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민주당의 근본 문제, 정치 엘리트 충원이 안 된다
이번 주 한국일보 칼럼에서는 민주당 내부의 정치 엘리트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 지키기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투쟁 일선에 나섰던 유시민씨가 24년이 지난 뒤에도 비슷한 일을 하시는 것이나, 이재명 대통령이 ‘뉴 이재명’을 외치지만, 정작 뉴이재명이란 세력을 이끌 이들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동일한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말이죠.
정당, 그리고 정치 세력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내부 엘리트, 좀 더 군대식으로 이야기하면 장교단이라 할만한 기간요원들을 원활하게 육성하고, 또 충원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모습은 그렇지가 못하죠. 제가 지난 글들에서 언급했듯 친명계가 ‘장교단 없는 백만 대군’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걸 이끌어야 하는 상황은 한계가 분명하죠. (관련 과거 글: [민주당 내부 투쟁의 이해] (2) 이재명·정청래의 전략적 딜레마와 선택지들)
이는 민주당이라는 정치 세력이 2000년대 초중반했던 일련의 ‘정치 개혁’과 그것을 명분 삼아 진행된 분파항쟁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전직 학생운동 엘리트들이 오래전부터 정치 훈련이 되어있었고, 이들이 중첩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충원이나 훈련 경로가 없어도 됐지만 이제 전혀 아니니까요.
저도 이 글 쓰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2004년에는 49.6세와 52.1세였다가, 2024년 56.2세와 56.9세로 별 차이가 없다는 데 놀랐습니다. 두 정당 모두 노쇠화된 건 분명하고요.
아무튼 결론과 같이 “수시로 권력 중심이 바뀌는 상황에서, 그 소용돌이에 편승하는 정치 자영업자들로 국가와 당을 이끌어 갈 제대로 된 간부진을 구성할 수 있느냐라”, “‘장교단 없는 대군’이 대한민국 집권 여당, 민주당의 근본 문제”라는 건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되는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주 뉴스레터는 화요일(14일) 발송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민주당의 근본 문제, 정치 엘리트 충원이 안 된다
약화하는 '정치 엘리트' 충원 구조
대통령만 있는 친명, 노쇠한 비명
운동권의 노화 속 법조인만 약진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대표 경선을 위한 경쟁이 뜨겁다. 해당 경쟁이 때로는 갈등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는데, 그 갈등의 결을 분류하자면 대체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헤게모니 쟁탈전이라는 점이다. 2000년대 초중반 열린우리당 내 ‘난닝구'(호남 기반의 실용파) 대 ‘빽바지'(수도권 기반의 개혁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립이다. 다음 총선 공천권까지 걸려 있는 만큼 그 수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두 번째는 빽바지의 계보를 잇는, 선명 개혁 우선 집단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 노쇠화다. 2000년대 초반의 헤게모니 쟁탈전, 즉 24년 전 ‘화염병과 바리케이드’를 언급하며 선도투쟁에 나섰던 유시민씨가 여전히 최전선에 서 있다.
세 번째는 친명계 정치인 중에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이 전면에 돌출돼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세적으로 일련의 ‘판짜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은 민주당을 이끌어갈 엘리트의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86’ 등 2000년대 대거 충원된 집단은 60세를 훌쩍 넘기고 있는데, 새로운 사람을 충원하는 파이프 라인은 사라졌다. 친명은 세력은 크지만, 질적으로는 비주류 연합군 수준을 넘어서는 모습의 발전은 보이지 않는다. 이념적 결속이나 공통 경험이 없어 집단적, 유기적인 대응을 기대하기엔 무리다. 이 대통령 주변의 핵심 집단도 수가 적고, 경험과 경력도 부족하다. 결국 ‘장교단 없는 대군’을 이끌어야 하는 게 이 대통령이 안고 있는 핵심 문제다.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그의 개인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로 국정을 주도하는 이유다.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당의 엘리트 충원 경로는 △재야 △학생운동 △시민단체와 호남 기반의 엘리트로 요약된다. 이 경로와 연관된 배경이 있는 법조인·언론인·학자·관료도 대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 경로가 모두 약해졌다. 운동권은 전대협 1~3기(의장 기준 84~86학번)를 마지막으로 형성된 집단을 대체할 이들이 없다. 시민단체 인력풀도 말라붙었다. 호남계 엘리트는 지역의 인구 감소 등으로 규모 자체가 줄었다. 경제 관료만 해도 김용범 정책실장(무안·81학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장성·87학번)의 후속 세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엘리트 충원 구조가 끊기면서 주요 구성원의 노쇠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민주당 국회의원 평균 연령 변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은 49.6세였다. 한나라당 당선자는 52.1세였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당선자는 평균 56.2세로 6.6세 높아졌다. 이제 국민의힘(56.9세)과의 차이는 0.7세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이런 빈자리를 대체하는 집단은 주로 법조인이다. 민변이나 김앤장 등 대형 로펌 출신이거나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가 있는 이들이다. 윤경훈(서강대 박사과정)씨 등이 지난해 내놓은 분석 결과가 흥미롭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16~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영입 인재들의 이력을 분석(‘제20~22대 총선 인재 영입 분석’)한 결과, 시민단체 출신은 2016년 18.1%에서 2024년 14.8%로 줄었지만 법조인은 같은 기간 12.1%에서 25.9%로 급증했다. 법조인 약진의 배경은 뭘까. 이렇다 할 예비 후보자가 빈약한 상황에서 적당한 스펙과 간판, 그리고 전문직 특유의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당의 자체 조직과 교육·훈련 기능이 약한 상황에서 새로운 충원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학생운동·시민단체 출신도 당 밖에서 정치 훈련을 받고, 외부에서 쌓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당내 입지를 다졌다. 이처럼 한국 정치에서 정당 기능의 외주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튜브에 출연해 ‘우리 편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게, 점차 유력한 정치 입문 경로로 간주되는 현상도 결국 당 밖에서 정치적 자본을 쌓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시로 권력 중심이 바뀌는 상황에서, 그 소용돌이에 편승하는 정치 자영업자들로 국가와 당을 이끌어 갈 제대로 된 간부진을 구성할 수 있느냐라는 점이다. ‘장교단 없는 대군’이 대한민국 집권 여당, 민주당의 근본 문제에 가까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