모습이다. 정당 내 각 분파들이 비전이나 정책에서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점도 그러하다.
문제는 과거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은 꽤 급격하게 시대의 흐름과 유권자의 의중에 맞춰서 변신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계보가 완전히 다른 인물들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데 있다. 오히려 대통령의 후광에 끌려다니고, 당내에 명확한 대안이 없고, 차기 권력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내홍을 빚는 모습은 2015년 이후 박근혜 정부에 가깝다. 민주당 앞에 산적한 여러 리스크 속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평행이론이 널리 회자되는 상황이 빚어진다면, 민주당과 청와대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