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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칼럼] '쏠리고 들끓다가, 갑자기 빠진다'…한국 정치, 왜 휘발성이 높아졌나

프로네시스리포트
- 18분 걸림

안녕하세요. 프로네시스리포트 조귀동입니다. 이번 한국일보 칼럼에서는 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렇게 급격하게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유권자의 높은 유동성 내지는 휘발성이라는 구조적인 특성을 다루었습니다. 제목은 <'쏠리고 들끓다가, 갑자기 빠진다'…한국 정치, 왜 휘발성이 높아졌나>입니다.

저는 2016년 총선 이후 유권자의 표심 이동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정치 영역에서는 지지자 연합의 내구도가 굉장히 약해져 있어서, 쉽게 무너지는 양상 그리고 선거 때마다 표심이 확 변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2023년 8월 낸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제기한 내용인데,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인 2000년대 초중반 형성된 정치 질서의 구조적 특징이면서, 노무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일단 칼럼 내용을 소개하고, 뒤에 추가적인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쏠리고 들끓다가, 갑자기 빠진다'…한국 정치, 왜 휘발성이 높아졌나

대통령 지지율 급락, 구조적 원인
지역·세대·자산·상징 기반 약화
핵심 고정 지지층의 이질성 확대
양극화에 중도층 이탈 쉬운 구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지방선거 이후 일면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론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시중에서 체감되는 여론 지형은 그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차기 선거에서 '심판론'의 기반이 되는 부정평가 비율은 올 4월 첫째 주에는 22%에 머물렀으나, 지난주에는 56%로 치솟았다. 정치권에서는 '부정평가 55%선'을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되는 기준으로 본다. 이재명 정부의 부정평가가 55%를 넘는 데 걸린 시간은 취임 후 1년 3개월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1년 11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3년 8개월) 등과 비교해도 꽤 짧다.

급격한 지지율 하락에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먼저 민주당과 보수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과 대립 구도가 무너진 측면이 크다. 따라서 유권자의 정치적 유동성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지게 됐다. 두 번째 요인은 고정 지지층 내부의 이질성 강화다. 특정한 이념이나 정책만으로 지지자 연합 전체를 만족시키기 어렵게 됐다. 마지막으로 중도층이 여전히 다수인 유권자 지형과 양극화된 정치 구조의 괴리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가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을 낮추면서, 중도층 이탈이 가파르게 일어나는 여건을 조성했다.

/한국일보

2012년 대선까지만 해도 이런 구도는 없었다. 우선 민주당과 보수정당의 지지 기반은 지역·세대·자산·역사적 상징에 따라 비교적 깔끔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민주당은 호남·20~40대·저자산층·민주화를, 보수정당은 영남·50~70대·고자산층·산업화를 각각 대변했다. 이 네 요인은 서로 맞물리며 유권자의 충성도를 강화했다. 그런데 2016년 총선을 기점으로 정치학 용어로 표현한다면 '탈정렬'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이제 중장년의 정당이고, 마포·용산·성동구에 사는 고학력·고소득·고자산 계층의 지지를 받는다. 저자산 집단을 대변하는 정당은 사라졌다.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상징도 예전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반면 핵심 고정 지지층의 이질성은 확대됐다. 2022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를 살펴보자. 이 보고서는 정치·검찰·언론개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유권자 집단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다른 정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개혁 우선' 그룹은 전체 유권자의 6.3%를 차지했다. 2020년 열린민주당에 표를 던진 5.4%나, 김어준씨가 언급한 '코어 지지층'과 겹치는 집단이다. 그런데 열린민주당 당원은 수도권(전체 당원의 61%), 대졸자(77%), 40~50대(75%), 월 소득 700만 원 이상(32%)에 집중되어 있었다.

/한국일보

호남 거주민과 수도권의 호남계 이주민의 정서도 이제 다르다. 김어준식의 '코어 지지층'을 만족하는 정책은 경기도에 사는 호남계 중하층이 원하지 않는다.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수도권 주민들이 만족할 리도 없다.

