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투쟁의 이해] ⑶ ‘적이 사라진 개혁’의 시대, 누가 ‘적’이 될 것인가

지방선거 이후 정치 일정은 꽤 단순하다. 8월 당 대표 경선이 있다. 지선 분위기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현재 유력한 후보는 정청래 현 대표, 그리고 김민석 국무총리다. 그리고 이번에 선출되는 사람이 2028년 8월까지 공천을 책임진다. 정 대표와 친청·비명계가 계속 당을 장악할지, 아니면 이 대통령과 친명계가 반격에 성공할지 구도다. 지난 글에서 썼듯이 양쪽 모두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파해야 할 필요가 높고,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2025년 9월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무조정실

예상되는 구도

그렇다면 정 대표와 김 총리 또는 친명계(이하 친명계 후보)는 어떻게 차기 대표 경선을 준비할 것인가? 여기서 핵심은 권리 당원에 대한 동원 기제다. 2월 당원 1인 1표제가 통과됐기 때문에 권리당원(6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 투표의 비중은 2025년 당시(55%)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차기 당 대표 후보는 권리 당원들이 왜 자신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 부분에서 유념해야 할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의 위상 변화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압도적 우위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 ‘주류’가 된 민주당에 대한 성격과, 다음 목표에 관한 규정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차기 정권 재창출에 대한 비전이다. 세 번째는 동맹 세력이다. 2026년 경선은 2025년과 달리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만들어진 ‘조직화 된 권리 당원’이 대규모로 존재한다. 따라서 세력 간 이합집산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지가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상대 후보가 왜 당 대표가 되면 안 되는지 네거티브 서사를 구축할 것이다.

정 대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정 대표가 쌓아 올린 서사와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개혁과 선명성, 그리고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다. 좀 더 유리하고, 승기를 잡은, 현직자의 전형적인 캠페인 전략이기도 하다.

⑴ 동원 기제: 선명성, 성과를 내는 당 대표
⑵ 핵심 기조: 중단 없는 개혁
⑶ 동맹 세력: 친문-비명, 원외 미디어,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창출된 우호 세력
⑷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친명 후보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가?

이에 맞서는 친명계 후보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캠페인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도와야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 대통령만이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민주당을 ‘중앙’에 폭넓게 자리 잡은 주류 정당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친청계가 약진한 상황(기사: 현역 무덤 된 민주당 경선 …당심은 친청·강경파 택했다)에서, 강성 권리당원뿐만 아니라 기층 조직도 정 대표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비명-비청에 해당하는 당내 주요 인사들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번 경선에서 정 대표가 승리하면, 그의 다음 행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당 장악에 나설 것이란 네거티브 캠페인을 꺼낼 수 있다. 일종의 ‘정청래 사당화’론이다.

⑴ 동원 기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이 대통령 지원
⑵ 핵심 기조: 뉴민주당
⑶ 동맹 세력: 친명
⑷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정청래 사당화

4월 23일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 16개 광역지자체장 후보가 연석회의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3개의 핵심 전선

이번 경선에서 장악해야 할 감제고지, 내지는 핵심 전선은 다음의 세 가지다.

⑴ 지방선거 결과 해석

지방선거에서 누구 덕분에 승리했는지, 또 누구 때문에 이길 수 있는 곳에서 패배했는지 격렬한 해석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정 대표가 대변하는 선명한 개혁 노선 또는 이 대통령의 국정 성과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가 숨어있는 논점이다. 특히 패배한 지역구에서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이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⑵ 강성 당원의 동원 기제

앞 장에서 서술했지만, 지금의 당원 지형을 친명계 후보가 바꿀 수단이 있는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성 당원에 대한 새로운 동원 기제를 제시해야 한다.

⑶ 재집권 비전

‘이재명 대통령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것이 8월 당 대표 경선 저변에 깔린 구조적 문제다. 2028년 총선을 책임지고 그 과정에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민주당을 바꾸는 것이 차기 당 대표의 과제이기 때문에, 각 후보는 재집권 비전에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승리 시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정 대표의 경우 특히 중요하다. 과연 정청래의 ‘개혁 완수’는 2030년 대선 캠페인의 비전이 될 수 있는가? 친명 후보가 내세울 ‘국정 성과 기반 정권 재창출’도 막연하긴 마찬가지다.

