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Reports
  • Columns
  • Media
  • About
  • Shop
  • 로그인

[한국일보 칼럼] 영남권 선거가 보여주는 지방정치의 ‘뉴 노멀’

프로네시스리포트
- 14분 걸림

안녕하세요. 프로네시스리포트 조귀동입니다.

이번 한국일보 칼럼에서는 영남권 선거 양상이 어떻게 지방정치의 구조적인 변화를 보여주는지, 그 의미를 짚었습니다. 제목은 <"한동훈, 정형근을 선택하다"…더욱 커진 '지역성'의 중요성(링크)>인데, 원래 의도했던 가제는 <영남권 선거가 보여주는 지방정치의 ‘뉴 노멀’>입니다.

영남권 선거가 단순히 국민의힘이 몰락하면서 민주당이 영남까지 진출하는 사건이 아니라,  1987년 대선과 1990년 3당 합당(과 민주자유당 출범)으로 한국 정치의 기본 규칙 역할을 해왔던 지역 구도가 와해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2016년 총선 호남에서의 국민의당 약진과 2026년 지선 영남 판세는 별개의 현상으로 볼 수 없습니다. /SBS 개표영상 캡처

영남권 선거 이전에 호남에선 2016년 국민의당, 2024년 조국혁신당 돌풍이 있었고, 충청과 강원은 그때그때 선거 때마다 판세가 요동치는 지역,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기적으로는 표심의 유동성이 강한 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각각의 지역에서 일종의 ‘패권 정당’ 역할을 해왔던 특정 정당의 지위는 점점 약해지고 있죠.

영남권 판세가 부동층이 많아서 여론조사마다 결과가 달라지고, 정당보다 인물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는 건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염두해두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중앙 정치로의 이탈과 지역성의 부상, 그리고 불만에 찬 지방 유권자가 일종의 ‘상수’가 되었다는 이야기.

대구시장이나 부산 북구갑 재보선에서 보여지는 판세나 한동훈 후보가 정형근 전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하는 건 그러한 맥락에서 살펴보아야한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건 단순히 정당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경 엘리트-중앙의 자원을 확보·연결하는 도관(導管) 역할을 한 정당-SOC나 각종 개발 사업이라는, 일종의 ‘지방 지배 체제’가 가능하게 했던 요소들이 허물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일보 칼럼은 지난 4일 발행한 <영남권 선거를 읽는 6가지 포인트>(유료)라는 글의 확장, 발전 판이기도 합니다. 2022년 말 펴낸 졸저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강조한 지방의 정치-경제 구조 변화의 연장선이기도 하고요.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동훈, 정형근을 선택하다"…더욱 커진 '지역성'의 중요성 [숫자로 본 대한민국]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무너지는 '3당 합당' 이후 구도

명문고-정당-낙수효과 사라져

서울과 지방의 정치 균열 심화

6‧3 지방선거에서 대구·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이 격전지가 됐다. 격세지감의 모습이지만, 그 변화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1987년 대선과 1990년 3당 합당에서 시작된 지역 구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둘째, 두꺼운 부동층 때문에 조사기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다르다. 경남의 경우 5~6일JTBC-메타보이스 조사에서 '김경수 44%-박완수 38%', 1~2일 경남신문-모노리서치 조사에서는 '김경수 41.9%-박완수 44.1%'라는 결과가 나왔다. 3명이 혼전 양상인 부산 북구갑 재보선 여론조사 결과도 들쑥날쑥하기는 마찬가지다.

두 현상은 영남만의 일도, 비상계엄이라는 특정 사건의 결과도 아니다. 오히려 지난 10년간 진행된 지역 정치의 변화가 마침내 영남에까지 도달한 것에 가깝다. 호남은 2016년 국민의당, 2024년 조국혁신당이 각각 돌풍을 일으켰다. 강원도는 2018년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18명 중 11명을 당선시켰다가, 2022년에는 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또 2022년 지선에는 호남계 이주민이 많은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도 대거 국민의힘이 승리하기도 했다.

영남권 선거가 보여주는 건 우리가 모르는 사이 크게 달라진 지방 정치의 '뉴노멀'에 가깝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압도적 우위를 가진 시대는 끝났다. 지방 유권자들도 그동안 자신의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패권 정당 역할을 해 온 정당에서 이탈하고 있다. 그렇다고 확실한 정치적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기존 정치에 불만 가득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유동적으로 바뀌어 일종의 '심판론'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 정치에서는 특정 정당의 우위가 관철되는 구조가 존재했다. '재경(在京)엘리트-지역 기반 정당-중앙정부 재원에 의존하는 개발 사업'이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유지되고 강화됐다. 지역 명문고 출신으로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한 엘리트들이 지연과 학연으로 고향에서 뭉쳤다. 중앙의 자원을 끌어들이고 다른 지역과 경쟁하기 위해 지역 엘리트와 유권자는 특정 정당에 결집했다. 그리고 사회기반시설(SOC)‧산업단지 등 개발 사업은 물론 규제 완화나 구조조정에서 중앙 권력은 지역 경제의 운명을 결정했다. 세 축을 묶은 접착제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런데 각종 개발 사업과 제조업에 의존하는 지방의 전통적 성장 모델이 최근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면서SOC, 건설 등 재정 지출의 효과가 줄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시나리오별 정부 총지출의 경제적 효과’(2023년)에 따르면 재정지출의 효과(정부 재정을 1단위 투입했을 때의GDP증가량) △1994~2000년 2.52 △2001~2010년 1.78 △2011~2022년 0.98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게다가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진전되면서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호남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연거푸 떨어지고, 국민의힘 대표 중 대구·경북 출신이 한 명도 없는 등 중앙 정치와 지방의 관계도 약화했다.

