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구조적 원인과 대응 방안
이번 주 갤럽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은 중도층 이탈이 이끌고 있다. 일각의 주장과 달리 스스로 ‘진보’라고 평가한 응답자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지지율 하락폭은 상당히 작다. 직접적인 원인은 여러 가지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와 임대료의 동반 상승, 주가 폭락, 민주당 내 갈등 등.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안고 있는 진짜 문제는 악재 자체가 아니라 악재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아가 집권 이후 전략과 정책이 악재를 만들어냈거나, 악재에 취약한 상황을 야기했다는 데 있다. 지금의 위기는 외생적인 것이 아니라 내생적이며, 집권 세력의 구조적인 약점에 기인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집권 전략과 그 실행에서 보인 근본적인 약점을 논의하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통치 방식에서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는가를 보일 것이다. 이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핵심 엘리트의 문제이면서, 또 상당 부분은 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민주당 내 ‘분파’의 문제와 민주당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의 결합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논의한다.

집권 전략 자체의 문제:
슬로건은 ‘구조적 다수’, 내용물은 ‘우리 편 챙기기’
이재명 정부의 집권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지지연합(coalition)의 외연 확장이다. ‘모두의 대통령’, ‘뉴이재명’, ‘구조적 다수’라는 슬로건이 공통으로 함축하는 바이다. 두 번째는 이익분배형 정치다. 그를 지지하는 집단에 구체적인 이익을 분배하면서 그들을 지속적으로 지지연합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전자를 목표, 후자를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재명과 친명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 이재명은 586·친노·친문 등 민주당 주류 계보에서 벗어난 비주류 출신이며, 명확한 이데올로기가 없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할 상징 자원이나 정치 엘리트의 네트워크가 긴밀하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이익배분이다. 인구집단, 계층, 직능 및 이익단체에 공공자원을 배분해 주거나, 배분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방식을 꾸준히 써왔다. 그리고 이 이익배분을 통해 새롭게 끌어들일 비민주당 성향의 정치 엘리트, 파벌, 그리고 지지자 집단을 ‘뉴 이재명’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집권 이후 이익분배의 대상이 ‘중도’ 내지 ‘연성 보수’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주력 지지층이 상위 중산층, 민주당 내 다수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호남 등 ‘우리 편’ 위주였다. 주식 시장 부양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이야기하는 ‘머니무브’의 수혜자는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수 없는, 30~40대 고소득-저자산 집단이다. 민주당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쌓여 있지만, 근본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경기도나 광역시 외곽의 신도시 아파트 거주자들이다.
이익 배분의 대상이 기존 지지자 연합이었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처한 위기 국면의 원인이다. 1년 4개월 동안 지지자들만 챙겼으면, 중도층 내지는 4~5년 단위로 지지 정당을 옮기는 일종의 ‘구조적 스윙보터’층의 이탈은 당연한 결과다.
왜 이재명 정부는 ‘우리 편’만 챙겼나: 4가지 원인
그렇다면 왜 이재명은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편’만 챙겼나? 여기에는 크게 네 가지 원인이 있다. ⑴ ‘확실한 지지’를 좇게 되는 이재명 파벌의 취약성 ⑵ 전략의 부재 ⑶ 포섭 수단의 부재 ⑷ 민주당 지지자 연합의 특성 때문이다.
⑴ ‘확실한 지지’를 좇게 되는 이재명 파벌의 취약성
앞서 서술했듯,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 즉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파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은 여러 가지 취약점을 갖고 있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 잡다한 비주류 연합군이며, 서로를 끈끈하게 결합할 수 있는 상징이나 이데올로기가 없다. 80년대 학번 운동권처럼 오랫동안 이어진 네트워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그들은 확실한 지지, 그리고 단기 지표로서 대통령 지지율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중도와 연성 보수의 포섭은 장기 투자다. 따라서 확실한 조직과 이데올로기를 가진 집단이, 단기간의 정치적 득실에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투자해야 한다. 투입만큼 이익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재명 파벌은 반복해서 중도와 연성 보수까지 아우르는 지지자 연합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적 자원은 사실상 이재명의 지지율이 전부나 마찬가지다. 정치적 자원의 ‘투자 시계’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슬로건과 달리 실제 이익 분배는 기존 지지자 연합의 이재명에 대한 지지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지게 된다.