‘적’이 없어진 압도적 주류 정당의 문제

8월 차기 당 대표 경선에서 각 후보 진영의 고민은, 상당 부분 민주당이 안고 있는 ‘성공의 딜레마’에 기원한다. ‘적이 사라진 개혁’의 시대에 어떻게 새로운 동원 기제를 만들어 내느냐는 것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부패한 엘리트’와 ‘순수한 시민’의 대립 구도를 핵심 서사로 삼고, 핵심 전선으로 검찰·언론 등 권력 기관에 대한 ‘개혁’ 의제를 내세웠다. 부패한 엘리트, 시민 일반과 여러모로 다른 엘리트들이 권력 기관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 정치권력을 장악한 민주 세력이 나라를 ‘정상화’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제 압도적 우위의 주류 정당이고, 국민의힘 등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따라서 더 이상 부패한 엘리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검찰은 무력화됐고, 언론은 김어준의 영향력이 이른바 조·중·동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E-제로(Enemy-Zero)’ 상황에서 새로운 동원 기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당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필수적인 선택이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⑴ 새로운 적의 발명

‘부패한 엘리트’만큼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창조하는 민주·진보의 세계를 위협하는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을 지지한 20~30대 남성을 새롭게 '극우'로 규정하고 공격했던 흐름이 대표적인 사례다. 1회에서 서술한 민주당 지지자 연합 구조에서 보면, 이 경로는 ‘빽바지’라 불리는 상위 중산층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윤석열이나 박근혜 같은 구체적인 ‘얼굴’이 없는 위협이 분노의 응축점이 되어서 동원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누가 이 ‘진짜 적’을 규정하는 권한을 갖느냐다. 결국 민주당 내 권력 쟁탈전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⑵ 주류 정당으로 체질 전환

명실상부한 주류 정당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다. 적을 만들어내는 대신, 경제 성과와 국정 운영 능력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변부에 포진한 타 정당의 의제를 발 빠르게 흡수하는 포괄정당으로서 강조한다. 친명계 후보가 선호할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결국 이 대통령이 당의 비전을 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과 당 대표의 이중권력 상황에서 대통령이 집권 비전을 제시하고 당을 개조할 수 있는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문제는 중앙에 포진한 주류 정당 또한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헝가리에서 장기 집권에 성공한 오르반 빅토르는 ‘중앙 정치 역장’이라는 전략을 내세웠었다. 그가 이끄는 피데스(Fidesz)가 두텁게 정치적 스펙트럼의 중앙에 포진하고 나머지 정당을 주변화해 설 자리가 없게 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강력한 민족주의가 지지자 연합의 접착제 역할을 했다. ‘뉴 이재명’의 맹점은 이 이데올로기의 부재다. 또한 민주당이 명확한 조직과 이념이 있는 정당이 아니라, 유력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플랫폼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데올로기 없는 주류 정당으로 전환한다는 비전은 공허한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국내에서의 반대 세력 때문에 졌다는 배후중상설이 널리 퍼졌다.

⑶ 내부의 적 창조

적을 바깥에서 만들기 어렵다면, 내부에서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다. 이는 각 분파 지지자의 동원을 강력하게 끌어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교도’가 아니라 ‘이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정치 방식에서 발화되기 쉬운 경로다. 특히 원외 미디어는 외부에서 적을 만들기 어려울 경우, 내부에서 적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청중을 확보할 강력한 유인이 있다.

이 세 경로는 배타적이지 않다.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 내 각 분파는 세 가지를 동시에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적을 만들면서 내부의 적도 공격하고, 동시에 집권당 전환을 시도하는 모순적 행보가 이어질 것이다. 그 결과 갈등은 다층적으로 심화할 것이다.

동시에 이는 양립 불가능한 행보이기도 하다. 개혁을 내세우며 선명한 노선을 주장하는 정치인은 외부에서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면서, 진정한 개혁을 가로막는 내부의 적을 지목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압도적 집권 정당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이를 한 데 조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정청래 대표이건, 친명계 후보건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원내 민주당과 원외 민주당 간의 갈등에서 핵심 전선도 ‘적’이 누구인지를 놓고 만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적이 없는 개혁’의 시대에 새로운 외부의 적과 내부의 이단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내홍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분파 간 경쟁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서로를 ‘내부의 적’으로 지목하고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것이다.