'부패한 엘리트'를 대변하는 '적'과 '순수한 민중'의 편인 '우리'로 정치판을 나누는 포퓰리즘 정치가 각광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뀐 유권자 지형 속에서 지지자 연합을 구축하려면, 이러한 피아구분이 가장 효과적 수단이다. 그런데 양극화된 동원 정치가 도리어 다수의 중도나 연성 지지층의 유동성을 높였다. 유권자의 이념 분포는 그대로인데, 양당만 양쪽 끝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돌발적 요인으로 한쪽 끝에 있는 정당의 소구력이 약해질 경우, 중도 유권자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

따라서 민주당과 보수정당 모두 유권자의 높은 유동성을 직시해야 한다. 두 정당의 지지 기반은 과거보다 훨씬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집단을 어떤 이해관계와 서사로 묶을지, 안정된 지지자 연합을 구축하는 방안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제에 제도적으로 다당제를 시도해 볼 만하다. 각각의 유권자 집단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연정과 협상으로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나 국회의원·지자체장 결선투표제는 선거법 개정으로도 가능하다. 어느 쪽도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극단적인 쏠림 속에서 정당정치는 지금처럼 상시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1. 산업화와 민주화로 형성된 유권자 정렬, 이제는 와해 국면

한국 정치의 핵심적인 문제는 정당의 지지 기반과 작동 방식이 더 이상 지금의 경제와 사회발전 양상에 조응할 수 없어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보수정당과 민주당계 정당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산물입니다. 보수정당은 산업화의 주도 세력, 즉 전통적 엘리트, 서울의 강남 3구로 대표되는 상층 계급(한국은 계급 표지가 약해서 자산이 곧 계급이니까요), 영남이 기반인 것이고, 거꾸로 민주당계 정당은 산업화의 혜택에 소외되었고 민주화를 이끈 세력, 즉 ‘80년대 학번’이라는 새로운 고학력-고소득 엘리트와 호남 및 호남계 이주민이 주축이 된 정당이죠. 산업화와 민주화가 시차를 가지고 진행이 되었고, 양쪽을 상징하는 세력, 특히 80년대 초중반~90년대 초중반까지 대규모로 형성된 대졸 화이트칼라 집단이 민주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세대’라는 변수가 중요하게 거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과거의 경제와 정치의 상호작용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서사와 그에 기반한 이데올로기도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됐죠. 그래서 전통적인 ‘정렬’과 각각의 대립축이 맞물려 유권자를 단단히 붙잡아주었던 강화구조가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유권자의 프로파일을 예로 들어본다면 노무현에 대해서 호감이 있다고 답하는 20~30대 비민주당 내지 반민주당 성향의 남성 유권자일 것입니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져서 당선시킨, 호남계 이주민의 아성 중 하나인 의왕이나 안산에 사는 이주민 2세도 사례로 들 수 있겠죠.

하지만 양당은 과거의 언어, 상징, 동원기제 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권자 입장, 특히 연성 지지자나 중도 입장에서는 일체감이 떨어지는 특정 정당에 표를 던지기보다는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서 투표하는 행태를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제3당에 확 쏠려서 표를 던지는 모습도 이전보다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3~5년마다 표심을 바꾸는 일종의 ‘구조적 스윙보터’가 대규모로 존재하고, 이동도 빈번해졌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5년에 한 번씩 정권이 교체되고 2016년 국민의당 돌풍, 2024년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돌풍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지역구 당선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되었습니다.

2. 민주당 ‘핵심 지지층’은 3개로 쪼개어져 있다

정당의 핵심 지지층은 여러 개의 소집단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핵심 지지층을 어떻게 동시에 만족시키느냐가 정당 내 다수를 점유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죠.

그런데 핵심 지지층 간의 이질성이 점점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양당의 이데올로기가 소구력을 잃고, 그 자리를 ‘적’과 ‘우리’ 내지는 ‘부패한 엘리트’와 ‘순수한 민중’의 극단적 대립 구도를 제시하는 포퓰리즘 정치 행태가 차지하면서 핵심 지지층의 이질성을 관리할 수단을 상실하고 있죠.

민주당은 원래부터 ‘빽바지’라 불렸던 수도권 화이트칼라 중산층과 ‘난닝구’라 불렸던 호남과 호남계 집단의 대립이 극심했던 정당입니다. 이 대립 구도는 2010년대에는 친노와 비노, 정확히는 친문과 비문의 구도로 변형되어 이어졌죠. 2020년쯤이 되면 이 갈등 구조가 아예 지지 기반이나 정치언어의 특징으로 굳어집니다. 칼럼에서 언급한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이야기하는 ‘개혁 우선’ 그룹의 존재가 대표적이죠.

