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좋은 '태도', 지지층 규합, '먹고 사는 문제' 회피…이걸로 충분할까
18일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의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지금의 민심 이반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면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태도다.
두 번째는 민주당 지지층을 계속해서 규합하기 위한 호소다.
세 번째는 상대적으로 입장을 정하기 쉽고 정치적인 부담이 덜한 연임이나 공소취소, 인사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후퇴다.
네 번째는 부동산 등 먹고 사는 이슈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진영 이슈로 몰고 가겠다는 회피다.
이 같은 메시지 방향은 19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는 등 청와대의 실제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다. 기자회견의 효과는 어느 정도이며, 당초 기대하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로 어떤 행보에 나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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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 상황: 조만간 나올 “이재명으론 선거 못 치른다”
대통령 긍정평가보다 더 무서운 게 부정평가다. 부정평가는 한번 쌓이기 시작하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번 선거에서 대통령과 여당 심판 선거 프레임이 작동되면 선거판이 무척 어려워진다.
통상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55% 선을 넘으면, 다음 선거는 심판론 선거라고 보아야 한다. 박근혜는 2015년 1월 2주, 문재인은 2021년 1주 각각 부정평가 55% 선에 도달했다. 그러고 나서 선거(각각 2016년 총선, 2021년 재보선)에서 패했다.
그런데 18일 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부정 평가는 56%에 달했다. 특히 서울이 64%에 달한다. 인천·경기는 53%, 대전·세종·충청은 58%를 기록했다. 이대로는 총선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대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ARS 여론조사에 응답하고, 투표장에 고정적으로 나오는 정치 관심층에는 부정평가가 더 높았다. 갤럽은 4단계로 정치 관심 정도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조사 결과도 별도로 집계해 공개한다. 정치 관심층(‘많이 있다’와 ‘약간 있다’ 합산, 전체 응답자의 68%)에서 부정평가는 59%로 전체 응답자보다 더 높았다. 긍정평가는 31%(전체는 37%)에 불과했다.
2. 어느 정도 유지되는 민주당 지지율
그나마 민주당 지지율은 유지되고 있다. 지난주 38%까지 밀렸던 민주당 지지율은 40%를 기록했다. 특히 정치 관심층에서는 47%에 달한다. 국민의힘(30%)과 비교하면 분명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도 4월(48%)과 비교하면 하락이 상당히 가파른 수준이다. 하지만 중도층과 연성 보수층이 대거 이탈하고, 나아가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수 반대 세력이 결집한 대통령의 상황보다는 어느 정도 ‘진영’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뒤집힌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의 지지율은 개인적인 캐릭터나, 그가 표방한 이념에 대한 공감 때문이 아니라 국정 수행 능력 때문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고용, 증시 등 주요 부문에서 평가가 뒤집히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게 됐다. 민주당은 그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두 번째는 최근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인 인사, 공소취소, 연임 논란 등은 대통령의 권력 행사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율을 직접 끌어내리는 사안은 아니다.
세 번째는 전당대회를 통해서 수면 위로 올라온, 이재명계에 반대하는 비명 성향 민주당원이다. 김어준씨가 ‘코어 지지층’,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A 집단’이라 지칭하는 이들인데,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거둬들이지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철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은 66%로 줄어들었다. 30%는 부정평가자다. 의견유보는 4%에 지나지 않는다.
