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결과 분석 ⑴ - 민주당은 왜 서울·대구·경남서 졌나
아직 서울시장 개표가 끝나지 않았은 상황이라 조심스럽지만, 이번 지방선거 판세를 정리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글은 앞서 보내드린 다음의 지방선거 판세 분석글을 참고하시면서 읽으시면 좋습니다.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 2 - ‘마이크로 심판론’의 분출 (5월 25일, 무료)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 1 - '보통'으로의 회귀와 그 한계 (5월 20일, 무료)
영남권 선거를 읽는 6가지 포인트 (5월 4일, 유료)
[한국일보 칼럼] 영남권 선거가 보여주는 지방정치의 ‘뉴 노멀’ (5월 14일, 외부 칼럼 및 해설)
양당 동원 극대화 속 명확한 보수 열세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지지자들을 대거 동원해 내는 데 성공했다. 대구의 투표율(64.2%)이 역대 최대인 게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진영 대 진영의 동원 속에서 국민의힘은 명확한 열세를 드러냈다.
직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당을 추스르는 리더십이 없고, 내부 분열이 심각한 가운데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대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체제하에서도 동원에 성공했다. 이는 장동혁의 존재 덕분이 아니라, 그가 선거 전면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막판 상임선대위원장 수준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장동혁의 빈자리를 채우는 양상까지 보였다. ‘스틸 윤(still Yoon)’이 사라지면서 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견제론이 보수 결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민주당이 싫어서 결집한 보수의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윤석열 정권 시절 보수는 지지자 연합의 재구축에 실패했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쓰면서 추가적인 지지자들의 이탈을 일으켜기 때문이다. 높은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때문에 중도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이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았다. 지금의 보수 열세, 특히 수도권 열세는 2017년 이후 진행된 보수 지지자 연합의 해체가 2024년 비상계엄 사태로 더욱 파괴적으로 진행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두드러진 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양당 동원이 서로 극대화되는 국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일 것이다.
⑴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사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역(서울, 부산, 전북)에서 진영 동원이 상당히 유효한 수단이다. 전북지사 선거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⑵ 민주당의 선거 캠페인에서 로우키(low-key)로 낮추어서, 고정 지지층을 동원하지 않는 선거 방식이 오히려 드물다.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나 조직 내부 논리에서 고정 지지층 동원은 지도부가 열심히 선거에 뛰어들면서 나타난 필연적 결과다.
⑶ 결국 8월 전당대회의 문제다. 이재명, 정청래 두 사람 모두 전당대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선거 기간 동안 확실한 액션을 취해야만 한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이 갖는 중요성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이른바 ‘험지’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크다.
서울이 보여주는 것:
민주당 캠페인의 한계와 30대의 불만
출구조사 대비 극적으로 결과가 바뀐 곳은 서울이다. 출구조사에서는 정원오 후보(민주당) 51.4%, 오세훈 후보(국민의힘) 46.0%였는데, 개표 막판까지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오세훈의 승리 가능성도 상당하다) 4월 중하순 여론조사에서 정원오의 지지율이 50% 전후였고, 오세훈의 지지율은 30%초중반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격차 축소가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한 첫 번째 원인은 20~30대의 불만이다. 출구조사에서 30대 남성은 66.8%, 여성은 53.6%가 각각 오세훈을 지지했다. 정원오 지지는 각각 29.6%와 42.8%에 불과했다. 20대의 오세훈 지지는 남성이 75.3%, 여성이 41.4%였다. 어느 정도 성별 지지 정당 격차는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20~30대의 민주당 이탈이 두드러진다. 특히 경제 생활을 하는 30대의 오세훈 지지세는, 지금의 박빙 승부가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의 결과임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원인은 부동산이다.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임대 시장도 문제다. 전세 가격은 급등하고, 매물은 줄었다. 이 같은 상황은 30대 1인 가구나 결혼은 했지만 무주택 상태인 가구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다주는 요인이다. 그리고 주택 등 자산 가격 상승은 누군가에게는 성공이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에게는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소득이 급증하는, 상대적인 손실을 의미한다.