그리고 여기에 ‘호남’과 ‘호남계 이주민’도 이제 별개의 집단이 되어갑니다. 대규모 이주 현상이 1990년대가 넘어가면서 끝나는 데다, 이제 이주민 1세가 아니라 2세나 3세 정도의 유권자가 주력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리고 이 호남계 이주민은 수도권의 중하층 노동계급으로서 정체성이 더 강하다고 보아야겠죠.

2022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분석한 6개 유권자 집단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이재명 정부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일 겁니다. 먼저 ‘개혁 우선’ 그룹, 유시민씨의 ‘A집단’, 김어준씨의 ‘코어 지지층’과의 갈등 관계가 불거졌다는 겁니다.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의 사용은 빽바지, 난닝구라는 말이 만들어지는 배경과 동일하게, 분파 항쟁에서 우리 편을 동원하기 위한 기제이면서 동시에 상대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겠다는 것이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의제의 제시나, 상대편의 상징적인 인물을 끌어들이는 등의 행위가 부족했고, 그렇다고 당원에 대한 동원력에서도 그리 우세를 점하지도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호남의 지지를 얻는 데는 무척 신경 썼지만 호남계 이주민의 지지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는 겁니다. 중하층 노동계급에 가까운 이들이라, ‘여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정당 내 경쟁에서 조직된 고정표 성격도 약하지만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건 지지율 관리에서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런데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어주겠다면서 당내 경선 조직 표 관리에만 골몰했죠.

이렇게 고정 지지층 내부의 이질성 강화와, 한쪽 편을 들면서 무너진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외부 출신 인사로 갑자기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자신을 지켜줄 지지 기반을 찾는 데 골몰했는데, 결국 유튜브 기반의 강성 보수와 손을 잡게 됩니다. 전통적인 국민의힘 세력은 일종의 ‘동맹’이고, 그들의 이해관계는 대통령과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당 장악을 위해서 이준석 당시 당 대표 등을 쫓아내는 등 지지자 연합을 스스로 해체해 버리죠.

지금도 보수의 고정 지지층은 강성 보수에서부터 내려오는 부정선거론자들, 수도권 기반의 연성 보수, 영남 지역에 자족하는 정치세력, 사회에 불만이 많은 20~30대들로 파편화되어 있고 이들을 누구도 묶어서 하나의 다수 연합을 만들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보수정당의 재편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고요.

3. 호텔링-다운스 모형의 함의 : 정당 양극화의 역설

정치학의 고전적인 이론 중 하나인 ‘호텔링-다운스 모형’은 중도에 몰려있는 유권자 지형에서 경쟁하는 두 정당은 서로 비슷한 중도 정당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가장 표가 많은 중간 지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위치를 중간 지점으로 이동시켜야 하고, 경쟁 정당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를 대거 빼앗기기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모종의 구조적인 이유로 정당이 중간 지점으로 이동하지 못할 때, 오히려 양쪽 끝으로 이동하게 될 때 문제가 복잡해질 겁니다. 양당이 모두 끝 부분에 가 있거나, 한국의 경우처럼 보수정당이 아주 끝으로 이동한 상황이라 민주당계 정당의 위치가 자유롭고, 따라서 검찰개혁 등등의 몇몇 이슈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한 상황인 경우죠.

이 경우 중도 유권자에 대한 소구력은 양 당 모두 상당히 약합니다. 그래서 강력한 외부 충격이나 모형에 담지 못한 다른 축선에서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유권자가 한번 이탈하게 되면 그 규모는 크고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것이 지금의 민주당이 겪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정당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힘을 못쓴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유권자가 무작정 민주당을 지지할 것으로 보면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고요.

칼럼의 마무리 부분에 썼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유권자의 높은 유동성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정당의 기반과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높은 유동성을 염두해 둔 통치술을 발휘하는 것이야 말로 성공하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핵심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이재명 정부건 아니면 뒤에 집권할 새로운 정부건 모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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