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투쟁 ⑴ 대선 주자 없는 비주류의 문제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진행될수록 확실해지는 사실은 비명계의 허약함이다. 여기서 허약하다는 것은 단순히 세가 작다는 문제가 아니다. 바로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차기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대선 주자는 크게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먼저 당내에서 특정 파벌이 파벌로서 기능할 수 있는 응집력을 제공한다. 의원들에게 정치적 미래를 약속하는 인적 담보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비전과 어젠다다. 집권 비전은 대선 주자가 제시하는 청사진이어야만 설득력을 갖는다. 제아무리 유력 정치인이라도 권력을 어떻게 쟁취하고, 쟁취한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면 공허한 말 잔치로 끝날 뿐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정치인들이 당 안팎의 선출직에 도전했을 때 주된 지지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의 계파 정치에서 보스는 정치자금이나 관직을 배분하지 않지만, 대신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정치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당원들의 표를 끌어다 준다.

따라서 대선 주자가 없는 당내 파벌의 문제는 파벌이 파벌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내 변화 속에서 수동적인 대응만 가능하다. 원내 대표 경선같이 의원들이 결집하는 정도가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한계다. ‘1당원 1표제’를 채택한 민주당 경선 같은 경우 영향력은 꽤 제한된다.

이는 유시민의 ‘선도투’가 당내에서 실질적인 파급력이 제한된 이유이기도 하다. 선도투를 아무리 강렬하게 전개한들, 이를 이어받아서 당내 투쟁에 나설 ‘조직화된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2014년 김한길계를 주축으로 하는 비주류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를 민주당으로 끌어들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지금 비명계가 처한 상황은 2012~2014년 김한길계 등 비문계가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이들은 2012년 총선 공천 등에서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느꼈지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결국 이들은 2014년 안철수 당시 새정치연합 대표를 끌어들여 대선 주자 없는 파벌 신세에서 벗어나려 했다.

비명계는 자체적으로 대선 주자를 발굴하거나, 아니면 당내 다른 비주류 출신의 대선 주자를 옹립하거나, 아니면 당 밖에서 누군가를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앞으로 그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확실한 사실: 정청래는 대선 주자가 아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서 당내 정치에서 주도권을 쥐고, 자신의 체급을 크게 키우려고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패배로 정청래의 의도는 좌절됐다.

2025년 8월 정청래 전 대표가 자신의 SNS 계정에 게재했다가 삭제한 사진. /정청래 페이스북

지방선거 결과 분명해진 것은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차기 선거에서 지속적인 우세를 지켜나가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존의 ‘개혁’ 노선에서 선명성과 실행력을 강화하는 형태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해졌다. 정청래의 승리 공식이 더 이상 당내에서 먹혀들어가지 않게 된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정청래는 이제 민주당 안팎에서 대선 주자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정청래를 대신한 비명계의 구심점은 누가 있는가? 그 구심점도 없다. 정청래가 대선 주자가 아니라면, 그는 차기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명확한 발언이나 자기 규정도 없다. 비주류 출신인 정청래는 이해찬과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없다. 팬덤 정치가 지배하는 지금의 민주당에서 이해찬식의 실력자가 성장하거나 그러한 포지션으로 변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조금박해’가 살아있다면 양상은 다르지 않았을까

당내 비주류에게 생존 공간을 남겨주는 게 중요한 이유는, 어제의 ‘주류’가 오늘의 ‘비주류’가 되었을 때 해당 세력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 주는 건 역시 또 다른 비주류이기 때문이다. 자원과 상징이 부족한 비주류는 독자적인 국면 전환은 어렵다. 따라서 다른 비주류와의 연합이 주된 수단이다.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이른바 ‘조금박해’는 20대 국회(2016~2020년)의 민주당 소장파였다. 이들은 2020년과 2024년에 각각 공천 배제, 탈당, 낙선 등을 거쳐 민주당에서 밀려났다.

만약 이들이 2024년 총선에서 살아남고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여전히 당내 비주류였을 것이다. 그리고 3~4선 정도의 중진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명계는 확실한 구심점이 될 후보군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쳐낸 것은 민주당 주류였다. 2022년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박지현과 '조금박해'는 왜 그럴까’라는 칼럼을 통해서 이들이 “민주당에 해가 되는 말과 행동”을 “가끔 그런 말을 할 뿐인데도 언론이 그것만 대서특필하니까 오로지 그런 일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친윤언론이 조금박해를 자기 목적 달성에 활용하려고 ‘조금박해 현상’을 만들었다”며, 사실상 조금박해를 이적 행위자로 몰았다. 유시민이 고독하게 뉴스공장과 매불쇼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던지는 건 그의 옆에 설 만한 이들을 모두 쳐낸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의 지속적 하락

다른 한편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의 지속적 하락이다. 지난주 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52%였다. 4월 2주 최고점(67%)대비 1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의 변화(48%→40%)를 감안한다면, 중도층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선 글(이재명‧정청래‧김민석의 투쟁 보는 법, 향후 포인트)에서 지적했듯 한국에서 대통령과 정당의 관계는 두 국면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지지율이 높을 때 대통령 우위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하락 국면에선 의원들은 각자도생으로 돌아서고, 통제력을 상실한다.

지지율 하락은 복합적이다. 노동시장 지표가 악화되고,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하부 구조’에서의 불만이 높아졌다. 이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줄 수 있는 효용은 제한적이다. 지방선거 이후 ‘메가 프로젝트’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국정 방향 변화는 없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내 사안에서 발언을 계속하면서, 특정 파벌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지지율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중도층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을 되돌리지 못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낳을 것이다. 갤럽 정례 조사 기준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질 경우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당정 일체’의 설득력은 상당히 흔들릴 것이다. 다만 비명계가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최고위원 선거 양상 주목해야

14명이 난립한 최고위원 선거에 주목해야 한다. 친명계는 11명이 난립해 있고, 비명-친청계는 3명(이성윤, 최민희, 한민수)으로 간명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친명계 중에서 뚜렷한 인지도나 서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건태나 김용처럼 대통령의 측근임을 내세우는 정도이지, 이재명의 ‘노선’이나 ‘국정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기 규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통령에 기대고 있을 뿐인 고만고만한 인물들일 뿐이다.

비명-친청계 최고위원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이고, 입장이 꽤 분명하다. 조직된 소수와 어중이떠중이가 모여있는 다수의 싸움이다. 8명만이 남는 예비경선 이후가 본게임이긴 하지만, 친청계 후보들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정청래는 어디서 돌파구를 열까

정청래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다른 비명계 정치인들과의 연합이다. 대선 주자로 여겨질 수 있을 만한 ‘간판’을 정청래 대신 내세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검찰 개혁 이외에 새로운 의제를 던져 당원들을 동원해 내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가치’에 충실한 의제를 발굴해 던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김민석 후보로는 정권을 재창출해 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이번 당 대표 경선의 숨은 함의는 ‘지방선거 이후 불투명해진 전망 속에서 누가 승리의 비전을 제시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정청래 자신이 약하다면, 김민석의 문제를 부각시켜 상대평가로 몰고 가야 한다.

문제는 세 가지 모두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정청래 전 대표가 깔아놓은 포석들이 그의 움직임을 제약한다. 그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