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체제, 총선까지 간다? 만년 2위 정당의 역학

지방선거 직후 흔들릴 줄 알았던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가 갖가지 조롱과 비판에도 꽤 순항하고 있다.

24일 의결이 보류됐지만 전국 254곳 당협위원장 전원을 일괄 사퇴시키고, 책임당원 투표로 재선출하자는 안건이 이를 상징한다. 정점식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장동혁 대표를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장동혁의 공세를 어찌저찌 막아내는 데 그친다. 20일에는 당 윤리위원회가 조경태(당원권 정지 2년 6개월), 진종오(2년), 권영진(1년 6개월), 서범수(10개월) 등 비당권파 의원 4인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사실상 총선 출마를 막아버렸다. 진종오에 대한 징계 사유에는 6월 재보선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는 점이 명시됐다.

장동혁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 이후 재선출이라는 강수는 자리를 잡은 소장파 정치인들을 내세워 영남권에 자리 잡은 다선 의원들을 몰아내겠다는 일종의 세대교체 시도다. 경기도 오산에서 낙선한 경북 영천 출신 김효은, 부산 사상에서 낙선한 뒤 경기도 동두천‧연천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손수조 등은 중진들의 빈자리를 언제든 채울 수 있다. 친장동혁 강경파들의 면면을 보면 다수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상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부정선거 시위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무엇보다 문제는 장동혁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없고, 앞으로 상당 기간 존재하기 어렵다. 보수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오세훈, 한동훈, 이준석 모두 ‘새로운 다수파’를 구성할 수 있는 세력과, 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기 어렵다. 중진 의원들의 집단지도체제가 비현실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모인다고 해서 다수파를 만들 수 없어서 기계적인 결합 시도도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장동혁 체제는 2028년 총선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장동혁 개인의 정치력이나 소장파들의 힘이 세거나, 당내 여론이 그들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대안을 만들어낼 수 없는 만년 2위 정당의 구조적 역학 관계 때문이다.

1. 파편화된 지지층, 승리 연합 구성의 어려움


보수 정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파편화된 지지자 구성이다. 4월 한국일보 칼럼 <'국민의힘 궤멸', 근본 문제는 지지자의 파편화에 있다>에서 지적했듯 장동혁, 오세훈, 한동훈, 이준석 등은 “모두 파편화 그룹 중 일부의 지지만 확보하고 있을 뿐 그 확장성이 낮다. 그 결과, 그 누구도 보수 진영을 재편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는 정치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지층 바깥에서 거센 비토를 받는다.

이러한 상황이 된 건 국민의힘 내부에서 ‘보수 내 중도’라고 할 만한 지지자 집단이 붕괴하고, 각각의 주변부 집단들만 남았기 때문이다. 중도는 단순히 온건, 실용 성향의 스윙보터 집단이 아니다. 중도가 있어야만 파편화된 분파를 한데 엮을 수 있다. 중도가 없다면 승리 연합 구성이 불가능하다.

2. 수도권 선거, 누가 승리할 수 있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새롭게 승리 연합을 구성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새로운 지지층을 규합해서, 보수 지지자 연합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영남, 서울 강남 3구, 65세 이상 고령층은 유동성이 낮고, 다수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질량도 충분하지 않다. 현재 민주당을 이탈했거나, 강한 보수-무당층 성향을 갖고 있는 이들을 규합해야만 한다. 여의도연구원이 2024년 11월 실시한 유권자 여론조사(국민의힘 몰락, 보수의 분화와 자영업자 이탈에서 시작됐다) 결과는, 자유주의-보수(전체 유권자의 18%)를 지지층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권위주의-보수(유권자의 26%) 집단에 갇혀있는 국민의힘의 문제를 정확히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20~30대 중상위층 남성이 아니라, 오히려 30대 여성이나 30대 중층 이하 집단의 지지를 바탕으로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선부터 시작해서 30대는 문재인-이재명 정부에서 자산 격차 확대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며, 이들이 민주당 이탈할 경우 보수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의 보수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2024년 총선처럼 조국혁신당에 비례대표 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민주당을 견제하거나, 아니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처럼 그때그때의 후보, 시기적 요인에 따른 유동적 투표 행태를 보일 뿐이다.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보수라는 이름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노선과 인물, 서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오세훈, 한동훈, 이준석 등의 차세대 주자들이 그러한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느냐다. 그나마 근접해 성과를 보여준 쪽은 오세훈이지만, 서울시라는 공간적 한계(이는 유권자 집단에 소구할 수 있는 정책과 서사의 한계다) 그리고 지자체장이라는 직위의 한계는 분명하다. 근본적으로 ‘따뜻한 보수’라는 핵심 포지션이 대선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 그리고 고령인 그가 20~30대에 대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한동훈은 여전히 그가 어떠한 노선을 내세워 수도권 20~30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 압구정 출신의 엘리트 검사가 평범한 유권자의 공감을 확보하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게다가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늘 물음표로 따라붙는다. 이준석이 갖고 있는 한계도 분명하다.

