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볼과 사법개혁 조합, 성공할 수 있나?

A. 핵심 포인트

‘스몰볼’ 정책 의제 던지는 대통령

화제가 되고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X(옛 트위터)의 기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국민의 체감도가 높고, 정부의 행정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미시적인 정책 의제인 ‘스몰볼(small ball 야구에서 나온 말로 단타나 도루·번트 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3대 핵심 사회정책'(주택공급·일자리·포용금융)’, 복지신청주의 개선 6법, ‘국민 일자리 프로젝트’, 보금자리론 결혼 패널티 해소 등이다.

스몰볼 정책 의제를 던지는 건, ‘큰 판’에서 정책 어젠다가 어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정책 목표로 내세웠던 증시 부양을 통한 중산층 자산 형성이 증시 폭락으로 무위로 돌아갔고, 부동산은 매매와 임대할 것 없이 모두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체감도가 높고 빠른 실행에 강점이 있는 이재명 스타일에 부합하는 스몰볼 정책 의제는 필연적인 대응 방식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정책 행보가 계속될 것이다.

조희대 탄핵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언급했듯 청와대와 민주당에는 ‘적’이 필요하다. 재판을 받고있는 내란 세력을 더 언급하는 것도, 해체된 검찰을 더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법부와 대립 구도 강화는 필연적이다. 문제는 검찰과 다르게 사법부는 행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고, 국민의 시선도 그리 곱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임광현 비서실장 /청와대

임광현: 왜 세리(稅吏)가 비서실장이 됐나

임광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여러모로 이재명 정부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먼저 청와대를 이끌어가는 비서실장으로서 중량감이 떨어진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조언을 하고, 국정 운영 방향을 챙기기 위해서는 정무적인 경험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비례의원으로 1년 몇 개월 활동한 게 여의도 경험의 전부인 사람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교수 출신인 정책실장과 함께 정책 의제를 관리하기에는, 세무 관료라는 것이 약점이다.

이 인사는 정치적으로 경량급이라는 점 못지않게, 관료 중에서도 타 부서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없고 기획이나 업무 조율 경험이 적은 세리 출신이라는 게 포인트다.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성실한 관리자’를 요구하는 게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읽힐 수밖에 없다.

앞으로 청와대 운영이나 당정 관계 등에서도 정치적인 수세에 처한 대통령은 성남시 스타일로 사안을 풀어가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

국감인데 사라진 국민의힘…한동훈만 부각된다

국정감사가 한창이지만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 이슈를 만들지 못했고, 정책 감시를 잘하는 유능한 야당으로서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원내에서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유튜브나 장외 집회에서 힘을 얻는 정당,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에 의지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되기란 불가능하다. 당장 내년 4월 재보선에서부터 이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민주당의 공격은 한동훈 의원에게 집중됐다. 9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민주당 논평은 약 500건이었는데, 그 가운데 110건(22%)이 한동훈을 겨냥했다. 다른 정치인과 엮지 않고 한동훈만 대상으로 삼은 건 그 가운데 90건이다.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가 아니라 민주당 대 한동훈의 구도다. 정책 의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할수록, 그리고 여당 내 차기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동훈 때리기를 통한 지지자 결집 시도는 강해질 것이다. 뚜렷한 야당이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야당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정면으로 그 수혜를 받고 있다.


B. 숫자와 의미

52%와 47%: 대통령 반대 여론과 정권 심판론

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2%로 전주(51%)보다 소폭 올랐다. 한 번 올라간 부정평가는 웬만하면 내려가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의 핵심 제약 요인이 부정평가의 50% 돌파다.

갤럽은 2028년 총선 프레임을 조사했는데, 정권 심판론이 47%로 지원(34%)를 압도했다. 정부와 여당 반대가 결집했다는 의미다. 대통령 부정 평가가 높아진 직접적인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구도가 바로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당 지지는 갤럽은 민주당 36%, 국민의힘 27%였고 NBS(15일 발표)는 민주당 33%, 국민의힘 28%였다. 줄곧 25% 이하에 머물던 지지율이 3%P 오른 것이 특징이다.

모든 유력 대선 주자들의 비호감도가 55% 이상이다

갤럽 정례 조사에서 대선 주자들의 호감도와 비호감도는 오세훈 30:57(호감:비호감), 한동훈 23:64, 김민석 21:59, 조국 20:68, 정청래 19:66, 장동혁 14:68, 이준석 14:72 순이었다. 오세훈이 가장 호감도가 높고 비호감도가 낮지만, 그마저도 비호감도가 57%에 달한다. 한동훈, 장동혁, 이준석의 비호감도는 64~72%다. 보수 대선 주자들의 비호감도는 진영 내부에서 지지층이 얼마나 파편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민주당은 김민석, 조국, 정청래 세 사람 모두 지금으로서는 차기 대선 주자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비호감도가 큰 의미는 없다. 세 사람에게 중요한 건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호감도인데, 김민석 45%, 정청래 39%, 조국 37% 순이었다.