⑵ 전략의 부재
외연 확장은 목표로 선언되었을 뿐 실행 전략으로 구체화한 적이 없다. ‘전략’이라 부르려면 세 가지가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먼저 누구를 끌어들일 것인가, 대상에 관한 규정이다. 두 번째는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 즉 ‘지지와 맞바꿀 교환의 대상’이다. 세 번째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그런데 ‘뉴이재명’은 명확한 대상도, 실질적인 교환 구조도,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된 적이 없다. 정치적으로 지지자가 명확하지도 않고, 상징성이 약한, 사실상 양당제의 틈새에 붕 떠 있는 몇몇 인사들을 산발적으로 끌어들이는 구호로만 쓰였다. 어떠한 ‘유권자 집단’이 새롭게 이재명을 통로로 민주당을 지지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략이 없을 때 자원이 어떻게 배분될지는 분명하다. ‘우리 편’이다. 특히 ‘챙겨줘야 할 우리 편’과 ‘힘이 세서 많은 걸 가지고 갈 수 있는 우리 편’이다.
⑶ 포섭 수단의 부재
전략의 부재는 실행 수단이 없다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재명 정부는 중도와 연성 보수를 어떻게 확실한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다. 재정 정책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노동 시장에 개입할 것인가? 아니면 주택이나 자산 시장에서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이는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볼 것인지, 총체적인 ‘세계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재명 정부가 처한 복합 위기적인 상황은 포섭 수단이 없는 이재명 정부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재명 정부나 민주당이 부동산 문제를 경시했던 건 절대 아니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와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가 최대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고 경계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오로지 ‘고가 주택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된다는 데 맞춰져 있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논쟁은 보유세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주택 가격이 비싼 곳일수록 보수적이라는 자산계급 투표론만 나왔다. 부동산과 주택 문제를 바라보는 세계관 자체가 ‘중산층’보다 위에 있는 고가 아파트에만 맞추어져 있는 세계관이다. 전월세 문제나, 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 공급이 정치적인 리스크를 야기할 심대한 ‘문제’로 인식된 건, 그것이 손써볼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다.

⑷ 민주당 지지자 연합의 특성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는 아니지만 서울에 웬만한 아파트 한 채 정도는 가진 상위 중산층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80년대 학번들은 이제 고소득-고자산인 50대 중반~60대 중반이 되었다. 그런데 중도나 연성 보수층은 이 고학력-고소득-고자산 계층이 아니라 오히려 저학력-저소득-저자산 계층에 가깝다.
이들에게 ‘진보적 정책’이란 그들에게 익숙한 방식의 재분배 정책이고, 동시에 그들의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는 정책이다. 이 ‘마포, 용산, 성동구민이 허락한 진보’야말로 민주당이 내세우는 ‘진보’적인 정책이 가지는 모순이다.
주가 부양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 자산이 많은 계층은 부유층이다. 80년대학번-60년대생 고자산 계층도 적잖은 이익을 얻는다. 아울러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고, 낮아진 거래세는 인상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사실 ‘머니무브’론이 내세운 직접적인 수혜자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30~40대 고소득-저자산 집단, 즉 근본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수도권·광역시 외곽 신도시 거주자들이다.
이 정부가 노동시장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그러한 의제가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게 인기가 없는 주제가 되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검찰 개혁 등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한 의제가 ‘개혁 의제’의 중심에 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이후 정책과 메시지는 ‘우리 편’만 향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에 서술한 청와대와 이재명 파벌의 ‘우리 편만 챙기기’에 대한 중도층의 불만이 주된 배경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서 청와대는 국정 기조 전환을 통해서 중도층의 지지를 계속 유지하려는 시도를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하면서 직접 이끈 국정 기조 전환이라기보다는 더욱더 우리 편만 더 챙기겠다는 식이었다. 지지자 연합 균열에 대응해서 내구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행보였단 얘기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다. 당시 보고회를 분석한 <반도체 프로젝트: 이재명의 이익분배형 정치와 국토개조 계획>에서 언급했듯, 이 행사는 이재명식 이익분배형 정치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익분배의 핵심 대상은 호남이었다. 경기도 평택과 용인에 먼저 반도체 생산 시설(팹) 건설을 극단적으로 가속한 뒤, 광주에 차세대 생산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전면에 내세운 것은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충청권은 늘 그렇듯 조용하게 실속을 챙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호남에 대규모 이익을 제공함은 물론, 민주당 우세 지역에 적잖은 개발 사업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당시 지방선거에서 대두된 문제는 위축된 고용과 전통적인 제조업, 그리고 반도체 등 몇몇 잘 나가는 산업과 나머지 뒤처진 산업 간의 현격한 격차에 있었다.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평가가 나온 건 20~30대가 많은 서울에서의 패배, 대구와 경남 등 영남권 자치단체장 선거 패배, 그리고 부산 북구 갑에서 한동훈의 승리 때문이었다. 이들은 메가 프로젝트로 정치적 실점을 만회할 수 없는 유권자 집단이다.