3. 영남 중진 ‘단괴’의 최적 전략은 기회주의


당내 주류는 영남의 다선 의원들이다. 이른바 ‘옛 친윤’이라 불리는 집단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실 친윤이란 집단은 윤석열과 정치적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등질적 집단이라기보다는, 검찰이나 서울대 법대, 김건희 주변 사람 등 개인적 인맥 이외에 기반이 없는 윤석열을 옹립한 동맹 세력에 가깝다.

이들의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이다. 그래서 주류와 손을 잡고, 그들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적 전략이 된다. 전국 단위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수도권 유권자를 바라보는 발언을 하고, 그 대가로 지역구 보수층에게 비판받고 경쟁자에게 빌미를 잡히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 여러 잠재 주자들을 동시에 올려놓고 그들이 당을 장악하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행태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중진들이 장동혁 체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지만 집단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도,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지도부와의 충돌로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장동혁이 무리하게 윤리위를 가동해 비장동혁계 의원을 찍어내는 건 이들을 의식한 조치이기도 하다. 영남 중진의원들의 핵심 이익이 차기 공천인 이상, 그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을 꺼내 들면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회주의가 최적 전략인 것이 분명한 집단은 정당을 바꿀 힘이 없고, 바꿀만한 인물에게 힘을 빌려주지도 않는다.

4. 조직된 소수가 다수를 제압하는 2위 정당의 특성


장동혁과 친장(親張) 강경파가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고, 올림픽공원에서 자신들의 정통성을 갖는 행태는 그들의 정치적 생명선이 ‘잘 조직된 소수파’에 있기 때문이다.

만년 2위 정당의 정치 기반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짠물’이 된 당원들이다. 그리고 이길 수 없는 정당이기 때문에 당원들에 대한 전반적인 동원 강도는 약하다. 두 번째는 고정 지지층을 동원해 내는 조직이다. 영남 등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고정 지지층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조직을 장악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년 2위 정당의 내부 구조는 꽤 허술하다. 민주당과 달리 중앙 정치 싸움을 위해 숫자만 많을 뿐인 당원들을 대규모로 상시적으로 동원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된 소수’를 만들어내고, 이 조직된 소수가 뭉쳐서 움직일 수 있는 기제를 만들어낼 경우 당을 장악할 수 있다.

장동혁이 계속된 선거 패배와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강경 보수 일변도로 가는 근본적 이유다. 당협위원장 직선제가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도, 기반 없는 친장 강경파라도 그들을 유튜브로 조직된 소수 강경파가 지원하면 상당수 당협을 접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5. 일본 사회당의 사례: 자멸할 때까지 버틴다


지금의 국민의힘과 비교할 수 있는 집단은 일본 ‘55년 체제’ 당시 사회당이다.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간신히 넘기는 ‘0.5’당이었는데도 사회당의 선거 전략은 기존의 의석을 지키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출마한 후보자부터 전체 의석의 과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든 후보가 당선되어도 집권할 수 없는 정당이었던 것이다. 중선거구제하에서 고정 지지층의 표를 모아서 기존 의석수를 지키는 것이 이들의 실질적인 전략이었다.