게다가 노동시장 지표도 4월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다. 경제적인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원오 진영의 캠페인도 문제였다. 정원오 진영은 ‘착착개발’을 내세우며 적어도 부동산 개발이나 신규 주택 공급 등의 이슈에서는 오세훈과 차별성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그 다음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오세훈 대신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정원오와 그가 이끄는 민주당 시정이 어떠한 비전과 실행 방안이 있는 지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원오가 제시하는 정책들은 ‘스몰볼’ 선거를 의도하는 것이었다. 또 캠프의 주요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전형적인 민주당 사람들이었다.
이는 정원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민주당의 한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박주민, 전현희 등 정원오와 경선에서 경쟁하던 다른 인물들이 정원오 대신 후보로 나섰다고 가정할 경우, 그들의 선거 캠페인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민주당의 한계와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서울 시장 선거는 가장 먼저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영남 민주당의 패배 원인: 교차 투표의 소멸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의 승리 전략은 평소에는 국민의힘에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김부겸에 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교차 투표 행태를 최대한 자극해야만 한다. 김부겸 측은 대구의 저발전에 대한 불만을 교차투표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진영 동원으로 국면이 흘러가면서 교차 투표 유권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5월 하순 이후 지방선거 국면에서 김부겸 진영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추경호 후보 쪽의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추경호의 선거 전략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경제부총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먹고 사는 문제’에서 전선을 형성하면서 해당 이슈에 대해 ‘능력과 경험’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거 구도의 전환이다. 추경호 진영은 추경호 대 김부겸의 전선이 아니라, 사실 추경호 대 민주당의 전선을 만들려고 했다.
‘경제와 개발’이라는 영역에서는 최대한 중위 포지션을 확보해 유권자의 이탈을 막고, ‘국민의힘 대 민주당’의 구도에서는, 대구 유권자에게 불신을 받고 있는 장동혁 지도부나 강성 우파의 존재감을 옅게 하는 전략이다. 장동혁은 5월 초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이후 대구에 발길을 끊다시피 했다. 그가 대구를 다시 찾은 것은 나선 것은 박근혜의 등장 이후다.
경남 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박완수 후보(국민의힘)는 행정 관료 출신으로 합천군수(관선), 창원시장, 국회의원을 지낸 전형적인 지역 일꾼이다. 경남도지사 재직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 꼬박꼬박 참석할 정도로 이념적으로 강성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선거 구도, 인물 경쟁력, 중도층의 막연한 반국민의힘 정서에 기대야 하는 선거였다는 얘기다. 진영 동원이 강해지면 김경수 후보 쪽이 불리해질 수밖에없다.
지역 주민 입장의 시각: 보수 단체장에 대한 심판
많이 간과되는 변수는 2022년에 당선된 보수 단체장들에 대한 지역 주민의 불만이다. 전국 선거를 중앙정치 프레임으로만 보면 이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는 엄연히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고, 유권자는 이를 중요하게 감안해서 한 표를 던진다.
2022년 국민의힘이 석권한 대전·충북·충남과 수도권과 충청권 기초자치단체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에는, 국민의힘 현역에 대한 심판론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기초단체장이 승리한 지역은 거꾸로 지역 주민들의 호의적인 평가의 결과다.
그리고 서울에서 왜 정원오(민주당) 후보가 오세훈(국민의힘) 후보를 상당한 우세를 이어갔었는지도 그 원인을 따져보면 ‘지역 정치에서 성과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22년 지선으로 국민의힘은 25개 구청장 중 17명, 112명의 시의회 의원 중 76명(67.9%)을 당선시켰다. 시장-시의회-구청장이 모두 국힘 우위인 상황에서 4년에 대한 평가가 상당 부분 작용할 수밖에 없다.
평택 을: 유튜브가 아니라 현실의 유권자가 당선자를 만듬
평택시 을 재보선은 중앙정치의 시각, 그리고 인터넷와 유튜브를 통한 강성 지지층 중심의 과잉해석이 실제 지역 유권자의 표심과 어떻게 어긋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오차범위 내에서긴 하지만, 유의동 후보(국민의힘)은 김용남 후보(민주당)나 조국 후보(조국혁신당) 대비 열세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조국 31.1%, 유의동 30.6%, 김용남 30.3%의 초접전으로 예측했다.
