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럼] '조국 사태' 7년, 달라진 게 없다 (feat. 독일 극우 AfD의 약진)
이번 주 조선일보 칼럼은 2019년 이맘때 불붙었던 이른바 ‘조국 사태’를 돌이켜보면서, 청년의 불평등, 그리고 중하위 이하 계층 청년에 대한 체계적인 배제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제목은 <'조국 사태' 7년, 달라진 게 없다>입니다. 딱 7년 전인 2019년 9월 9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고, 10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업무를 시작했더군요.
제가 2020년 1월 출간한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지적했듯, 이 사건의 포인트 중 하나는 왜 청년들이 조국 장관과 그의 일가족의 행태에 분노하고 들고 일어났는가 못지 않게, 명문대를 다니지 않는 청년들은 시종일관 냉소적이었나 아닌가 합니다. 결국 ‘성 안’과 ‘성 밖’의 장벽이 높게 쳐져 있는 상황에서, ‘성 밖’의 청년들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정치권이건 정부 정책 당국이건 ‘성 밖’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성 안’에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아예 청년을 도구화는 모습을 보이는 건 그때보다 훨씬 더 나빠지지 않았나 합니다.
아울러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리고, 어찌 보면 선진국이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이고, 급진 우파 포퓰리즘(Radical Right Populism)의 부상의 배경이죠. 독일 AfD(독일을 위한 대안)이 6일 작센-안할트 지역 지방선거에서 44%를 득표하며 1위 정당이 된 것이 대표적이죠.

AfD는 구(舊) 동독 지역의 소외된 청년, 남성, 중하층을 지지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고, 2025년 총선에서도 구 동독 지역을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여기에는 그들이 ‘2등 국민’ 대접을 받고 있다는 문제, 그리고 낙후 지역이고, 경제적인 문제에 더불어서 여성들이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심각한 남초(男超) 지역으로 공동체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2025년 12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통일 35년에도 동·서독 경제 격차… '2등 국민들' 극우정당에 쏠린다)과 그해 10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 일부를 뒤이어 붙입니다.
[에스프레소] '조국 사태' 7년, 달라진 게 없다
명문대생들이 '불공정' 외칠 때
나머지 평범한 청년 다수는 냉소
정치는 왜 '중상위 청년'만 보나
"세상 뒤집히길…" 분노만 쌓여

딱 7년 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드러난 조국 일가의 행태는 배우고, 돈 많고, 힘 있는 이들이 지위 대물림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나아가 경제·사회·문화 자본을 차지한 ‘80년대 학번’ 명문대생과 나머지 평범한 60년대생의 복합 격차가 그대로 자녀 세대로 전이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당시 계속 눈에 밟힌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평범한 20대들의 냉소였다. 조 장관 자녀와 경쟁 관계인 명문대생들이 불공정에 분노해 대자보를 쓰고 집회를 열 때, 비명문대생들은 애초에 자신의 몫이 아닌 것을 놓고 벌어진 논란에 침묵을 지켰다. 조국 사태가 달아오를수록 이들의 존재는 더 희미해졌다. 명문대에 다닐 수 없는 평범한 다수가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당시 사건이 폭로한 한국의 민낯이었다.
그때 충격을 받은 숫자가 하나 있다. 학교별 학업성취도 결과가 마지막으로 공개된 2011년 서울 양천구 관내 초등학교 6학년생의 학력 격차다. 목동 신시가지에 속한 6개 학교에서는 국어·수학·영어에서 ‘보통 이상’ 성적을 받은 학생이 95% 안팎인데, 신월동 3개 학교로 가면 66~68%로 떨어졌다. 셋 중 하나는 초등학교 때 이미 보통 학력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2000년대부터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 자료를 추적한 여러 연구는 계층에 따라 학력 격차가 커진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최근 조은주 전북대 교수(사회학)가 쓴 ‘세계에 속한다는 것’은 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한 서울의 한 동네 중학교 풍경을 생생하게 그린다. 핵가족 모델이 해체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일상을 챙길 여력을 잃었다. 학교는 밥을 챙겨 먹이는 등 학생 생활을 떠받치는 데 급급하다. 중산층 부모들이 세심하게 살피는 자녀와, 그렇지 못한 자녀의 격차를 학교가 메운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중하위층 이하 청소년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상(像)’도, 따를 만한 역할 모델도 없다.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정체성과 자존감을 줄 ‘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이후 번듯한 일자리를 얻을 기회는 줄었고, 자산 격차는 확대됐다. 19~39세의 순자산 지니계수(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2017년 0.519에서 지난해 0.561로 높아졌다. 대중문화에서도 ‘뼈대 있는 가문’을 홍보할 정도로 계층의 대물림은 공공연한 현실이 됐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이 말하는 ‘청년’은 주로 중상위층 이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청년 대상 주거 지원 정책 혜택이 고소득, 정규직에 집중돼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저소득, 고졸 이하 청년의 정책 이용 비율은 현격히 낮았다.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이 끊기면서 올 초부터 월세가 급등했지만, 이게 수면 위로 올라온 건 6월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30대의 외면 속에 패배한 뒤였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꼼수로 두 차례 국회에 들여보낸 용혜인 의원을 청년 정치의 얼굴로 세우더니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국민의힘도 장동혁 대표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올림픽공원 시위대를 ‘청년’이라 호명하며 분칠해 주는 수준이다.
조국 사태는 불평등 문제가 정치 전면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7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 2011년 신월동 초등학교 6학년생으로, 2019년 공정 구호에 냉소하던 청년들은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다. 그들의 눈에 한국 사회는 나아졌을까, 아니면 ‘세상이 뒤집혔으면 좋겠다’는 분노가 켜켜이 쌓여 있을까. 지금처럼 가다가는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일 35년에도 동·서독 경제 격차… '2등 국민들' 극우정당에 쏠린다
[유럽의 신화가 저문다] [④·끝] 통일 후유증 여전한 독일
동·서 연봉 격차 2000만원 넘어
500대 기업 중 8.4%만 동독에
극우정당, 동독서 압도적 득표
동독인 43% "2등 국민" 한탄
조귀동 경제칼럼니스트