44.0%: 29세 이하 청년 고용률

경제와 관련된 여론의 핵심 지표는 고용일 것이다. 16일 발표된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증가 폭은(전년 동기 대비) 11만3000명에 불과하다. 장노년층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64세 이하 고용률은 70.6%를 기록했지만, 계절조정수치는 70.3%로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29세 청년 고용률이 44.0%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올해 3.3%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은 일자리 창출의 양과 질이 썩 좋지 않다는 데 있다.

-2.2조원: 가계대출 올해 첫 감소

9월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조2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2025년 12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신용대출(-3조원)이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3000억원 늘어났다. 하지만 8월 증가폭(4조3000억원)보다는 1조원가량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88주 연속 상승했다. 주식 투자 자금 감소와 금리 상승 여파로 보이지만, 주택 담보 대출을 옥죄는 기조는 아니어서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C. 눈여겨봐야 할 것

법무부 장관, 이번 주에 지명이 될까?

이제 자리가 비어 있는 고위직은 법 집행 기관에 몰려있다. 법무부장관, 공소청장, 경찰청장 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김승원 후보자가 9월 19일 사퇴한 뒤 한 달 넘게 공석인 법무장관, 2024년 12월 이후 계속 공석인 경찰청장 자리를 마냥 비울 수 없다. 공소청장은 국민천거 등 일정이 진행 중이므로 아직 하마평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희대 탄핵소추안 공개

19일(월) 공개 예정이다. 조국혁신당은 3%(갤럽 정례조사 기준)에서 답보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 강성 개혁 성향 집단을 끌어오려 하고 있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물론 사법부 개혁 이슈도 강경하게 제기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민주당 내 호응 정도가 관건이다.

오세훈 선거법 2심 판결

23일(금) 예정되어 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서 내년 재보선, 보수 내부 재편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D. 분석과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그나마 득점이 되는 곳은 지방: 부산과 충청에 힘을 줄 것

지난주 대통령은 부산을 두 번 찾았다. 13일에는 HMM 본점 개막식과 북항 친수공원, 16일에는 부마항쟁 기념식이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숫자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부산에) 많이 오게 될 것 같다”라며 “확실히 뿌리를 안착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발표하면서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금융위, 공소청, 중수청 등을 세종시로 내려보내겠다고 했다. 서울에 남아있는 정부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옮긴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충분한 조율 없이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발표한 것은 그만큼 이전 발표에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게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부산과 충청에 힘을 준 것은 지금 득점 가능한 곳이 지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수도권에서 여론을 확실히 뒤집는 건 어렵다. 세대나 계층에서도 승점을 올릴 어젠다를 만들기 난망하다. 반면 지방은 중앙정부의 자원 재배분이 확실한 의제를 만들 수 있다. 부산·울산·경남과 충청 지역에서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을 꾀할 필요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호남 외 지역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면 ‘호남만 챙기는 민주당’이라는 인식이 강해질 리스크도 높다.

명확하지 않은 스몰볼

스몰볼 정치가 가능하려면 어떠한 유권자 집단을, 어떤 수단으로 끌어들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스몰볼은 지금의 이념, 정책 지형에서 상대적으로 붕 떠 있는 유권자 집단을 대상으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생활형 정책 의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몰볼 정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빌 클린턴의 경우 휘하 참모인 딕 모리스나 마크 펜이 집요하게 방대한 여론조사 자료를 구축해서 ‘마이크로트렌드’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청와대의 스몰볼 정치에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다시 지지자로 불러들일지에 대한 전략이나 비전이 없다. 그저 SNS에 올리기 좋아 보이는 이슈를 산발적으로 대통령이 ‘게시’하는 정도다. 더욱이 대규모 실점이 이루어졌던 부동산, 증시, 경찰·검찰·사법개혁 이슈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딱히 방어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스몰볼 야구는 단순히 단타나 번트로 득점을 내는 게 아니다.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1점씩 승점을 쌓아가는 전략이다. 수비가 단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스몰볼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 요인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직접 리트윗해 반박하는 행태 등이 대표적이다.

사법개혁 동력은 있나?

여론조사 지표에서 사법개혁에 대한 열의는 그리 크지 않다. 갤럽은 대통령 지지율을 물으면서, 주관식으로 긍정 평가 이유를 함께 묻는다. 그런데 지난주 조사에서 검찰 개혁은 주관식 답변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주관식 답변에 실리려면 응답비율이 3%를 넘어야 한다)검찰청이 청산되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이 이루어졌지만 지지층 누구도 이를 성과로 보지 않는다. 조사기관에 따른 편향성이 심한 여론조사 꽃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조희대 대법관 탄핵 여론이 절반을 약간 넘기는 수준으로 나오지만, 그 지지 여론의 강도는 꽤 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오히려 사법개혁 이슈가 전면에 나설 경우 나머지 민생 이슈를 덮어버리고, 지금의 긍정-부정 평가의 여론 지형을 그대로 굳혀버리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민주당도 불리한 지형에서 하는 진영 싸움에 대한 득실을 따져보기 시작할 것이다.

