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쏘아 올린 질문: “민주당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봉화를 올렸다. 당 대표 경선에 대해 민주당의 헤게모니 싸움임을 분명히 했다. 유시민의 프레임은 간단하다. “민주당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이다. 당권 투쟁이 본격적인 전면전 양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6월 26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내 투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다스뵈이다 방송 캡처

왜 유시민은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되었나?

이번 당 대표 경선은 단순한 당 대표 경선이 아니다. 2028년 공천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 즉 2028년 이후 누가 민주당의 주인이 되느냐의 문제다. 2012년 총선 공천이 민주당 내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친노’가 당의 주도권을 쥐게 했고(참고기사: 이해찬 “당이 완전 망가졌다”… 친노까지 한명숙 대표 압박 - 경향신문 ), 2016년 총선 공천이 비문계의 탈당으로 이어져 ‘친문’ 천하를 만들었다면, 이제 그 과정이 거꾸로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안정적인 권력 유지와 무사한 퇴임 이후를 위해서 당내 장악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권 재창출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민주당에서 뚜렷한 상징이나 네트워크, 조직 기반을 가진 집단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에 맞설 만한 집단을 찾기도 쉽지 않다.

2012년 1월 한명숙 대표 선출은 4월 총선 공천에서 '공천학살'로 이어졌다. /한겨레신문 캡처

다시 말해 지금의 당 대표 경선이야말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청래 대표는 상당한 열세를 보여주고 있다. 26일 발표한 갤럽 정례조사는 민주당 대표 선호 인물을 물었는데, 민주당 지지자 집단에서 정청래 지지율은 24%로 김민석 전 총리(45%)에 크게 못 미쳤다. 송영길 의원(15%)이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한다 해도 큰 표차로 패배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시민을 비롯해 2002년 열린우리당에서부터 범민주당 진영 내에서 격렬한 노선 투쟁을 통해 2010년께 헤게모니를 잡았던 80년대 학번-60년대생, 명문대 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친문’ 집단으로서는, 본인들이 만들어 내고 성공시킨 민주당이 이념도, 노선도, 지향점도 없는 엽관배 무리에게 장악당하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다. 이건 단순히 가치관의 측면이 아니다. 실제 정치적 헤게모니가 줄 수 있는 다양한 ‘실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격렬한 반대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글(이재명‧정청래‧김민석의 투쟁 보는 법, 향후 포인트)에서 “이재명의 공세가 계속되고, 정청래가 수세적인 상황으로 몰릴 경우 김어준은 상당 부분 정청래가 제시하는 구도로 당내 경선을 봐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세계관과 언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특히 김어준 방송의 참전한 것은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유시민이 나서서 ‘봉화’를 올렸나?

원래 유시민은 정치적인 투쟁에 언어를 제공하면서 본인의 상징 자본을 쌓고 입지를 올렸던 사람이다. 2002년 8월 “화염병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들어서 “노무현에 대한 반칙 응징하겠다”라고 나선 것에서부터 이를 잘 보여준다. 그 역할을 다시 맡았을 뿐이다.

유시민이 정치권의 이데올로그로 뜨게 된 핵심 계기는 2002년 8월 '화염병과 바리케이드' 발언이다. /오마이뉴스 캡처

두 번째는 김어준 등 스스로를 민주당의 적통이라 생각하는 친문-비명계가 가진 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어준이 유시민이 출연한 26일 방송을 끝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토크쇼 <다스뵈이다> 코너를 없애고, <뉴스공장> 전체가 금요일 하루 종일 스튜디오 공개방송을 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김어준은 스피커가 아니라 방송국 경영자이다. 따라서 분파투쟁 최전선에서 서기에는 부담이 된다. 다른 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도 마찬가지라고 봐야할 것이다.