3. 대통령의 대응: 34%의 ‘비이재명 민주당원’에 대한 지지 호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관되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들을 겨냥했다.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한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 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모두의 대통령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가 제시한 가치와 신념, 정책을 선택한 국민의 의사도 여전히 존중돼야 할 것”이라며 국정 운영 기조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뜻에 맞는 정책을 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4%의 ‘비이재명 민주당원’의 마음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국민들이 댓글로 남긴 질문이라며 “전통적인 지지층, 이른바 코어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리실지 궁금하다. 선정적인 혐오의 말도 못 하게 막아달라”고 이야기한 것은 노골적인 수준으로 비이재명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행보였다. 이 대통령도 검찰 개혁과 관련해 “가치와 지향 정책을 함께하는 사람들, 이 분들의 입장도 중요하다…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과 가치 지향 정책들을 우리는 반드시 실현해야 된다”라며 코어 지지층이 원하는 중단없는 개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4. 통제 가능한 사안: 연임과 인사, 그리고 공소취소
두 번째 주안점은 인사 문제, 연임 논란, 그리고 공소취소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면서 후퇴한 것이다. 이들 사안은 대통령의 권력 행사와 직접 관련된 이슈이고, 대통령 자신의 이해관계가 달려있으며, 그러므로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임 논란부터 보자. 사실 연임 이슈가 시작된 곳은 친명계 내부였다. 갖가지 비주류가 모여있는 친명계는 대통령 임기가 끝을 보일수록 내구도가 급격히 약해진다. 여기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대통령 지지율을 등에 업고 개헌안에 연임 특례를 넣어도 되지 않느냐는 비공식적인 논의로 이어졌다. 공소취소도 마찬가지다. 19일 사퇴한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공동 대표를 맡았던 이른바 ‘공취모’는 이 대통령의 검찰 수사와 기소가 정치보복 및 조작기소라 주장하며, 관련 사건들의 즉각적인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후퇴를 결정하는 건 대통령의 결정이다. 민주당 내 결집력 강화와 더불어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이유다. 이번 기자회견 내 대통령의 발언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득점을 올린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당 사안이 기자회견의 주요 사안이 된 것부터가 이재명 대통령이 처해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의미한다. 먼저 연임이나 공소취소 논란이 기자회견 의제가 될 정도로 정치의 중심에 선 것 자체가, 청와대가 내심 이들 사안을 바라고 있다는 유력한 ‘시그널’이 계속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사안이 지지율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2~3주 전쯤 메시지를 냈더라면 좀 더 깔끔하게 상황 정리가 됐을 것이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처리 방식은 앞으로도 이 대통령 수사와 재판을 둘러싼 이슈가 상당한 정치적 논란거리로 남아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사실 대통령이 해당 사안을 정치적으로 깔끔하게 돌파하고 싶었다면, 임기를 마치고 당당하게 재판받겠다, 나의 결백함은 너무 분명하고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 기소를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저만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악의적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받고,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부분,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과 연관된 부분에 대해서 후퇴했을 뿐이다.
5. 전월세 문제, 아예 언급도 없어
그런데 청와대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해당하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게 전월세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전세는 서서히 사라져야 할 제도’라는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표면적인 내용을 들어 “‘사라질 것’이라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나. 그럼, 질문이 의미가 없어지지 않나”라고 반박하는 형태로 관련 이슈를 피해 나간 것이다. 해당 질문을 한 기자 입장에서는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고,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부분, 즉 임대료 상승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아파트는 물론 비아파트 임대시장도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 진행되면서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단기적 원인으로 보면, 2022년, 즉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그 해부터,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이기도 하다. 그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토지거래 허가를 풀어서 특정 지역의 집값이 폭등했다”라며 전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다행스러운 건 최근에 강남을 포함한 지역의 하락이 시작돼서 계속 하락이 확산되고 있다…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고 효과를 보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결국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성과를 내고 있고, 기조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부동산 투기공화국, 부동산 공화국을 벗어나는 게 이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다. 어렵다.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부는 한다”며 여전히 부동산 영역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레버리지 ETF 등 다른 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회피로 일관했다. 슬로우뉴스가 지적하듯, “문제는 주가가 떨어져서 손해를 봤다는 게 아니라 애초에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위험한 파생 상품을 허용한 이유가 무엇이냐”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당국인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저한테 보고된 바로는”,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제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재정경제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경질한 것에 대해서도 거의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다.
6. 지지율 추락은 막겠지만 반등 효과 제한될 것
기자회견의 기조는 꽤 의도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의 목표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지지율이 수직 낙하하는 것을 막고,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와대의 권력 행사와 관련된 부분에서 반발을 가져온 부분에서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부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자인해야 하는 경제 정책 관련 부문의 이슈가 불거지는 것은 피했다.