프랑스 시위의 함의: ‘나를 저버린 국가’에 대한 분노

격화되고 있는 프랑스 학생 시위의 근본 문제는 ‘나를 저버린 국가’에 대한 분노다. 일종의 프랑스식 사회계약이 파기된 것에 대한 항의에 가깝다.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질 낮은 공교육이다. 프랑스의 공교육은 재정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고, 교사가 제대로 충원이 되지 않아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중·고교 전체 수업 시수 가운데 7%는 교사가 없어 결손이다. 한 학급이 1년에 3주 안팎의 수업을 날리는 셈(수업 시수 연간 900시간)이다. 한 명이라도 교사 결원이 있는 학교가 전국의 55%인데, 결원이 있는 학교 비율은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대도시 외곽이나 지방이다. 가령 파리 외곽 크레테에의 경우 72%, 제3의 도시 리옹은 75%의 학교가 교사가 한 명 이상 없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학교 시설은 기본이다.

/조선일보. 2025년 12월 기준 자

문제는 이 공교육의 심각한 품질 저하가 은퇴한 교사를 먹여 살리기 때문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교육 문제를 분석한 칼럼(교육 예산의 28%를 삼키는 교사 연금…프랑스, 신규 임용 어려워)에 쓴 자료를 원용하면, 프랑스의 교육비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4%로 괜찮아 보인다. 문제는 28%가 교사 연금에 쓰인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 교사를 비롯해 공무원 연금은 현재 재직자들로부터 걷은 연금 보험료를 수급자에게 지급하되, 약속한 금액에 모자라면 사용자인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나머지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정부의 사용자 부담률은 고령화로 퇴직 교사가 급증한 탓에 2006년 49.9%에서 2025년 78.3%로 급증했다.

두 번째는 계급적인 문제다. 프랑스의 대학은 모두 평등하고, 바칼로레아(고교 졸업 시험)을 보며 모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평등한’ 대학인 그랑제콜(Grandes Écoles)이 있다. 그리고 이 그랑제콜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예전 일본 제국대학 학제의 ‘예과’에 해당되는 그랑제콜 준비반(프레파, prépas)에 들어가야 하고, 그랑제콜 준비반에 들어가는 입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문 중고등학교를 가야 한다. 루이르그랑, 앙리4세 등 명문 공립 엘리트 고등학교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가톨릭 계열의 사립학교도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들 엘리트 학교의 재정은 빈약한 일반 고등학교 재정과 분리되어있다. 동문 재단을 통해서 기부금을 모을 수 있고, 기업들은 인건비의 0.68%를 내는 수습세(Taxe d'apprentissage)의 13%를 재량으로 기부 가능하다. 가톨릭계 사립학교는 국가 보조에 더해서 높은 수업료와 재단 지원 등으로 재원이 풍부하고 운영에 재량권이 있다.

지난 2024년 아멜리 우데아카스테라 교육부 장관이 자녀를 공립학교에서 가톨릭 명문 사립학교인 ‘콜레주 스타니슬라스 드 파리’로 전학시킨 것이 임명 직후 드러나면서 촉발된 스타니슬라스 스캔들은 프랑스의 교육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세 자녀를 스나티슬라스로 전학시킨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데아카스테라는 공립학교의 “제대로 대체되지 않은 수업 시간 뭉치(즉 심각한 수업 결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발언 직후 해당 초등학교 담임 교사는 우데아카스테라의 세 자녀가 몇 달간 다닌 게 전부이고, 그 기간동안 수업 결손은 없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스타니슬라스의 종교 교육과 여 학생 복장 규정도 문제로 드러났다.(교회가 공교육 운영에서 세속주의와 평등 원칙을 지키지 않음) 결국 취임 4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고교 졸업 시험)에서 일정 이상 점수를 얻으면 누구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평등하게 교육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 교사가 없어 바칼로레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학생이 허다하다. 예산이 부족해 교사를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은 이 문제를 외면한다. 그들의 자녀는 국가의 제도적인 지원을 받는 특권적인 학교를 다니기 때문이다. 대신 엘리트들은 관대한 연금을 유지하면서 고령층의 정치적 지지를 유지하는 데에만 신경 쓸 뿐이다.

결국 프랑스의 청년들은 국가의 무능력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에 가깝다. “학교가 공화국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회계약의 기능부전과 배신이 시위 격화의 원인이다. 그래서 시청 등 관공서를 불태우는 행위가 이루어진다.

다른 한편에서 프랑스에서 중하층의 시위가 빈발한 것도 이 같은 사회계약의 파기와 국가의 ‘편재’에 대한 항의 성격이 강하다. 2018년 노란조끼 시위의 발생 지역은, 프랑스에서 의사가 적은 이른바 ‘의료 사막’ 현상이 심각한 지역과 겹친다. 그리고 이들 지역은 2022년 대선에서 르펜을 지지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프랑스의 문제는 엘리트들이 민중을 버렸다는 인식, 그리고 정치가 나의 삶을 해결하는 데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이 갖기 시작할 때 어떤 파국적인 결과가 나오는 지를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