지방선거 직후 나온 슬로건은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번영과 민족주의, 산업 진흥의 서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잠재성장률 3%, 세계무역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이라고 선언했다. 메가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평범한 유권자의 삶, 나의 임금과 나의 자산과 생활비에 대한 서사가 없다. 과거 보수 정부가 즐겨 이야기했던 산업과 국가중흥만 존재한다. 나아가 여당과 지지층은 ‘대체불가 국민주권정부’, ‘대체불가 이재명 대통령’, ‘대체불가 검찰개혁’이라는 슬로건으로 변주해 전유하고 있다.
목표 설정-평가-수정·보완의 피드백 루프가 없다
전략과 수단의 문제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의 통치 방식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급격한 지지율 하락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인 리스크가 대두되거나 과거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 ‘진단 및 평가-대안 마련-수정 및 실행’이라는 피드백 루프가 붕괴했음을 의미한다. 사실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을 따라가보면 이재명 정부에서 피드백 루프는 ‘붕괴’된 것을 넘어서서, 처음부터 ‘목표 설정, 평가 지표와 중간 점검, 그리고 수정·보완’의 프로세스가 ‘부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증시 대책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주가 급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국정 지표가 되었다. 그리고 5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허용됐다. 상승장에선 무엇을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버블이 꺼지면서 급격한 하락이 일어났을 때 대응이다. 폭락이 시작되고 레버리지 ETF가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자, 예탁금 상향과 총량 규제라는 고강도 대책이 뒤늦게 나왔다. 대통령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라고 질책하자 시행 시기가 앞당겨졌다. 규제의 시행 과정에서 역풍이 불었다. ETF 환매에 따른 현물 매도를 유발해 오히려 낙폭을 키웠다는 비판이 득세하면서다.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주가지수가 정책 목표로 설정됐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도 아니었고, 공격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산업 정책과도 맞지 않았다. 지금의 업황이 ‘뉴노멀’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일 뿐, 치열한 경쟁과 대규모 시설투자가 일상인 ‘올드 노멀’이 다시 올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가는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정부가 주가 부양을 바란다는 강력한 시그널이 나오고, 시장의 인식이 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입장을 바꾸어야 할 때, 오히려 질책과 속도전식 대응이 이뤄졌다.

'성남시장 성공 방정식'은 이제 한계다
증시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의 성과 지표는 주가지수, 고가 주택 가격, 대통령 지지율 등 일종의 결과 지표다. 해당 결과를 어떻게 유도해 낼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인식이나 정책 접근은 없다. 대신 통제 불가능한 지표를 목표로 삼으면서 오히려 해당 지표의 인질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간 점검과 수정·보완을 담당해야 할 기능은 ‘질책’이나 정무적인 ‘프레이밍’으로 대체된다.
이 통치 방식의 원형은 성남시에 있을 것이다. 현장 지시, 즉각 집행, 가시적 성과 확인은 지방자치단체에 잘 작동한다. 시정은 변수가 통제 가능하고, 집행 조직이 장악되어 있으며, 피드백이 빠르기 때문이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성공 공식이다.
하지만 국가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미시적인 지표를 중요하게 보고, 그것을 일일이 통제하고 확인하려고 할수록 목표 달성은 어렵다. 그리고 해당 지표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주식 시장과 주택 시장이 정치적 위기로 커지는 ‘조직 차원의 원인’이다.
어떻게 추가 하락을 막아낼 것인가:
국정 기조 전환의 조건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지율 하락을 막아낼 수 있을까? 막아낸다면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먼저 지금의 지지율 하락을 되돌리기는 꽤 어렵다. 지지율 하락과 그에 대한 부적합한 대응은 이재명 파벌의 특성, 통치 행태, 권력 구조 같은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을 40%후반대에서 유지하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국정 기조 전환을 통해 중도층의 추가 이탈을 막고, 떠나갔던 이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다. 특히 야당이 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지 이탈이 곧바로 반대 강화나 야당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많은 유권자는 부동층으로 붕 떠 있을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국정 기조 전환을 통해서 지지율 상승을 끌어내고, 정권 재창출까지 도달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례는 대통령 지지율이 극단적으로 하락했을 때라도 여러 조건이 맞을 경우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 기조 전환의 핵심은 중도·무당층 스윙보터의 물질적 이해에 맞는 의제의 제시다. 가령 생활비 이슈를 전면에 내걸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나 보유세가 아니라 전월세 임대료 등 주거 비용을 정책의 전면에 내거는 것이다. 자산을 둘러싼 갈등을 부각시키는 대신 무주택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이 앞서야 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고용, 분배 등 전통적인 진보 의제의 복원이다. 대신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외쳤던 방식과 달라야 한다. 특히 기본소득같이 중산층까지 골고루 혜택을 받는 방식은 별다른 효과도 없고, 정치적인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재난기본소득 같은 정책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짧다. 중요한 건 이재명 정부가 사회경제적 약자와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타깃 유권자 집단의 핵심 이해관계에 관한 행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정 스타일의 변화다. 미시적인 지표 통제, 지자체식 보여주기 행정에서 벗어난 새로운 통치 스타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품지 못했던 연성 보수 지지자 집단에 소구할 만한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대립을 강화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와대 내에서 국정 기획 및 평가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무 영역에서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목표 달성 과정에서 리스크 요인이 무엇인지 예상하고 그 극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청와대의 개별 정무·정책·메시지가 목표 달성에 맞아 떨어지는지, 잘 정렬(alignment)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중간 평가를 하고, 개별 영역에서 수정이나 보완, 필요하다면 과감한 기조 전환을 실시해야 한다. 국정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고, 피드백 루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어떠한 조직이든지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전면적인 혁신을 달성할 수 없다.
대통령이 속한 정치 파벌의 핵심 자산은 지지율이다. 이재명 파벌은 특히 더 그러하다. 국정 운영 방식과 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