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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칼럼] 청와대 역량 부족 드러낸 행정 통합… '뉴 이재명' 기획 첫 실패 될까?

프로네시스리포트
- 7분 걸림

청와대 역량 부족 드러낸 행정 통합… '뉴 이재명' 기획 첫 실패 될까?

입력 2026.03.19 04:30 25면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사실상 무산된 대전·충남 통합
친명계 지방 거점 확보 어려워
문재인 정권 인물이 유력후보

청와대 역량 부족 드러낸 행정 통합… ‘뉴 이재명’ 기획 첫 실패 될까?-오피니언ㅣ한국일보
(숫자로 본 대한민국) 행정통합 논의가 대전충남 무산, 광주전남은 신속히 진행되며 정치적 성과는 미미했다. 자원 배분, 지역 정체성, 선거 영향 등 현안과 민주당의 약점이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충남,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밝히면서 시작된 행정통합 이슈가 당초 구상과 꽤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대전·충남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된 반면, 광주·전남은 일사천리로 통합이 이뤄졌다. 메가시티 담론의 원조인 경남과 부산은 2028년 이후 문제로 논의된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당초 청와대가 행정통합 카드를 꺼냈을 때, 여의도 안팎에서는 충청권 선거에서 승기를 굳히고 나아가 새로운 인물을 통합단체장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새 인물은커녕, 여권의 소장파 후보들은 어느 때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의제를 주도하고, 정부가 '4년간 20조원 지원' 같은 초대형 정책을 내세웠지만 정치적 성과는 보잘것 없는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은 뭘까. 정교한 추진을 위해 요구되는 수준에 비해 정치적 기획 역량이 한참 못 미친다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 그리고 친명계의 약점을 드러낸 사건인 이유다.

근본적으로 행정통합은 민주당에 불리한 이슈다. 광역지자체 내 자원 배분 규칙이 바뀌는데, 도시 지역일수록 불리하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나 유성구의 아파트에 사는 젊은 화이트칼라 입장에서 행정통합의 이득은 미래에 얻어낼지 모를 모호한 것인 반면 그 리스크는 즉각적이다. 우선 대전 거주자의 경우, 대전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자원을 충남과 나눠야 하는 상황에 대해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0~12일 KBS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도 이를 반영한다. 대전의 민심은 찬성(47%)과 반대(44%)가 엇비슷한 수준이었는데, 특히 30대는 반대 비율이 65%에 달했다. 충남의 반대 비율은 34%였고, 아산·당진권(41%)에서 높았다.

이 때문에 스윙보터 성향이 강한 충청권에서 해당 지역 정치인들이 행정통합 이슈를 강하게 끌고 갈 유인은 낮다. 광주·전남이나 대구·경북같이 특정 정당 일색인 곳에서 행정통합이 빠르게 이슈가 된 이유다. 이들 지역에서는 유권자의 의중보다 '덩치'를 키워 중앙정부 상대로의 협상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지역 엘리트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은 광역단체장 경선 구도도 바꾸었다. 쉽게 말해 다선·고령의 인물, 즉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가진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행정통합이 핵심 의제가 되면서 후보 간 차별화가 불가능해지고, 중앙 정부로부터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의 경쟁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 인근의 충북, 전북도 마찬가지다. 선거구가 갑작스럽게 넓어지면서 신인 정치인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 아니 거의 불가능해졌다. 광주·전남은 대부분 캠프가 지난해 말까지 준비하던 정책을 폐기했다. 대전·충남도 이제야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충청이나 호남의 유력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 때 고위직을 지냈거나, 청와대 직계라고 보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차기 대선을 내다보면 친명계의 지방 거점 확보가 중요한데, 행정통합은 오히려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청와대가 원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특정 정당이 독주하는 지역부터 시작된 행정통합이 제대로 성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원 배분의 효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의 광역의원 75명 가운데 37명(49.3%)이 무투표 당선됐다. 대구·경북(44.0%, 84명 중 37명)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왕적 광역단체장을 어떻게 견제할지 고려 없이 추진된 행정통합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성공하려면 △정책 의제가 정치 영역에서 어떠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해당 의제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정치적 실행 방안은 물론, 우발 계획도 갖춰야 한다.

종합하면 이번 행정통합은 청와대가 장기 집권에 필수적인 기획 역량과, 정책-정치 다이내믹스를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뉴 이재명'이라는 유행어처럼 정치적 외연은 넓어졌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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