유의동의 승리는 평택 원도심의 승리다. 관내 사전 투표 및 당일 투표 집계 결과를 보면, 원(原)평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팽성읍에서 유의동은 46.1%를 얻어 김용남(26.0%), 조국(17.3%)를 압도했다. 오성면, 고덕면, 현덕면 등에서도 상당한 격차로 우세를 보였다. 안중읍에서도 소폭 우세(유의동 31.1%, 김용남 29.2%, 조국 29.1%)였다. 관외 사전투표에 유의동은 31.4%를 얻어 김용남(32.8%)에 근소하게 뒤지는 수준이었고 조국(28.7%)을 앞섰다. 유의동은 “평생을 평택에서!”라는 선거 구호로 지역 유권자를 공략했고, 그것이 성공한 것이다.
고덕신도시가 있는 고덕동에서도 유의동은 34.3%를 얻어 조국(29.1%), 김용남(25.3%)를 앞섰다. 고덕신도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이면서, 적잖은 평택 주민들이 이주한 지역이기도 하다. 고덕동의 표심은 전통적 보수 유권자가 유의동을 찍었다는 것과, 이들이 단순히 민주당에 표를 던지는 이들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선거 사무소 앞의 대형 플랭카드에서 조국은 “조국이 뛴다 평택이 뛴다”, “대大평택 큰 일꾼”을, 김용남은 이재명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과 함께 “평택에서 용남”, “이재명의 선택!”이라는 슬로건을 각각 내세웠다. 유의동의 승리는 선거 프레임과 전략의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북구 갑: 구도심의 명확한 여론
북구 갑 지역(구포 1·2·3동, 덕천 1·2·3동, 만덕 2·3동)에서 한동훈 후보(무소속)은 하정우 후보(민주당)을 상대로 1.7%P 차이로 승리했다. 표 차이는 1400표에서 약간 못미치는 정도다. 지금의 국민의힘에 불만이 많은 유권자, 그리고 부산시장 선거에서 전재수 후보(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 유권자의 표를 결집시킨 결과다. 박민식 후보(국민의힘)의 득표율은 15.8%로 20%선을 약간 웃돌던 5월 하순 여론조사 결과보다 5%P 가량 낮았다. 하정우 후보의 득표율(40.6%)은 이 지역에서 전재수 후보의 득표율(55.2%)보다 15%P 가량 낮았다.
한동훈의 우세 지역은 주로 오래된 주거 지역이었다. 구포1동, 덕천1·2·3동, 만덕3동 등이다. 그가 득표를 많이 한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하지만 고령 보수만으로 그의 승리를 설명할 수 없다. 대표적인 곳이 덕천2동이다. 이곳은 덕천역이 있고, 각종 상업 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아울러 아파트와 노후 주거지가 섞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동훈 지지는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 전국 정치인에 대한 상징성, 민주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결합된 결과인 것이다.
단순히 한동훈이 하정우보다 인물 경쟁력이나, 보수적 표심에 대한 소구력으로 이겼다고 보기 어렵다. 그는 전국구 셀렙이긴 하지만 외지인이다. 외지인이 성공한 출향민을 상대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역 유권자들을 더 위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논리보다 정서적인 영역이다. 그가 SNS에 ‘#북구의모든곳에_한동훈’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지역 주민과 함께 있는 영상이나 사진을 계속해서 게시한 이유다. 그리고 이 점이 주효했기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불투명한 진로: 호남에서도 문제
조국혁신당의 진로가 불투명한 것은 당력을 집중한 평택 을 선거에서 패배해서만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직세가 약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광역비례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은 광주전남에서 12.4%, 전북에서 15.3%만을 얻는 데 그쳤다. 수도권 성적은 더 나쁘다. 서울 4.2%, 인천 4.6%, 경기 5.0%에 불과하다. 기초지자체 선거에서는 장흥군수만 당선자를 냈고, 지난해 재보선에서 승리한 담양군수는 민주당에 뺏겼다.
