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핵심 문제, 정치 담론의 ‘탈사실화’
청와대와 민주당이 직면하고 있는 진짜 문제는 지지율 급락이 아니다. 통제 불능 상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정 관리가 실패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사가 앞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외생적이 아니라 내생적이다. 다시 말해 악재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인 리스크가 대두되거나 과거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 ‘진단 및 평가-대안 마련-수정 및 실행’이라는 피드백 루프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달 말 발표한 개각이 지지율을 더 가파르게 끌어내리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 편’과 ‘우리 편 지지자’만 챙기는 행태는 중도 내지는 스윙보터라 할만한 집단의 급격한 이탈을 불렀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청와대와 여당의 무능이 아니다. 왜 무능해졌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것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정치 담론의 ‘탈사실화(defactualization)’가 있다. 현실 인식이 ‘사실’과 동떨어지고, ‘가공’의 서사에 갇혀 있게 되면서, 정치적 리스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 능력을 상실해 버렸다는 얘기다.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구조적 원인과 대응 방안(2026. 8. 10. 전체 공개)
왜 이재명 지지율은 급락하는가? 구조적 배경과 권력구조의 문제(2026. 9. 7. 유료)
‘농성형 개각’의 문제…‘피벗’ 없이 지지율 반등 없다(2026. 8. 31. 유료)
지방선거 결과 분석 ⑵ - 권력 지형 전환과 한계, 향후 전망(2026. 6. 8. 유료)
반응성을 파괴하는 탈사실화
정치 담론의 탈사실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청와대와 여당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반응성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탈사실화는 반응성을 파괴한다.
지방선거 결과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전략, 정책, 메시지의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었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도 남부 도시 기초지자체장, 부산 북구갑 재보선을 비롯한 영남권 선거의 패배는 지지자 연합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응은 기존 지지자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것 일색이었다. 지지율이 빠질수록, 기존 지지자만을 소구하는 메시지가 더 많이 나왔다. 지지율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름 만에 사퇴하기까지 과정도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이 얼마나 굼뜨게 움직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는 인식의 게임이고, 의사환경(pseudo-environment)에 대한 서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과 뚜렷이 괴리된 단계까지 나아가 버릴 경우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각각의 유권자 집단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그들의 진짜 생각과 선호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 담론의 탈사실화는 이재명 파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전반, 그리고 국민의힘까지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끊임없이 적과 아군을 만들어내면서 정치 고관여층을 자극하는 동원 정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동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센 자극이 필요하고, 극단적 대립 구도와 갈등 관계,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를 부추기는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탈사실화는 ‘정당 없는 정당’이 된 민주당의 구조적 약점에서 기인한다. 민주당은 일종의 선거 플랫폼이나 다름없다. 정치인의 발굴과 육성, 당원 동원과 교육, 정책 계발, 메시지 확산, 심지어 정치 자금 모금까지 당 밖의 ‘준정당조직’에 위탁하다시피 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것은, 뉴스공장이 단순한 미디어가 아니라 민주당의 핵심 기능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스피커’ 간 경쟁 구도의 양상을 띤 원인이기도 하다. 유튜브에 기반한 미디어가 정당 기능을 대신하면서, 이들의 경쟁은 서사의 경쟁이 됐다.
각자 내놓은 서사가 얼마나 청중을 끌어모으냐는, 그것이 얼마나 ‘사실’인지와 큰 관련이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정당이나 그들이 지지하는 파벌의 성공이 그들의 진짜 이해관계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의 목적은 영향력 확대와 그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이익이다. 선거에서 이기고 특정 의제를 관철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뜨뜻미지근한 중도층을 붙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전형적인 주인-대리인 문제가 정치 영역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4년 미국에서 출간된 ‘텅 빈 정당(The Hollow Parties: The Many Pasts and Disordered Present of American Party Politics)’은 미국 정치에서 슈퍼팩(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정당 밖 조직), 싱크탱크, 지지자 단체, 영리 미디어 등 준정당 조직(para-party organization)이 공식 정당 조직을 압도하면서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공식 정당 주변의 ‘정당 블롭(blob·형태가 없는 덩어리란 뜻)’은 각각의 고유한 이해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은 유권자 집단의 일부와 밀접히 결부되어있지만, 정치적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활동은 다수의 유권자가 정당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 결과 준정당조직이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신뢰나 충성에 장애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같은 급진우파포퓰리즘이 정당을 장악하는 결과를 낳기까지 한다.