마키아벨리가 지적했듯 정치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과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신중함이란 여러 위험들을 평가한 뒤, 해악이 가장 작은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기자회견 기조가 지지율 반등을 끌어낼 수 있느냐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의 구조를 따져보면, 핵심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의 집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다는 데 있다. 또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타깃으로 한 이익 분배 정치만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지 않은 집단에는 큰 관심도 없고,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중도와 연성보수가 이탈하자 대통령과 민주당의 리스크 요인이 두드러지게 됐다. 사실 중도층 지지율이 어느 정도 유지 되었다면, 지금처럼 대통령의 인사 문제가 발목을 잡지도 않았을 것이다. 강선우의 사례처럼 일시적인 하락 요인으로, 경질만 하면 금방 회복될 수 있었을 테다. 민주당 내 갈등이 급격하게 격화되고, 대통령이 한쪽 진영에 속한 인물로 간주되는 일도 최대한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자회견으로 서울 등의 지역에서 중도층이 되돌아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기자회견이 보여준 것은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그대로 간다는 것이고, 아직도 정부 정책이 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입자 문제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았다. 지역 균형 발전을 내내 강조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무엇을 해줄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대신 지지율의 추가적인 하락은 없거나, 소폭 하락이 이어지는 수준의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높다. 여론 지형에서 민주당 지지자는 전체 유권자의 35~40%를 차지한다고 보아야하고, 현재 대통령 지지자는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따라서 민주당 지지자의 추가적인 이탈만 없다면 지지율이 30%후반~40%초반대에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부정 평가가 50%를 웃도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향후 정치 상황에서 대통령과 친명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7. 향후 국정 운영 방향:
미프진, 억강부약·대동세상 언급에 주목해야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원팀’을 호소하고, 검찰 개혁을 강조한다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최소한 유권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지지를 새로 확보할 수 있는 의제를 던져야 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향후 청와대가 어떻게 의제를 만들고 국정을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발언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임신 9주 이내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중지 약물인 미프진 도입이다. 미프진 도입 결정이 내려지게 된 정치적 배경은 최근 빠르게 지지를 상실한 20~30대 여성들을 다시 붙잡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제가 직접 지시하지 않으면 제 임기 끝날 때까지 이 상태로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라며 자신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미프진을 허용할 거냐 말 거냐 여기는 반대하고 여기는 찬성하고 이걸 결정하는 순간 어느 쪽으로부터 욕을 먹게 돼 있는데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는 아무것도 안 해버린다. 저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논쟁적인 의제이지만, 그만큼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집단의 충성을 유도할 수 있는 의제를 공세적으로 던지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억강부약’, ‘대동세상’ 등 과거에 내세웠던 슬로건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억강부약은 2회, 대동세상은 3회 등장한다. ‘반칙과 특권’, ‘빛의 연대·사회 대개혁’ 같은 선명한 개혁 코드도 내세웠다. 나아가 이를 “성남시장 이재명에게도, 경기도지사 이재명에게도… 기대는 한결같다”, “주민교회 지하 기도실”, “변방의 비주류” 등 선명한 개혁이 자신의 ‘뿌리’에 해당된다며 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재명의 정치적 성장은 피아 구분이 확실한, 특히 ‘나쁜 놈’의 규정이 확실한 사안을 만들고 여기에 대해서 지자체장의 역량을 쏟아붓는 결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익숙한 성공 공식을 다시 적극적으로 되살리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기자회견에서 45번 넘게 쓰인 ‘개혁’을 다시 내세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세 번째는 사회정책에 대한 강조다. 후임 정책실장 인선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회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을 살짝 이동해야 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 그 점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어서 적당한 인물을 찾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책이 수출 확대, 증시 부양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 노동, 복지 등 사회정책을 신경쓰겠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이 강점을 갖고 있는 복지 정책이라는 운동장에서 뛰겠다는 전략을 내비친 것이다.
8. 총평: ‘반응성 부재의 위기’에 대한 제한적 대응
지난 글(민주당의 핵심 문제, 정치 담론의 ‘탈사실화’)에서 지적했듯,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결과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불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진영 논리를 강화시키는 정치 방식과 민주당의 오만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이 상당하다는 것도 드러냈다.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 상승 문제도 수도권 선거의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 마디로 청와대와 민주당의 전략, 정책, 메시지의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후 대응은 기본 지지자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것 일색이었고, 지지율이 빠질수록 기존 지지자만을 소구하는 행태가 이어졌다. 공소취소 논란 등은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인 사활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었다. 지난달 말 실시된 개각이 지지율을 더 떨어뜨린 것은 대통령이 직면한 문제가 ‘반응성 부재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였거나, 지지철회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불만과 비판에 대해 수용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민생 개혁 통합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아픔과 갈등에 대해서 충분하게 공감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대표적이다. 또 연임이나 공소취소 논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대응했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지지자 결집의 행보는 이어졌다. 또 제대로 명쾌한 답을 하기 불가능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로 일관했다. 김현지 부속실장의 역할 등 청와대 인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인사 행정을 포함한 모든 국가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 차제에 인사 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며 원칙적인 발언을 했을 뿐이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은 반응성 부재가 초래한 위기에 대한 제한적 대응이었다 할 수 있다. 대응이 제한되었던 만큼, 효과도 제한적이다. 또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린 국정 운영 기조, 지지층만을 향했던 정책과 메시지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분배나 복지 등 몇몇 분야에서는 좀 더 강화된 형태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