조국혁신당의 약세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2024년 총선 돌풍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많은, 호남 일부·수도권과 광역시의 신도시 아파트촌·서울의 고소득-고자산 민주당 지지자(이른바 ‘강남 좌파’)의 지지 덕분이었다. 계층적으로는 수도권 고학력 중산층이 핵심 지지 집단이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이 발 딛고 있던 ‘지금의 민주당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이재명·정청래 등이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검찰 개혁 의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민주당 우세가 계속 유지되면 ‘불만 세력’이 조국혁신당을 대안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호남에서의 낮은 지지는 민주당에 대한 대안, 내지는 민주당을 심판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선호가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또 조국 개인에게 묶여있는 정당이라는 점도 문제다. 그가 대선 후보로서 인정받지 못하면,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도 낮아지게 된다.
결국 조국혁신당은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가능한지, 그리고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의 정치적 미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해주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조국혁신당 내에서 원심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종합 평가
■ 보수의 0.5당화에 대한 인식 굳어가는 선거
이번 지방선거로 보수의 0.5당화(스스로 집권 할 수 없고, 개헌 저지 이외에 입법권 견제도 불가능한 정당)에 대한 인식이 굳어졌다. 서울과 영남을 제외한 수도권, 충청 지역에서 상당한 열세로 패배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진영 대 진영의 동원에서 얻을 수 있었던 곳은 전통적 텃밭인 대구와 경남뿐이다. 아울러 강원 영동, 경남 서부 지역 등 원래 보수가 우세한 지역에서도 민주당 기초단체장이 배출되었다.
아울러 보수는 20~30대를 중심으로 ‘비(非)민주당’ 유권자 집단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약점도 이번 선거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들을 안정된 지지자 연합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혁신당의 낮은 득표율도 결국 20~30대 비민주당 유권자에 대한 소구력 부족의 결과이기도 하다.
■ 민주당 확장성의 한계
민주당 역량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 선거다. 분명히 선거 판세는 민주당이 ‘험지’인 영남을 공략하는 양상으로 시작됐지만, 대구와 경남 등 ‘딥 보수’ 지역의 유권자를 어떻게 설득해서 김부겸 등의 후보에 표를 던지게 할지 고민은 부족했다. 진영 대 진영의 동원으로 선거 중후반 국면이 바뀌는 단초는 이재명과 정청래가 제공했다. 그리고 서울시 선거는 구조적인 민주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 양대 정당 리더십에 대한 불만
국민의힘이 선전한 지역은 모두 장동혁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동혁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 곳에서 국민의힘은 대패했다.
이재명, 정청래에 대한 불만도 마찬가지다. 전북지사 선거, 그리고 서울시장 선거는 결국 청와대와 여당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 표출이다.
■ 보수 리더십 경쟁 치열해질 것. 하지만 주도 세력 만들어지기 쉽지 않아
지선 이후 보수 리더십, 보수 리빌딩 방안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총선에서 보수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리더십 경쟁에서 특정 세력이 주도권을 쥔다던가,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다. 각 분파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보수 내에서 지지자 연합을 새로 구축해 다수파를 형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보수는 비대위 등의 체제 하에서 한동안 고만고만한 세력들간의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년도께 수면 위로 올라올 주도권 다툼을 놓고 서로 간의 세력 구축 경쟁 양상은 분명히 눈에 띄게 이뤄질 것이다.
■ 청와대-민주당은 현 우세에 대한 불안 심해질 것
무엇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 실질적 상한인 65%선을 더 이상 유지가능할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높은 지지율을 정치적 자본 삼아서 할 수 있었던 행위들에 상당한 제약이 걸리게 된다. 정청래 대표도 이번 지선에서 적잖은 문제를 드러냈으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우세에 대한 불안이 심해질 것이고,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놓고 고민이 심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내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8월 전당대회가 중요한 이유다.
■ 지역 기반 정당 약화....수도권과 갈등 올라올 가능성 커
이번 지선은 1987년 형성된 정당의 지역 기반이 해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이전의 텃밭과 연결이 끊어지고 있다. 2016년 이후 비수도권 지역은 기존에 우세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불만이 커졌고, 그 불만을 심판론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판론 분출 이후에는 언제나 해당 지역의 정치적 유동성이 높아졌다. 비수도권의 경합지화가 더욱 급격히 진전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수도권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