정치 담론의 탈사실화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현실주의 부재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정치인, 그리고 정치 세력은 자신의 목적과 수단을 명료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전략적인 이해도 어려워진다. 그 결과가 민주당의 지지율 급락과, 지지율 급락에 대해 제대로 된 진단과 대응 모두 실패한 모습이다.
뉴이재명·디커플링·ABC 담론의 허구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 안팎에서 만들어진 정치 담론들은 대부분 사실과 어긋나 있다. 뉴이재명, 구조적 다수, 디커플링, ABC 담론 등 대부분이 그렇다. 본인들의 파벌을 동원하거나 아니면 정당화하는 기제일 뿐이다. 따라서 그 파벌을 벗어나면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대표적인 게 ‘뉴이재명’ 담론이다. 민주당이 기존에 끌어안지 못했던 중도 내지 보수 성향의 실용주의 세력을 포섭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에서 영입된 인사 중에서 보수를 대표할 만한 인사는 없다. 대부분 주변부에 있던 인사들이거나, 기회주의적인 인물들이다. 1990년 민주자유당 출범이나 DJP연합 같은 상대 진영의 핵심 세력이나 인물을 영입하지 않는다면 ‘확장’은 슬로건일 뿐이다.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민자당이 이재오, 김문수, 이우재, 박형준, 차명진 등 민중당 거물들을 영입한 것과 비교해서도 ‘뉴이재명’ 인사들의 ‘대표성 없음’은 도드라진다.

나아가 뉴이재명 담론이 ‘탈사실’에 가까운 것은 중도 내지 연성 보수 유권자 집단을 겨냥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몇 차례 지적했듯 이재명 파벌의 정치는 일종의 ‘이익 분배형 정치’다. 그리고 이 이익분배형 정치는 줄곧 호남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들이 이재명 파벌을 지지하는 데 겨냥해 이뤄지고 있다. ‘구조적 다수’에 대한 강조를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당 대표 등이 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향이 없는 이유다.
비이재명계의 정치 담론도 마찬가지다. 김어준씨가 8월 초중순 제기한 ‘코어 지지층 이탈’이 대표적이다. 김어준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디커플링이 확실히 되고 있다”라며 “우리가 한 한 달 반, 두 달 전쯤에 대통령과 정당이 디커플링 되면 안 된다고. 그런 기미, 초기 기미가 보인다고 했었다”라고 주장한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코어 지지층’이란 어떤 집단인가?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을 민주당의 ‘근본 가치’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의 적통이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집단이다. 경제사회적으로는 수도권에서 괜찮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화이트칼라 중산층이다. 그런데 이 집단은 민주당에서 사실 꽤 튀는 유권자 집단이다. 민주당 안팎에서 회자된 2022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의 유권자 분석 보고서부터 이 점을 지적한다. 보고서는 보수-진보의 전통적 유권자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며, 유권자를 6개 집단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뉴스공장이 코어 지지층으로 호명한 이들은 사실 ‘개혁 우선’ 그룹으로 따로 묶인다. 비율은 6.3%. 민주당 전통적인 이념과 맞는 집단인 ‘평등 평화’ 그룹(37.7%)과 이질적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언제든지 다른 대안을 찾아서 투표한다. 2020년 총선에서 열린민주당이 5.42%를 득표한 핵심 기반이고, 2024년에는 서울의 중산층 거주 지역과 경기도·광역시 외곽 신도시에서 조국혁신당을 밀어주었던 이들이다. 이들은 민주당을 자신들의 정치 의제를 관철할 수단으로 보고, 민주당보다 민주당 외곽의 준정당 조직에 더 강한 충성도를 보인다.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ABC’론에서 가치 지향 그룹과 사실상 동의 내지 유의어인 김어준의 ‘코어집단’론은 그러므로 사실이라기보다는 분파의 동원 및 결집을 위한 담론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치적 레버리지를 민주당 내부에서 강조하기 위한 프레임에 가깝다.