출마 지역도 노조 세력이 센 곳에 집중되어있었다. 중산층이 거주하는 신흥 교외 지역이나 농촌은 방기하다 시피했다. 지역 조직은 노조를 기반으로 하는 특정 의원과 유착되어 있어서, 당 중앙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1962년 나리타 도모미 사회당 서기장은 △일상활동부족(日常活動の不足): 선거철에만 반짝 움직임, △의원당적 체질 (議員党的体質), 그리고 △노조의존(労組依存): 조직과 재정을 노조에 의탁하고 독자 대중 기반이 없음을 세 가지 조직적 결함(이른바 나리타 삼원칙)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사회당이 무너질 때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그것이 사회당의 기존 의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사회당 내부에서는 노농파 마르크스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주의협회가 당 조직과 주요 직책을 장악하면서 대규모 당내 갈등이 발생한다. 사회주의협회는 의석도, 대중 기반도 없었지만 청년부, 학습회, 기관지 등을 통해서 ‘조직된 소수’로 ‘누가 당의 이념을 올바르게 대표하느냐’는 논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당 사무를 관장하는 서기국과 기관지를 장악한 것이 강력한 조직 기반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목표한 것은 사회당 정권이 아니라 사회주의 혁명을 수행하는 정권”이라는 것이 이들이 어떻게 사회당을 이끌었는지 보여준다. 협회는 1977년 노조(총평)를 등에 업은 온건파 의원들이 반격을 가해 대의원단 선출 규정을 바꾸면서 빠르게 영향력을 상실했다. 온건파가 승리했지만, 사회당의 쇠퇴는 빠르게 이뤄졌다. 무엇보다 노조가 급격히 조직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노조의 정치 기구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사회당의 몰락은 필연적이었다.

6. 장동혁 체제의 전망


그렇다면 장동혁 체제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오세훈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
반 혐의 재판과 그에 따른 2027년 재보선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2027년 8월 전당대회에서 장동혁의 재선 도전이다.

① 재보선에 패배해도 장동혁은 버틸 수 있다

오세훈이 내년 2월 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고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면 그해 4월 재보선이 실시된다. 3월을 넘기면 10월이다. 4월 재보선은 장동혁 체제의 시험대가 된다. 친장계 인사나, 그에 영합하는 인사가 공천받을 경우 승산은 높지 않다.

하지만 재보선 패배로 책임론이 분출하고, 자연스럽게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다른 유력 정치인이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지자 집단을 구성하지 못한다면, 장동혁이 패배의 책임을 지는 서사도, 그리고 물러나게 만들 정치적 압력도 형성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동혁과 그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에게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증거이지 노선의 실패가 아닐 것이다. 패배의 해석권을 강성 당원이 쥐고 있는 한, 패배는 교정 기제가 아니라 강화 기제다.

② 장동혁은 재선에 도전한다. 누가 대항마가 될 것인가?

당연히 장동혁은 재선에 도전할 것이다. 여기서 대안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장동혁 체제가 계속되고, 당협위원장 전면 교체 같은 강수가 이어져 장악력을 높인다면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더 친장동혁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한동훈과 이준석은 당 밖에 있고, 오세훈은 사법 일정에 발목이 잡혀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당 밖에 있는 ‘보수의 대안’ 내지는 ‘차기 권력’의 지원을 받고 당 내에서 다수파를 구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전면적인 반장 노선 대신에 적당한 중도 노선, 타협 가능한 영남 출신 중진이 출마해서 차기 당 대표를 맡을 수 있다. 사실 영남 중진들 입장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는 데에는 최선의 선택이다. 차기 대선 주자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강남-영남 보수 단괴’ 정당의 길을 갈 가능성도 있다.

③ 서울시장 재보선이 열리지 않거나, 수도권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장동혁 체제가 흔들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먼저 오세훈 시장이 자리를 지키거나, 재보선에서 반장동혁에다 새로운 노선을 주창하는 인물이 시장직을 차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도권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것이 국민의힘 안팎의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다. 대안적 노선이 있고, 그에 대한 당내 지지 기반이 만들어져야만 장동혁 체제가 대체될 수 있다.

문제는 두 조건 모두 현재 잠재적 차기 대선 주자의 지지 기반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국민의힘 내부의 영남 중진들, 장동혁 대표, 친장계 원외 정치인들도 모두 알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지지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히 정치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화 세력의 낡은 유산과, 그리고 별다른 대중적 지지 기반 없이 ‘자유’니 ‘시장’이니 ‘문화전쟁’이니 외치는 이념지향형 보수를 대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국민의힘 차기 주자들 앞에는 그들이 갖고 있는 자원과 해결해야 하는 과제 사이의 깊고 넓은 간격이 놓여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