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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 주택 문제, ‘땅 없는 서울’부터 직시해야 한다

프로네시스리포트
- 9분 걸림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전 청년정치크루 대표)께서 운영하는 싱크탱크 <전인미답(https://jimd.kr)>에서 부동산 및 주택 정책과 관련된 글을 하나 썼습니다. 제목은 <주택 문제, ‘땅 없는 서울’부터 직시해야 한다>입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정점으로 하는 국토 공간의 위계 질서를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위해 수도권을 서울에 종속된 공간이 아니라, 서울에 독립되고 서울과 경쟁하는 공간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서울의 부동산과 집값, 임대료의 문제는 공급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다들 막연하게 동의하지만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이제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서울이 이미 성숙하고, 오래되고, 비싼 도시가 되어서 그렇습니다. 공간이란 공간을 모두 개발해 아파트를 초고밀도로 깔면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교통을 비롯해서 도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프라를 집어넣을 수 있느냐부터가 지금 상황에서는 무리죠.

그래서 서울에서의 주택 공급이 갖고 있는 물리적인 제약을 인정하고, 아예 수도권 공간 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예전에 조선일보 칼럼(경기 남부를 '제2의 강남'으로 만들자)에서 일부 제안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칼럼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택 문제, ‘땅 없는 서울’부터 직시해야 한다

/전인미답

또다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 급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보고, 종합부동산세를 올렸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지면 가격이 내려가고, 연쇄적으로 중저가 주택 가격과 임대료도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란 생각이다. ‘똘똘한 한 채’를 권유하는 정부 정책을 이용한 투기꾼만 잡는다고 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 논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과 서울에 통근이 가능한 지역에서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만한 땅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을 설치할 공간도 부족하고, 토지 보상 문제로 공사비도 비싸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조 자체가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이 제약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

/부동산 R114

먼저 토지 공급 문제부터 짚어보자.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비중은 지난해 91%에 달했다. 2021년(59%)을 제외하면 2015년 이후 6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빈 땅이 없는 도시라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19년 5만1321가구를 기록한 뒤에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는 2만7314가구였고, 올 상반기도 9421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인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린벨트, 군부대나 공공기관 용지 등을 주택 택지로 전용한 지 오래다. 하남 감일지구 주민들과 한전이 동서울변전소 증설 문제로 겪는 갈등은, 도시에 필수적이지만 기피 시설인 인프라 바로 옆까지 주택용지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서울을 지금보다 더 고밀도로 개발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도시에는 여러 기반 시설이 필요하고, 이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엔 한계가 있다. 교통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와 주변 베드타운 도시의 해묵은 갈등 중 하나는 지하철을 연장, 증차할 경우 지하철 이용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느는 문제다. 2분기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역 중에 혼잡도가 가장 높은 역은 강동구청(8호선), 천호(8호선), 철산(7호선), 중곡(7호선), 군자(7호선) 등 교외 지역과 도심을 연결하는 곳이다.

높은 토지 가격 때문에 도로, 철도 등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의 건설 비용도 올라간다. KDI공공투자관리센터는 수도권 제1순환선 구리 퇴계원~성남 판교 구간 지하에 31.5㎞ 길이로 새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4조66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새 도로가 필요한 데, 대심도 지하터널밖에 대안이 없다. 민자로는 경제성을 맞출 수 없어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비슷한 길이(32.0㎞)로 민자 추진되는 경기도 의왕~광주 고속도로는 사업비가 2조1800억 원이다. 경기도 평택~강원도 영월 고속도로도 2조 원가량이 투입된다. 서울을 고밀도 도시로 만들면 만들수록 인프라 건설 비용은 올라간다. 같은 이유로 김포, 위례 등 서울 베드타운 신도시는 대규모 여객 수송이 가능한 광역 교통망을 건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울과 인근 지역을 개발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수도권 공간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공간 구조 재설계의 구체적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기도 남부에 서울의 광화문이나 강남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중심업무지구(CBD)를 조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부축, 서해안축 이외에 새로운 개발축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새로운 CBD부터 보자. 한국 대표 기업의 본사가 모여 있는 곳을 만들고, 서울에 집중된 허브 기능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 법무, 회계, 의료, 교육,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 산업도 옮겨올 것이다. 강남도 1970년대 국가 계획으로 조성된 CBD다. 경기 남부에 ‘제2의 강남’을 만들면 경기 남부~청주~세종~대전으로 이어지는 메갈로폴리스 권역을 조성할 수 있다. 서울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도시권이다. 이를 통해 서울만 바라보는 공간 구조 인식을 깨뜨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수도권에 새로운 개발축을 만드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수도권 개발은 판교~분당~용인~수원~화성을 따라가는 경부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안산~시흥~화성~평택의 서해안축이 추가됐다. 이제 남양주~하남~광주~이천~여주를 잇는 중부축(가칭)을 새롭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물류나 경공업 공장이 주로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를 통해 경부축과 서해안축에 몰려있는 개발 압력을 덜어야 한다. 나아가 세 개의 축을 ‘횡’으로 연결해 수도권의 개발을 서울에서 뻗어나가는 ‘선’에서 서울 밖의 ‘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주시하고, 모두가 서울에 가까운 ‘상급지’로 이주하려는 마음을 품는 공간 구조를 바꿔야 한다. 본질은 서울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질서다. 이를 타파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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