문제는 이렇게 탈사실화 된 서사들이 민주당을 지배하면서, 정작 안정적인 지지자 연합을 어떻게 구축할 건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 담론 자체가 지지자들의 동원, 좀 더 정확히는 준정당조직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서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정치는 지지자 결집이라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사실상 패배’부터 돌아봐야
청와대와 민주당이 빠르게 지지율을 상실한 것은 지방선거 캠페인에서부터 전형적인 ‘안 좋은 모습의 민주당’의 면모를 중도나 연성 보수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탱크데이 논란 등 대통령이 나서서 지방선거를 진영 대 진영의 싸움으로 몰고 간 반면, 새로운 의제는 없었다. 광역 행정통합을 추진한 것은 무리한 계획만큼이나 반발을 사서 텃밭인 광주·전남 통합만 성사됐을 뿐이다. 경합지나 경합 유권자를 겨냥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구 시장 선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지만, 정부가 대구·경북에 신경 써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에서 아파트와 비아파트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오로지 강남의 고가 아파트만 세금으로 잡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8월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정청래 당시 대표 건, 이재명 대통령이건 누구도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정치의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고, 관직과 이익 분배도 큰 변화를 겪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의 내부자 집단 몫은 줄 수밖에 없다. 핵심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으니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선언은 그들의 몫을 줄이겠다는 정치적 자살에 가깝다. 결국 남는 건 핵심 지지층을 더 많이 모으는 것뿐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결과는 얼버무리게 됐고다.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서 검찰 개혁은 계속되었고,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속도전으로 짓겠다고 정책을 발표하게 됐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반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왼쪽’의 이탈, 정확히 말하면 조국혁신당 같은 세력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한 정치적 행보가 선택됐다.
핵심 집단의 이익을 지키고, 지지층 결집을 계속할 수 밖에 없어서 탈사실화된 정치 담론을 계속해서 제기할 수밖에 없던 게 민주당 안팎의 문제다. 그리고 이 탈사실화된 담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중도나 연성 보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누가 지켜주는지, 누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지가 중요한 유권자 집단은 이탈하게 됐다.
구조적 대응과 현실적 처치 방안
그렇다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지율 급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리고 탈사실화된 정치담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구조적인 해결책은 사실 빤하다. 정당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텅 빈 정당’을 쓴 대니얼 슐로즈먼 존스홉킨스대 교수, 샘 로젠펠드 교수는 “단순한 정책 나열식 정치를 넘어서 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호흡하는 ‘진짜 정당’의 면모를 복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2023년 출간한 졸저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서도 정당 정치의 복원이 ‘부패한 엘리트’와 ‘순수한 민중’의 대립의 서사를 중심으로 한 포퓰리즘 정치와, 그로 인한 지지자 연합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당 기능의 복원이 가지는 가장 큰 난점은 기존 정당에서 그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을 때, 노동조합 같은 대규모 조직에 의존할 수 없는 21세기에 카리스마적 지도자나 뉴미디어에 의존하지 않을 방법이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건 현실적 처치방안이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청와대와 민주당, 나아가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첫 번째 가능한 방안은 제대로 된 평가 기능의 복원이다. 독립적이면서도 당파적 이해관계와 거리를 두는 조직을 구성하고, 해당 조직을 통해서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흔히 이럴 때 제안되는 ‘레드팀’의 운영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다. 오히려 유권자에 대한 심층 분석과 정책 평가, 정치적 메시지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일종의 총괄평가(Net Assessment)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이 만드는 조사 결과와 분석 보고서를 통해서 좀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정치 지형을 그릴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현실주의에 입각한 논쟁이다. 민주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2028년 총선은 물론이거니와, 내년이나 내후년 실시될 수 있는 수도권 중대 보궐선거(즉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책이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이대로 가다가는 수도권 선거에서 구조적으로 승리 전망을 찾을 수 없다. 정치 담론의 핵심 주제를 ’어떻게 선거에서 승리할 것인가‘로 좁히고, 여기에 맞춰서 논의를 전개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장점은 비현실적이고 탈사실적인 서사를 상당 부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유시민은 선거가 없을 때는 그의 언어가 힘이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한 주장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적중한 적이 없다. 유시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방법은 솔직하게 차후 선거의 어려움을 논의하는 것일 테다.
세 번째는 현실주의적 정치 세력의 등장이다. 민주당의 정치 기풍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집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 왜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수도권의 광범위한 민심 이반을 낳는가? 여기에 대해서 현실주의적인 질문들 던지는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세력이 상당한 세력을 확보해야만 낡은 방식이 사라질 수 있다.
세 처방의 공통점은 ’사실‘을 다시 정치 행위와 그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주류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당 내 정치 생태계에서 주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