세 번째는 민주당 내에서 이데올로그의 부재다. 80년대 학번 운동권의 정치권 입지와 영향력은 사실 전대협 전반부(1~3기)와 그 이후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후 세대에서는 이렇다 할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없다. 지금의 민주당 주류가 형성된 것이 2000년대 초중반이고, 그 이후에 새로운 세력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데올로그와 이른바 ‘스피커’도 고만고만한 워너비 정도가 있을 뿐이다. 결국 유시민이 나선 것은 이들의 노쇠화를 웅변한다.

민주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유시민이 언급한 ‘용역’, ‘촉법’은 단순히 유튜브의 정치평론가만 지칭하지 않는다.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에 있던 건물을 헐어야 해요 그래서…철거 전문을 투입했다 용역을 엄청 썼다는 거예요”는 이재명의 주변에 있는 이들 전반을 가리킨다. 이들이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의 입주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고, “증축까지는 우리가 다 받아들인 거기 때문에 따로 동의받을 절차가 필요 없는데 재건축을 하려면 동의받아야”하는데, 받지 않은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용역인 이유는 민주당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40%, 문재인 대통령은 5% 나오면 노무현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 5% 더 있다는 거지 그게 서로 다른 집합이 아니거든요 그렇죠? 합치면 45%”이라는 발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즉 노무현-문재인의 민주당 적통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공격하는 게 이재명이 끌고 온 용역과 촉법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문재인을 모욕하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기 때문에 노무현도 모욕하는 것”인데, 거리낌없이 문재인을 공격“하는 용역들의 수장 이재명은 지금의 “자가면역질환”의 수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재명을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없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을 씻어 낼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체포동의안이 발의되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찬성 찍어 가지고 영장 심사 받으러 가고 그 새벽에 교도관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나올 때 그때 이재명을 응원하고 성원하고 함께 싸웠던 그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유시민의 대결

그렇다면 앞으로 당 대표 경선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김민석과 정청래 두 사람 모두 직접적으로 상대를 겨냥하는 거친 발언을 쏟아내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김민석이 정청래를 공격하면, 대통령과 함께 손발을 맞춰온 당 대표를 공격하고 민주당의 분열을 야기하는 사람이 된다. 거꾸로 정청래가 김민석을 공격할 경우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당 대표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버전의 ‘단결’을 호소할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몇 주 정도는 당 대표 경선에서 후보가 직접 나서기보다, 두 파벌에서 발언권이 강력한 이들이 ‘프레임 싸움’을 하려고 할 것이다. 김민석 쪽에서는 이재명이, 정청래 쪽에서는 유시민이 나서서 각자의 프레임을 설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고, 양쪽은 점차 발언 강도를 올릴 것이다.

유시민이 제시하는 프레임은 ‘지금의 민주당은 원래의 민주당에서 일탈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탈의 주변은 대통령 주변의 촉법 용역 세력이다. 당원들이 허가하지 않은 행위를 하고 있는 촉법 용역 세력을 숙정해야 한다. 이것이 당원 민주주의다’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맞서 ‘정부와 여당을 두 쪽 낼 대표이냐, 아니면 원 팀을 유지하면서 정권 재창출을 할 대표냐. 내가 제시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합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을 해낼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사실 양쪽 모두 적잖은 약점이 있다. 유시민의 프레임은 결국 정권 재창출의 비전이 없다. 검찰개혁이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등으로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없다. 2028년 총선까지 2년가량 선거가 없기 때문에 당을 정비해서, 제대로 된 민주당으로 맞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할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재명의 경우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사IN> 조사가 보여주듯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민주당이라는 응답을 앞선다. 그리고 당내 투쟁에 끼어들면 들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싸워야 한다. 이재명의 개입 역량에 근본적인 제약이 걸려있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시민과 이재명 이외에 다른 인물들이 참전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프레임 싸움은 유시민과 이재명의 대결이다. 친문-비명 진영이나, 친명 진영이나 명확한 이데올로그, 세계관과 언어를 만들고 퍼뜨릴 역량이 있는 이들이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