유권자 가운데 부동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고, 과거의 지역 패권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옅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즉 현지 유권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들의 시각에서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선호되는 구조다. 2025년 전남 담양군수 재보선에서 담양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나온 조국혁신당 후보가 당선됐던 이유다.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 한동훈 후보(무소속)가 정형근 전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단위에서는 고문 수사 의혹이 있는 정 전 의원 영입이 거센 비판을 받겠지만, 지역에서는 그의 토착 기반이 표를 움직일 것이란 판단이다.

영남권 선거가 던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에 기반을 둔 정당이 ‘지방’ 유권자를 안정적으로 설득‧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양대 정당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지방의 반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울(및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이 새로운 정치적 균열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칼럼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맥락들

1. 1987년에 형성된 지역 구도는 왜 그렇게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이제 해체되는가?

영남, 호남, 충청 등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는 이른바 ‘지역구도’는 단순히 보수적인 영남-진보적 호남의 구도로 볼 수도 없고, 일종의 ‘지역감정’으로만 볼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단단한 경제적 기초가 있다고 봐야죠. <전라디언의 굴레>를 읽으신 분이라면 익숙한 틀일 텐데, 지역 구도의 세 축을 가동케 하는 인센티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의 명문고-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한 재경 엘리트 : 중앙의 자원을 위해 ‘한 팀’을 결성

◆ 정당: 재경 엘리트-지역 엘리트-지역의 유권자가 한데 뭉칠 수 있는 ‘깃발’ 역할

◆ 중앙정부가 지역에 배분하는 자원: 지역 엘리트와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인 기회를 제공

그리고 지역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게 된 정당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등을 통해서 지역 사회로 깊숙이 침투하고, 지역 패권 정당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죠.

중앙정부 재원이 중요한 산업화, 그리고 이촌향도와 수도권으로의 이주, 급격하게 ‘기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 기회를 잡기 위한 파당을 결성할 ‘틀’로서의 지역 연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한국이 선진국이 되면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제 이 지역구도가 무너지게 되는 이유이고요.

◆ 서울 강남 3구에 모여 사는 엘리트들은 더 이상 지방과의 연계가 단단하지 않고

◆ 정당은 이제 수도권 유권자, 내지는 인터넷을 통해서 조직되는 유권자의 것이 되었으며

◆ 중앙정부가 배분하는 자원이 지역 경제를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2. 부산 북구 갑의 문제

부산 북구갑 재보선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선거입니다.

약간 삐딱한 표현을 쓰자면 출향민(하정우 민주당 후보), 다른 지역을 기웃대다 돌아온 선거구 쇼퍼(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지역 연고가 없는 전국구 네임드(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대결이고,

부산 북구갑이 ‘항구도시’로서 부산의 정체성 대신에, ‘낙동강 유역 물류 중심지이자 공장 지대’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죠. 인천에서 부평-계양이 항구도시 인천의 정체성 대신에 부평도호부-부평공단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한 것과 흡사한 양상입니다.

그래서 이 선거에서는 절대 강자라고 할만한 후보가 없고, 부동층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편차가 크게 되는 원인이죠. 다음과 같이 말이죠.

그리고 이는 다른 ‘지방’의 선거에서 익숙하게 펼쳐지게 될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3. 지방의 불만과 유권자 유동성의 증가

지방의 정치적 불만은 계속 누적되고 있고, 그 불만은 표심의 유동성으로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던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구조적으로 열세에 처할 때 강하게 분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영남이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 호남에서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

김관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단숨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전북처럼 지역 선거에서 나타나는 유동성은 앞으로 상수가 될 겁니다.

이게 수도권 집중화와 수도권-지방의 격차, 정당의 수도권 의존도 강화 등과 맞물리면 지방의 ‘반란’ 내지 ‘유동화’는 이제 상수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Columns
당신이 놓친 글
[한국일보 칼럼] 민주당 코스피·반도체 환호가 놓친 불평등과 일자리 (feat. 2020~2021 어게인?)
[한국일보 칼럼] 민주당 코스피·반도체 환호가 놓친 불평등과 일자리 (feat. 2020~2021 어게인?)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6.11
[전인미답] 유럽의 쇠퇴,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전인미답] 유럽의 쇠퇴,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5.8
[조선일보 칼럼] '지방'에 필요한 건 공장·예산이 아니다
[조선일보 칼럼] '지방'에 필요한 건 공장·예산이 아니다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5.7
[한국일보 칼럼] '국민의힘 궤멸', 근본 문제는 지지자의 파편화에 있다
[한국일보 칼럼] '국민의힘 궤멸', 근본 문제는 지지자의 파편화에 있다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4.16
당신이 놓친 글
[한국일보 칼럼] 민주당 코스피·반도체 환호가 놓친 불평등과 일자리 (feat. 2020~2021 어게인?)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6.11
[한국일보 칼럼] 민주당 코스피·반도체 환호가 놓친 불평등과 일자리 (feat. 2020~2021 어게인?)
[전인미답] 유럽의 쇠퇴,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5.8
[전인미답] 유럽의 쇠퇴,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조선일보 칼럼] '지방'에 필요한 건 공장·예산이 아니다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5.7
[조선일보 칼럼] '지방'에 필요한 건 공장·예산이 아니다
[한국일보 칼럼] '국민의힘 궤멸', 근본 문제는 지지자의 파편화에 있다
by 
프로네시스리포트
2026.4.16
[한국일보 칼럼] '국민의힘 궤멸', 근본 문제는 지지자의 파편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