4월 14일 전재수, 김경수, 김상욱 세 사람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해양수도 부울경 메가시티 공동출정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김경수 페이스북

변수들: 지선 결과, 조국, 원외 미디어

8월 경선 구조는 몇 가지 변수에 따라 꽤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지방선거 결과다. 지금 민주당은 부산, 경남, 대구 등 영남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하지만 부산, 울산, 경남의 선거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만약 영남에서의 당선자가 예상보다 적게 배출될 경우, 정확히는 부산과 경남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을 놓고 상당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 평택시 을 재보궐선거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당선될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이슈의 재부상이 권력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가 문제다. 이는 여권 재편뿐만 아니라 2024년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구호로 경기도 남부와 광역시 외곽의 신도시 아파트 지역을 휩쓸었던 조국혁신당의 득표력과, 그에 반비례하는 민주당의 취약성 문제이기도 하다. 아울러 20~30대의 비민주당 기조 등 세부적인 투표 행태도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대구, 부산, 경남에서 모두 이긴다면 외부에 적이 없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지방선거 완승 요인을 놓고 시작되는 신경전부터 갈등이 심화할 것이다. 부산이나 경남 중 한 곳에서 패배할 경우, 동남권에서 왜 부진했느냐를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이 경우 울산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민주당이 이겨도 이긴 게 아닌 듯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정 대표 책임론으로 시작해 경선 구도 판짜기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부산과 경남에서 모두 패배하는 시나리오다.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 회복에 성공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견제 정서가 확인될 것이다. 대구에서 이기고 영남에서 패배할 경우 격렬한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이 경우 이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8월 경선에서 쇄신 프레임을 내거는 후보들이 늘어나고, 민주당은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조국 대표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 안팎에서는 급격히 합당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를 견제하려는 이들이 조국 대표를 끌어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 대표의 당선은 그의 정치 역정, 특히 2019년 ‘조국 사태’에 대한 면죄부로 인식되고, 그를 민주당이 다시 껴안아야 한다는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선명성’과 ‘개혁’, 그리고 상위 중산층이라는 민주당의 실질적 기간 세력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정 대표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원외 미디어의 행보도 중요한 변수다. 2025년 경선에서 정 대표는 김어준은 물론 친명계 스피커인 이동형의 동반 지지를 등에 업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이동형의 도움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김어준 입장에서도 화끈하게 정청래를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 ‘원톱’의 등장은 결국 자신의 영향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 여러 원외 미디어는 민주당의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들의 콘텐츠는 상당 부분 ‘부패한 엘리트’와의 투쟁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으며, ‘적’을 만들어 낼 구조적 유인이 있다. 원외 미디어가 민주당 내 분파 간 대리전의 무대가 되면서, 원내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전의 입구, 그리고 성공 공식의 빈자리

결국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적이 사라진 세계’에서 자기 자신이 리스크가 되는 현실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작동 방식 자체에서 갈등과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끊임없는 소모전, 그리고 내전적 상황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민주당의 중첩된 이중권력 상황, 그리고 이재명과 정청래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교착 상태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동원 기제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유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도는 지금의 당내 작동 방식에서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

8월 경선 국면에서 민주당 전체가 직면할 위험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스캔들이다. 경선 과정에서 상대 분파에 대한 공격은 자연스럽게 스캔들 형태로 분출될 것이다. 각 분파가 새로운 지지자 연합을 원활하게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선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또한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지율이 높은 것과 별개로 권력 누수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2025년 10월 정부가 배포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홍보물

두 번째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의 현안이다.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소수 수출 대기업의 기록적인 실적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다. 반면 실물 경기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노동시장과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좋지 않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의 하방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20~30대 등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 집단의 등장이다. 이들은 자산 격차 확대, 저성장, 세대 간 재배분 이슈 등의 균열 요인 속에서 점차 존재감을 키울 것이다.

경선 전후 청와대와 당 대표 양쪽의 구심력은 지금보다 더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 정권 재창출 문제가 빠르게 부상하면서 대통령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분명히 감소할 것이다. 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정 대표의 영향력은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를 그대로 활용해 전리품을 챙겨야 한다는 강성 당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각종 ‘개혁’ 의제의 시효가 끝나면서 정 대표의 영향력도 약해질 것이다. 민주당 내 상당수 인사들이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관망세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것은 지금의 경쟁이 2028년 총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데다, 이재명·정청래 두 사람의 영향력이 내리막길이라는 판단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결국 8월 경선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차기 대선을 향한 조용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자리를 잡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각축전이 벌어질 경우 앞서 서술한 전선을 타고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갈등이 분당이나 탈당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파벌은 일본 자민당처럼 정교한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다. 따로 신당을 만들어 자력갱생할 수 없다. 또 압도적 우위에 있는 정당에서 이탈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에 가깝다.

따라서 대신 전개될 갈등의 양상은 새로운 지도부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게임이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상대 세력은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을 것이다. 교착 구조 속에서 비당권파를 내몰거나 축출할 수 없다. 당권파가 물러날 리도 없다. 따라서 지금보다 강도가 상당히 올라간 소모전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내전이 벌어지는 동안 성공 공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한, 내전은 끝나지 않는다. 이것이 '적이 사라진 개혁'의 시대에 민주당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