독일 동남부에 있는 폴크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은 옛 동독과 서독 지역 간 끝나지 않은 갈등의 상징이다. 아우디의 태동지이자 동독 시절 국민차 트라반트를 생산하던 곳이다. 폴크스바겐은 폴로·골프·파사트 같은 중소형차를 만들다, 2020년 야심 차게 전기차 공장으로 바꿨다. 그러나 지난해 대규모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츠비카우가 맡고 있던 ID.3와 ID.4 생산을 볼프스부르크·엠덴 등 서독 지역 공장으로 넘기고, 아우디 Q4 이트론만 남긴다는 결정이었다.
◇2년 연속 역성장… 동독부터 무너진다
츠비카우 공장 근로자 마르틴 레만은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CEO는 한 번도 츠비카우에 오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비용 절감만 생각한다”고 분개했다. 이 말에는 서독 기업이 ‘2등 국민’인 동독인을 희생양 삼는다는 뿌리 깊은 불신이 담겨 있다. 2대 주주(의결권 20%)인 서독 니더작센주 정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 츠비카우가 속한 작센주 정부는 철저히 배제됐다. 지역 언론 프라이에프레세는 “또 동독은 소외되는 것인가”라며 한탄했다. 서독 엘리트 중심의 구조 속에서 자신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고발이다. 폴크스바겐이 최근 동독 지역 드레스덴의 공장도 폐쇄하며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통일 이후 35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독일은 동·서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독일 경제가 2023~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동·서 갈등이 다시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자동차·화학 등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제조업 공장만 있는 동독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동독은 구조조정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첨단·서비스업 일자리가 부족해 제조업 쇠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심각한 ‘남초 현상’이 빚어지고, 공동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민자까지 대거 유입되자 어려움은 가중됐다.
◇동독 급여 수준, 서독의 79%에 그쳐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동·서독 간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 차이는 2023년 1만2775유로에서 2024년 1만3374유로(약 2300만원)로 더 커졌다. 지난해 서독 근로자가 6만3999유로를 벌 때 동독 근로자는 5만625유로를 벌었다. 월급쟁이 소득으로 동독이 서독의 79%에 그친다는 얘기다. 실업률은 동독 지역 8.2%, 서독 지역 6.1%다. 독일경제연구소(IFO)는 임금 격차의 3분의 2는 산업·기업 규모·직종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500대 기업 가운데 동독 지역에 본사가 있는 회사는 42곳(8.4%)에 불과하고, 독일 주가지수인 DAX40를 구성하는 40개 주요 기업 가운데는 한 곳도 없다.
일자리가 공장 생산직밖에 없으니 젊은 여성들은 서독 지역으로 떠나갔다. 18~29세에서 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 116.5명, 브란덴부르크주 116.3명, 튀링겐주 115.9명으로 서독 지역보다 월등하게 남초(男超)다. 젊은 남성들은 연애와 결혼에서 소외되고, 인구 유출로 도시가 쇠락하면서 ‘버려진 지역에 살고 있다’는 좌절감을 갖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민자 유입은 저렴한 주택 부족과 임대료 급등을 야기하며, 기존 중하층 동독 주민들에게 사회경제적 부담을 전가하는 도화선이 됐다.

◇동독 지역은 극우 정당이 지지율 1위
이런 현실은 ‘2등 국민’이라는 굴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2023년 여론조사에서 동독인 43%가 자신을 ‘2등 국민’이라 느낀다고 답했다. 40%는 자신의 정체성을 독일인이 아닌 동독인이라고 했다. 이 깊어진 불만과 소외감은 극우 정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정치적 분노로 폭발했다. 지난 2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은 동독 지역 5개 주에서 36.2%를 얻어 전통적인 양대 정당인 기민·기사당 연합(18.9%)과 사민당(10.8%)을 압도했다. 극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도 10.0%를 얻으며 세를 확장했다. “독일이여, 일어서라”며 서독 엘리트 중심의 정치판을 갈아엎자고 외치는 세력들이 이제 동독 정치의 ‘주류’가 된 셈이다.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부상과 한국사회
- 20대 남성의 분노는 글로벌 현상인가?
서울대 행정대학원(2025년 10월) 발표 자료 일부




