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부동산 분노 30대, 민주당 '수도권 우위 10년' 끝낼까?
부동산 분노 30대, 민주당 '수도권 우위 10년' 끝낼까?
입력 2025.10.30 04:30 25면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분노하는 경기 중산층 30대
민주당, 고소득 '8060' 고민
국민의힘 반사이익은

수도권 부동산 이슈는 한국 정치권에서 엄청나게 민감한 이슈다. 이 이슈를 잘못 다룰 경우 경기도 신도시에서 무주택이거나 첫 집을 마련한 형태로 거주하는 30대가 강하게 분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9월 초(2~4일 조사 실시) 66%에서 10월 하순(21~23일) 49%로 17%p 급락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63%→56%)을 30대가 이끄는 양상이다.

관건은 아직은 20대에 한정된 반(反)민주당 정서가 30대 계층까지 확산하느냐 여부다. 그렇게 될 경우 '세대 갈등' 요인이 한국 정치의 '주된 갈등 축선'으로 부상하게 되는 셈인데 부동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 30대 인구의 57.1%가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농후하다.
30대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주거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하는 연령대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기혼자가 그렇다. 이들은 서울 밖 신도시 아파트에 살면서 서울에 있는 일터로 출퇴근하는 게 일반적이다. 2023년 주거실태조사 원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인천의 35세 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29.7%인데, 40세가 되면 47.6%로 높아진다. 비수도권의 해당 비율(35세 43.7%·40세 55.7%)보다 확연히 낮다. 즉 경기도 거주 30대의 경우 40대에 접어들어 선 뒤에야 비로소 지방의 같은 또래의 자가 보유율에 근접한다. 30대의 서울(35세 16.2%·40세 36.5%) 자가진입은 고소득자가 재테크에 성공하거나, 물려받은 자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수도권 30대는 자산 격차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가 2023년 실시한 불평등·공정성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30대 연령층에서는 불평등의 원인으로 '부모로부터의 상속 및 증여'를 꼽은 비율(31.3%)이 40대(25.8%), 50대(26.6%)는 물론 20대(29.8%)보다도 높았다.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응답(58.1%)도 20대(48.8%), 40대(43.0%), 50대(36.9%)를 앞질렀다. 이들에게 집값 폭등은 '눈떠보니 벼락 거지'가 된다는 분노와 계층 지위 상승의 사다리가 무너진다는 공포를 의미한다.
집값 상승이 좀처럼 잡히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기대가 팽배한 것은 정부·여당이 또 다른 계층의 이익을 바라보기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고학력·고소득·고자산 계층의 이해관계를 거스르기 어렵다. 이들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집단이고, 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주요 선거구의 판세를 좌우한다. 개별 정치인은 원론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억제를 외치지만, 당선을 위해서는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정책 레짐'(policy regime)이 서울 부동산에 유리하도록 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증시 부양책을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으로 포장한, 이른바 '머니 무브'론은 집권 여당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9년 이후 코스피 지수와 서울 아파트 가격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오지윤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주식 보유는 서울 거주 자산가들이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주가 상승은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을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무주택 20~30대의 부(富)가 늘어나는 것보다 50~60대가 훨씬 많은 규모의 이득을 보고, 서울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컸다는 의미다. 부동산 안정 대책을 뒤늦게 내놓은 건 자산 격차에 따른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지지층을 모두 붙잡아야 하는 여당의 딜레마에서 기인한다.
30대 연령층의 민주당 이탈이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보수가 양남(강남+영남) 정당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결과는 경기도 신도시의 서울 편입이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같은 공약이 별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유동성이 강화되면서 특정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제3정당이 깜작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 어떤 시나리오에서건 1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수도권에서 민주당 우위가 무너질 건 분명해 보인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